[인터뷰] 이동학 "與의 윤석열·김건희 방탄 노력 결국 문제 일으킬 것"
"정치가 시민과 함께하는 여러 공론의장 만들어 신뢰 높여야" "이재명 대표 연임 명분은 협치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줬다" "저출산, 기후위기 등 청년 정치인들이 시대변화 이슈 끌고가야"
민주신문=이현민 기자|더불어민주당 내 청년 정치인의 대표 격이자 환경전문가로 불리는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각종 정치현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대학 시절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에 입당해 평당원 시절부터 꾸준하게 정치를 한 그는 인터뷰 도중 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서 만큼은 스스럼 없이 이야기했다. 특히 팬덤정치와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 등에 대서도 자신만의 견해를 솔직하게 드러냈다.
또한 그는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으로 자리매김한 더불어민주당 외에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쓴 소리와 함께 정부 여당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인터뷰 중 "결국 여당과 대통령이 이대로 계속 가게 되면 큰 사단이 일어날 거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여당이 윤석열과 김건희를 방탄하려고 하는 총체적인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문제가 될 거다. 그럼에도 그걸 무릅쓰고 저렇게 방탄 하고 있는 건 초가삼간 다 태우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Q. 22대 총선 출마 당시 '기후정치'를 내세웠다. 오랜 기간 환경운동가로서도 목소리도 내고 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인만의 생각이 있다면
A. 우선 정치에서 협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은 뭘 하려고 해도 반대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수시로 도래한다. 그리고 국민 다수의 지지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 다수의 지지 없이 정치가 일방적으로 뭘 하자라고 지향점을 제시하고 그걸 추진해 나가면 반발에 부딪힌다. 정치가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국민의 이해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이를테면 재생에너지 문제의 경우 풍력이든 태양광이든 기반 시설을 어디에 설치하냐를 두고 말이 많다. 이러한 정책들을 국민의 이해관계와 잘 일치시켜야 한다. 일례로 기반 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소득과 일자리 부분이 연계돼야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가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여러 공론장을 개최해야 한다. 그래서 이해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혹은 자신의 의견과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한 테이블에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 과정을 통해 결과가 도출된다면 그 부분을 존중하는 문화도 광범위하게 필요하다.
정치권이든 행정이든 대화의 계기와 기회를 많이 만들수록 사회적 합의 수준은 더 높아질 거다. 현재 기후 위기 문제 인식은 이미 상당히 많이 퍼져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한 환경 교육이라든지 언론과 방송에서 기후 위기 관련한 콘텐츠를 다루는 문제도 상당 부분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게 된다. 우리 사회는 기후 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형태를 더 확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후 위기 문제점들을 해결책으로까지 가져가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문제가 좀 더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Q. 민주당에서 20년 넘게 청년정치인으로 활동 해왔다. 청년정치의 한계와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A. 요즘 들어서 청년 정치가 약간 피로함을 주는 거 같다. 왜 그러냐면 청년 정치가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나는 젊은 정치인이 '미래의 이슈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갖고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야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특히나 저출산, 초고령화, 기후위기, 지방 소멸 등 이러한 문제가 세대 간의 갈등으로 표면화 되게 될 텐데 그 지점에서의 해결책들이나 혹은 그 문제 인식을 청년 정치인이 먼저 포착해야 했다. 젊은 정치인들이 가야 할 방향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 있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그것을 우리가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
Q. 22대 국회가 원구성을 비롯한 각종 특검법을 두고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이 존재하는가
A.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본인이 대통령이 됐다고 하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있어야 한다. 근데 지금 하고 싶은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자신의 어떤 신념과 철학 가치, 대한민국 사회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그런 방향과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야당을 설득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야당에 협치를 요구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그런데 여당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지시만을 이행하고 있다. 그 어떤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본인들이 야당에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한다. 야당과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품과 협치의 여지를 대통령께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4.10 총선에서 심판받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심판받은 정당 같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은 심판받은 대통령 같지 않다. 오히려 승리한 여당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맥주 파티하고 어퍼컷 세레머니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대통령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거 같다. 혹은 시행령 정치로 계속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매우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현 상황에서 여당이 야당에 무언가 해달라고 요구하는 거는 매우 잘못됐다. 대통령부터 태도를 바로잡아야 대화의 여지가 열리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도 단순하다. 대통령이 변하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 그렇게 되면 국회는 야당의 주도로 움직이게 될 것이고 여당은 다음 선거 때 또다시 패배하게 될 거다. 작년 강서 보궐선거에서 이미 오답노트는 존재했었다. 근데 여당이 총선 때 오답노트 적용을 안 했다. 국민은 정답을 계속 알려줬다. 그런데 그걸 거부한 건 여당과 대통령이다. 그래 놓고 이제와서 우수상을 달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내가 우수상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민주당에 상임위를 내달라는 건 양두구육, 자가당착이다.
