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철기둥’ 김민재, 잦은 결장에도 자신감 ‘뿜뿜’…의미는?

최근 공식전 5경기 중 선발출전 1회…UCL에선 2경기 연속 결장 소통‧공간 커버‧수비 라인 등 수비 조직력 ‘최악’…팀 전술 문제도

2024-04-11     최경서 기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지난해 7월 23일(현지시각)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팀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최근 5경기에서 선발출전은 1회 뿐이다. 이적 직후 붙박이 주전으로 뛰며 혹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현재는 출전 명령만 기다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태연했다.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며 팬들을 달랬다. 하지만 여전히 ‘벤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김민재의 자신감은 이번 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을 향했을 공산이 크다.


시작되는 다이어 ‘호러쇼’

김민재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UCL 8강 1차전 아스널과 경기에 결장했다. 라치오와 지난 16강 2차전에 이은 UCL 2경기 연속 결장이다. 교체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잔디를 밟지는 못했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도 마티아스 데 리흐트와 에릭 다이어 조합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들은 최근 투헬 감독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중이다. 다이어는 부동의 주전으로 뛰던 김민재를 밀어내고 꾸준히 선발로 출전 중이다.

결과는 2-2 무승부.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18분 그나브리의 동점골과 32분 케인의 역전골로 승기를 잡았지만, 후반 21분 트로사르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비겼다.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부터 다이어의 ‘호러쇼’가 펼쳐졌다. 말 그대로 ‘뒷짐 수비’로 부카요 사카의 슈팅을 바라만 봤다. 뒤늦게 고레츠카가 사카에게 달려들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다이어는 슈팅 각도를 좁히기거나 슈팅을 저지하기는커녕 제 자리에 뒷짐 지고 서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다이어가 니어 포스트 앞에 서 있었던 덕에 사카는 편하게 슈팅을 할 수 있었다. 사카는 평소에도 왼발로 파 포스트를 향해 감아 차는 슈팅을 즐겨하는 선수다. 다이어는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에릭 다이어(바이에른 뮌헨)가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경기 중 드리블을 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공식 SNS

트로사르의 동점골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이어는 데 리흐트와 고레츠카가 몸을 던져 제주스를 수비하는 동안 주변에서 아무런 방해를 주지 못했다. 심지어 제주스는 위치상 원래 다이어의 마크 대상이다.

데 리흐트의 수비가 실패한 이후에라도 다이어는 제주스를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반응이 느렸다. 결국 또다시 고레츠카가 수비를 시도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고레츠카 자리에 공간이 발생하면서 트로사르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줬다.

명백하게 다이어에 의한 실점들이다. 물론 모든 화살을 다이어에게 날릴 수는 없다. 팀 실점은 결국 팀 전체의 실책이다. 직전에 수비에 성공하지 못한 데 리흐트와 고레츠카에게도 실책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이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기록만 봐도 최악이었다. 통계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다이어는 풀타임 출전해 69회의 볼 터치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77%(47/61)에 그쳤다. 긴 패스 성공률 역시 43%(6/14)로 처참했고, 태클 시도 0회, 헤더 클리어 2회 등을 기록했다.

이는 김민재가 지난 분데스리가 28라운드 하이덴하임전에서 무려 119회의 볼 터치를 기록하면서도 89%의 패스 성공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경기가 김민재 뮌헨 이적 이후 최악의 경기였다는 평가가 따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비교된다.


그럼에도 기회 없는 김민재

다이어의 실책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과거 토트넘에서부터 꾸준히 지적 받았던 부분이다. 뮌헨 이적 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무난한 경기를 펼친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투헬 감독의 1순위는 데 리흐트와 다이어 조합이다. 변동의 여지조차 없다. 여기에 하필 김민재는 오랜만에 선발출전 기회를 받았던 지난 하이덴하임전에서 ‘역대급’ 부진을 겪었다.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선발명단에서 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김민재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수비수들 간의 소통 문제와 수비라인 관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수비 조직력이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지난해 11월 11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11라운드 하이덴하임과 경기하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문제점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경기가 지난 하이덴하임전이다. 이날 경기에서 김민재는 개인 스텟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김민재는 이날 경기에서 5번의 볼 클리어링과 3번의 블록슛, 5차례의 태클을 성공시켰다. 드리블은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점은 3점이나 내줬다. 결국 경기 이후 유럽 언론에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독일 언론 ‘키커’와 ‘빌트’에선 평점 6점이라는 이례적인 혹평을 내리기도 했다.

이들 매체는 1~5점으로 평점을 매기는데, 경기력이 좋을수록 1점에 가깝다. 5점이면 최악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김민재는 5점도 아니라 6점이었다. 평점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는 의미다.

