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영국 "정의당, 신뢰 회복 위해 민중 속으로 나아갈 것"
'12년 만 원외 정당' 정의당, 신임 대표로 권영국 선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민주신문=이현민 기자|정의당이 12년 만에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며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권영국 대표체제가 새롭게 들어섰다. 권 신임 대표는 제8기 전국동시당직선거에서 단독으로 입후보하며 당 대표로 선출됐다. 투표에는 총 선거권자 1만 5042명 중 4408명이 참여했고, 권 변호사는 이 중 4107표(93.2%)를 얻었다.
그는 과거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며 쌍용차 정리해고 법률대리인단, 구의역 김군 사고 진상조사단 단장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지난 21대·22대 총선에서는 정의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신임 대표로 선출된 그는 '당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권 신임 대표는 지난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7·8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원외 정당이 된다는 것은 소외당한 많은 사람, 민중 속으로 가라는 또 다른 엄명"이라며 "현장으로 민중 속으로 더 아래로 내려가 길을 찾고 노동자와 민중의 곁에 함께 서겠다"라고 밝혔다.
Q. 정의당이 12년 만에 원외 정당으로 추락했다. 향후 계획과 비전은 어떻게 되나?
A. 정의당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엄청난 불신을 받았다. 일단 정의당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총선 이후 선거 공학적 이야기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정의당을 지지했던 분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게 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현장에서 멀어져 있다는 느낌 그리고 원내정당으로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했다. 이제 우리가 원외로 나온 만큼 삶의 현장과 노동 현장을 더 가까이하고 호흡해야 한다. 또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민중 속으로, 삶 그 자체 속으로 녹아드는 준비를 해야 한다.
Q. 노동 분야와 사회적 약자의 삶 발전을 위해 풍찬노숙의 시절을 버티며 정의당이 기여했던 바는 크지만 이제 거대 양당에서도 더 진보적인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차별화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A. 대한민국은 차별과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다양한 차별적 구조가 존재한다. 이러한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대양당이 차별적 구조 관계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이들이 차별 없는 노동을 만들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 같은 경우는 아예 최저임금 자체를 차등화시키자고 주장한다. 민주당조차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이나 복리후생을 다 집어넣었다. 이들은 친시장주의적 성향을 띄다 보니 자본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해내기 어렵다. 반면 우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내세울 것이다.
Q. 노회찬·심상정 의원 이후 진보정당 내 차기 리더가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정의당 내 인재 양성은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
A. 원외 정당 활동이 안정화된다면 진보 4.0 아카데미와 같은 젊은 청년 당원들을 계속해서 교육하고 양성했던 프로그램을 재개할 예정이다. 지역이나 노동 현장에서 지도력을 지닌 당원들을 발굴하고 성장하기 위한 공간도 마련하겠다. 한 축에서는 교육, 한 축에서는 현장 활동 등을 통해 인재들을 양성하고 발굴하겠다.
Q. 일각에서는 과거 민주노동당 때처럼 진보정당 내 통합 정당을 외치곤 한다. 향후 타 진보정당과 연대 및 통합을 검토하고 있나?
A. 사안별로 보고 필요하면 연대를 해야 한다. 문제는 통합을 이야기하기에는 정치적 상황이 다른 국면으로 와 있다. 민주당이 허락한 진보정당은 원내로 진출했다. 다만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독자성을 내세운 진보 정당들은 다 원외로 추락했다. 우선 진보 정치의 지속가능성을 봐야 한다. 거대 양당 체계를 깨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더 검증해야 한다. 진보정당이 거대양당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독자성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정의당은 독자성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진보 정당들과의 연합을 먼저 고민하겠다. 노동당, 녹색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후 민주당과 가까운 진보 정당들과도 사안별로 연합하고 연대할 계획이다. 다만 몸집 불리기 통합에 대해선 반대한다.
Q. 정의당이 현안에 따라 민주당 2중대, 국민의힘 2중대라는 비판도 상당했다.
A.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들었다. 윤석열 정부 때는 국힘 2중대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정의당은 한동안 국회 내 제3정당이었다. 민주당 부속 정당도 아니었고 국민의힘 부속 정당도 아니었다. 제3정당으로서 자기의 가치와 정책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한 건 주로 노동문제였다. 노동의 가치가 제도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두고 민주당과 대립하면 국힘 2중대인가?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민주당과 협력하면 민주당 2중대인가? 이는 제3정당이 지닌 자기 가치와 방향 지향에 맞는 선택과 의사를 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그걸 2중대라고 볼 수는 없다. 각 당의 유불리에 따라서 2중대라고 평가하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제3정당이 나아가기 힘든 정치 토양이다. 이는 진보당과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Q. 한국 정치의 현실에서 의회 권력 없이 뭘 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A. 그러니까 원 내에서의 제도권 정치가 있긴 하지만 또 한 측면에서는 주권자 스스로 시민들 스스로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시민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흔히 말하는 광장의 정치가 존재한다. 국회라고 하는 제도권 정치가 있는가 하면 제도 밖의 정치, 시민사회 쪽에서의 정치 운동도 지금까지 공존해 왔다. 그래서 얼마든지 원외에서도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게 그러면 언제 힘을 발휘하느냐 그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을 때다. 실제로 제가 경험했던 것을 보면 이런 게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 때 과연 그게 국회의 힘만으로 됐을까? 아니다. 그건 유가족들과 그 노동자들의 엄청난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그 법이 제정된 것이다. 그 다음에 또 하나는 우리가 노란봉투법을 만들려고 했을 때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자나 시민사회의 원외 투쟁이나 운동이 없었으면 가능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거다. 갈등이나 분쟁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정치라고 한다면 제도 내의 정치뿐만이 아니라 제도 바깥의 정치도 여론의 지지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서 자기 활동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Q. 좌우명(사자성어) 또는 정치철학을 말씀해 주신다면 무엇인가?
A. 억울한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는 현실적으로 만들기 어렵지 않는가? 또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의 노동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항상 머릿속에 지니고 있다.
정의당 권영국 신임 대표는
정의당 권영국 신임 대표는 1963년생으로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풍산금속 입사했으나 노동조합을 만들다 해직됐다. 이후 그는 해직 10년 만에 제41회 사법시험 합격하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노동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 그는 민주노총 법률원 초대 원장,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 구의역 사망재해 진상조사단 단장, 故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감사, 정의당 노동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그는 정의당 제8기 전국동시당직선거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