Q.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팬덤정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대표 측근 그룹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어떤 정치인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팬덤이라고 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근데 이게 건강한 관계가 담보돼야 한다. 그러니까 적절하게 견제도 받으면서 힘도 받는 그런 관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지금의 팬덤정치는 그렇지 못한 거 같다. 완성체는 아니고 약간 과도기라고 판단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당원을 허술하게 관리 한 부분이 있다. 또 당원들의 요청을 들어주기 보다는 요구하기만 해왔다. 그래서 그동안 종이 당원이라고 취급받을 정도로 당원들의 역할은 한계가 분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당원들이 시대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특정 정치인에게 힘을 몰아주고 있다.
그러니까 이거는 좋은 일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과하게 비춰지면 단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팬덤정치의 강력한 에너지를 건강한 사회 개혁의 에너지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공론장을 많이 열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 같은 것들 이를테면 배심원제 같은 것들을 추진해야 한다. 이제 어느 한 리더가 일방적으로 뭔가를 결정해서 모두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이제 시대적으로는 맞지 않다. 지금은 직접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도 굉장히 커지고 있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건강하게 그리고 중간에 완충 장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난 그것이 배심원제라고 생각한다. 실제 배심원제는 우리나라 정치 역사에서 일정 부분 실험되어 오기도 했었다. 예를 들면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은 배심원 선거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장들 몇 군데를 딱 설정해서 지역구 주민들 지역구 주민이 아닌 외부에서 100명 이렇게 구성해 200명을 배심원단으로 초청했다. 이들은 출마자들이 1시간 동안 토론하고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투표 과정을 이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론조사만 하지 배심원제 같은 과정이 없다. 배심원제 과정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각 정당이 앞장서서 해야 한다. 우리 민주당이 배심원제 등을 잘 작동시켜서 사람들 간의 이견이 분명한 사안들, 이를테면 연금 개혁 같은 것들을 적극 해결해야 한다. 팬덤 정치를 그냥 여론조사 방식으로 수렴하는 게 아니라 배심원제라는 중간 과정을 통해 성숙하게 진행 시켜야 한다.
Q.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A. 개인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연임을 하는 것보단 싱크탱크를 만들고 주변에 좋은 전문가들을 두면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겪었으면 좋겠다. 당 대표로서 맨 앞에 나서서 장수로서 활동을 하는 것보다 차분하게 뒤에서 대통령을 준비하는 그런 활동을 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가 연임을 도전한다면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왜 그러냐면 지금 연임 명분을 윤석열 대통령이 다 주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렇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얘기한 적이 있다. 사람을 딱 정해놓고 1년 12달 그 주변을 탈탈 털면 정치보복이라고. 지금 2년 넘게 이재명 대표를 탈탈 털고 있다. 저는 이게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경쟁했던 야당 상대 후보를 저렇게까지 탈탈 터는 경우는 정말 처음 본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또 하나는 지금 총선을 통해 야권이 192석을 차지했다. 현재 야권 전체를 통할 수 있는 리더십은 이재명 대표를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표가 소구 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민주당이 지금 171석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제3자가 당대표를 했을 경우 당을 잘 통합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 야권이 분열되면 그것만큼 윤석열 대통령한테 좋은 건 없다. 끝으로 지지자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이재명 대표가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Q. 이동학 전 최고위원님의 좌우명(사자성어) 또는 정치철학을 말씀해 주신다면 무엇인가?
A. 해불양수라고 생각한다. 이는 바다가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치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규합하고 그것을 통일할 수 있는 체계를 잘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누구든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당연히 존재한다. 다른 생각을 잘 조합해서 최소한의 갈등 그리고 갈등이 이따 하더라도 그것을 잘 해결해 나가는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싶다.
이동학 前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1982년생으로 민주당의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2003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후, 혁신위원, 청년미래연석회의 의장, 최고위원 등을 차례대로 역임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으로 일하며 국가기후환경 정책에 관여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쓰레기센터의 대표로서 글로벌 해양쓰레기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