유독 김민재에게 박한 평가가 내려진 이유는 이러한 수비 조직력 와해가 김민재로부터 시작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명확히 드러난 문제점

김민재는 공격성이 짙은 수비수다. 수비수의 공격성을 활용하기 위해선 수비수들 간의 소통이 상당히 중요시된다. 제 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거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빈 공간을 과감하게 커버하는 등 수비 조직을 유동적으로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전 멤버인 알폰소 데이비스와 김민재, 우파메카노는 전부 공격적인 수비수다. 알폰소는 사실상 윙어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우파메카노는 김민재와 전반적으로 스타일이 유사하다.

이는 수비지역에 빈 공간이 발생하는 빈도가 상당히 높아진다는 얘기다. 적절한 소통과 판단에 기반해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수비수들 간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알폰소가 자리를 비워 측면에 공간을 내주면 김민재가 커버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김민재 자리에 공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우파메카노의 커버가 늦다. 반대적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알폰소 데이비스(바이에른 뮌헨)가 지난 2월 3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묀헨 글라드바흐와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공식 SNS

프랑크 슈미트 하이덴하임 감독은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공략했다. 3골 모두 수비 조직력을 이용한 득점이다. 후반전에 세사와 피어링거를 투입시킨 것이 효과를 봤다.

슈미트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인 피어링거를 높은 지역에 전진 배치했다. 기존 베스테-클라인디엔스스-딘키 라인에 더해 ‘4톱’ 형태를 구성했다. 뮌헨 포백 라인에 1:1로 붙여놓은 셈이다.

이 경우 비교적 중원에 숫자가 적어지면서 선수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이 점을 이용한 것이다. 가령 클라인디엔스가 내려와 공을 받으면 마크하던 김민재가 따라 나오게 되면서 뒷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 공간을 피어링거가 침투해 골을 만드는 그림이다.

뮌헨이 내준 3번째 실점이 대표적인 예다. 알폰소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하이덴하임의 트라오레가 측면 공간을 질주했다. 김민재는 피어링거를 마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알폰소가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때 김민재는 트라오레를 막는 선택을 내렸다. 만약 김민재마저 트라오레를 놓쳤을 경우 뒷 공간은 고레츠카와 우파메카노에게 맡기는 판단이다. 하지만 고레츠카마저 트라오레에게 붙었고, 김민재 위치는 애매해졌다. 우파메카노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김민재가 끌려나온 자리에서 발생한 공간에 피어링거가 침투했고, 트라오레에게 패스를 받아 역전골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러한 문제가 꾸준히 반복된 것이다.


투헬 감독도 알폰소도 없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부분은 투헬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떠난다는 점이다. 비교적 좋은 시너지를 내지 못했던 알폰소 데이비스도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유력하다. 다음 시즌은 김민재에게 완전히 다른 환경인 셈이다.

투헬 감독은 선발명단을 구성할 때 수비라인은 ‘세트’로 활용하고 있다. 김민재가 출전하면 반드시 우파메카노가 파트너로 나서고, 데 리흐트가 기회를 얻을 경우 다이어가 함께 출전하는 식이다.

어떤 상대를 만나 어떤 전술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라인을 높게 올려 공격적으로 나설 때는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다소 내려앉거나 안정적인 운영을 할 땐 수비적 성향이 짙은 데 리흐트와 다이어가 나선다. 결과적으로 데 리흐트-다이어 듀오가 출전할 때 성적이 우수했다.

당초 김민재는 투헬 감독의 1순위였다. 영입을 시도할 때 직접 전화까지 걸었을 정도다. 이적이 성사된 이후에는 만나자마자 볼에 입맞춤도 했다. 한때 김민재를 15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시켜 혹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고정으로 두고, 파트너로 우파메카노와 데 리흐트를 차례로 실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고레츠카를 붙여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우파메카노와 데 리흐트가 퇴장 혹은 부상으로 번갈아 자리를 비우면서 15경기에서 풀타임을 뛰게 된 것이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 ⓒ뉴시스

다이어를 영입한 이후에도 투헬 감독은 김민재와 다이어 조합을 실험했다. 결과적으로 우파메카노 또는 데 리흐트와 나섰을 때보다 최악이었다. 결국 투헬 감독의 최종 ‘픽’은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팀을 이탈한 당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데 리흐트와 다이어로 굳어졌다.

사실 수비 조직력을 완성시키는 것 역시 감독이 할 일이다. 선수들만의 탓으로 넘길 수 없다. 다이어는 원래 김민재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영입된 백업 멤버다. 투헬 감독이 없는 다음 시즌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민재의 걱정하지 말라는 자신감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 시즌 개막까지 약 반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독일어를 습득할 시간과 수비수들과 호흡을 다듬을 시간 모두 충분하다. 감독도 바뀌는 만큼 전술적으로도 보완될 공산이 크다.

김민재도 난생 처음 겪는 벤치 신세지만 오히려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여름 이적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시즌 김민재가 주전을 되찾고 다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