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없는 '유로 2024', 첫 경기부터 이변…누가 우승할까?

벨기에‧우크라이나, 1차전서 각각 '약체' 슬로바이카‧루마이나에 덜미 이탈리아‧잉글랜드 등도 한 수 아래 팀에 진땀승…우승후보들 '초긴장'

2024-06-19     최경서 기자
14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에서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별리그 A조 독일(16위)과 스코틀랜드(39위)의 경기에 앞서 대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가 막을 올렸다. '유럽의 월드컵'이라는 명색에 걸맞게 첫 경기부터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절대강자가 없는 만큼 누가 우승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로 대회 최다 우승팀은 3번의 정상을 맛본 스페인과 독일이다. 반면 축구 종가로 불리는 잉글랜드는 아직 유로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이번 대회에는 해리 케인과 사카, 벨링엄 등을 앞세운 역대급 스쿼드로 참가하는 만큼 첫 우승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력한 우승 후보는?

유로 2024가 14일(현지시각) 독일과 스코틀랜드의 개막전으로 신호탄을 울렸다. 이번 유로 대회는 다음 달 15일 결승전까지 한 달간 운영된다.

개막전은 독일이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5-1로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무려 5골을 넣으며 첫 단추를 무사히 뀄다.

독일은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이지만, 최근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중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연속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는가 하면 지난해 9월에는 일본에 4-1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한때 1위였던 FIFA랭킹은 현재 16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번 유로 대회를 기점으로 명예회복을 노린다는 각오다. 지난 2023-2024시즌 모든 대회서 51경기 무패를 달린 레버쿠젠 주축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힘을 보태고 있다.

스페인(8위) 선수들이 15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 베를린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별리그 B조 1차전 크로아티아(10위)와의 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터진 다니 카르바할(2)의 골에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자연스럽게 스페인의 우승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스페인은 현재 유로 대회 우승 3회로 독일과 공동 최다 우승팀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단독 최다 우승팀이 된다.

스페인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합체 버전이라고 불리던 '무적함대'였다. 최근 들어선 예전 같은 압도적인 모습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이번 유로 대회에선 '초신성' 라인 야말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도 우승 후보다. 네덜란드는 36년 만의 우승을, 이탈리아는 지난 유로 2020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이탈리아는 개막전에서 알바이나에 경기 시작 23초만에 실점했으나 결국 역전승을 거뒀다.

포르투갈의 우승도 팬들의 관심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라스트 댄스' 때문이다. 다음 유로 대회에는 나이가 40대를 넘어서는 만큼 사실상 이번 유로 대회가 마지막일 공산이 크다. 이미 개막전에서부터 멀티골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등 나이 못지 않은 맹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는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꼽힌다. 프랑스는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 2022 카타르월드컵 준우승 등 최근 들어 막강한 폼을 자랑하고 있다. 핵심 전력인 킬리안 음바페의 코뼈 골절 부상이 변수로 다가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잉글랜드는 개막전에서 세르비아를 상대로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대회 개막 전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잉글랜드지만, 꼬리표처럼 따라오던 경기력 문제가 또다시 대두됐다.


잉글랜드, 뭐가 문제일까

잉글랜드는 명실상부 유럽에서 손에 꼽히는 강팀이다. 축구 종가로서 자국 리그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대표팀 멤버 면면도 화려하다. 빅클럽에서 핵심으로 뛰는 선수라도 대표팀에선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국제무대에선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진 못했다. 월드컵은 물론 유로에서도 매번 빈손이다. 월드컵에선 무려 약 60년 전인 1966 잉글랜드월드컵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유로에선 아직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이번 유로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 명단 역시 역대급이다. 공격진에는 해리케인, 사카, 포든 등이 있고, 중원에는 벨링엄과 라이스 등이 있다. 수비에도 워커, 트리피어, 스톤스 등이 나설 수 있다. 각각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다.

사실 잉글랜드의 스쿼드는 늘 탄탄했다. 과거에는 이른바 '스램제'로 불리던 스콜스, 램파드, 제라드가 중원에서 동시에 뛰었고 웨인 루니가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때도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잉글랜드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개인기량은 출중하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기대만큼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왜 그럴까? 놀랍게도 축구 전문가들은 잉글랜드의 가장 큰 장점인 화려한 스쿼드를 그 이유로 꼽고 있다.

멤버 한명 한명이 각기 다른 색깔의 소속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이들이 한 팀에서 어우러지긴 전술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선수들의 스타일이 각각 너무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잉글랜드(4위)의 주드 벨링엄이 16일(현지시각) 독일 겔젠키르헨의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별리그 A조 1차전 세르비아(33위)와 경기에서 전반 13분 선제 결승골을 넣고 세리머니 하고 있다. ⓒ뉴시스 

케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도 약점이다. 현재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의 전술은 '기승전케인'이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과하게 케인에 의존한다.

케인은 높은 지역에만 머물러 있는 선수가 아니다. 때로는 낮은 지역까지 활동반경을 폭넓게 가져가며 플레이메이커 역할도 겸하는 것이 최대 무기다. 하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케인을 오로지 타겟터로만 활용하고 있다.

선수 기용 폭이 넓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잉글랜드는 '더블 스쿼드'를 넘어 '파이브 스쿼드'까지 꾸릴 수 있는 팀이다. 빅클럽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명단에서 제외되는 일도 자주 발생할 정도다. 이번 유로 대회에는 래시포드, 제이든 산초, 매디슨 등이 명단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웬만해선 선수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크게 주지 않는다. 스트라이커 포지션만 봐도 케인, 왓킨스, 이반 토니 등 스타일이 다른 세 선수를 보유 중이다. 탑클래스 수준의 각각 다른 스타일의 선수를 상황에 따라 기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전술적으로 상당한 이점이다. 플랜B와 C를 넘어 플랜D, F까지도 가능하단 얘기가 된다.

케인 맞춤형 전술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왓킨스나 토니를 기용하거나 윙어 또는 중원의 선수 구성에 변화를 주는 방향도 고려해봐야 한다.

잉글랜드는 지난 유로 2020에선 결승전까지 진출했으나 이탈리아에 3-2로 패배하며 코앞에서 첫 우승을 놓쳤다. 확실히 스쿼드 만큼은 역대급이라고 칭할 수 있는 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선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을 보완하는 것이 필수일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