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부친 납치 미수사건 전모


 

▲ 지난 11월 7일 춘천지검은 피의자 최 씨가 범행에 사용하려했던 증거물들을 공개했다.

30대 실직자 거액 노려 범행계획…인터넷서 공범 모집하다 덜미
추적 피하기 위한 금속탐지기, 보트로 도주 등 치밀한 계획 세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의 아버지를 납치해 금품을 빼앗으려 한 30대 남자가 최근 검찰에 붙잡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행히 범행 모의단계에서 용의자들이 검거돼 실제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일부 연예인들에게 국한됐던 몸값을 노린 납치가 스포츠계로 퍼져 나간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춘천지방검찰청 형사 제2부는 지난 11월 7일 박 선수의 부친인 박제근(55) 씨를 납치해 수억원의 금품을 요구하려 한 혐의(인질강도 예비)로 최모(31·강원 춘천시) 씨를 구속 기소했다. 첩보영화를 방불케한 용의자 최 씨의 치밀한 범행계획에 대해 알아봤다.

"스포츠 재벌’ 박찬호 선수 부친의 납치기도 사건은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용의자 최 씨에 의해 사전에 철저히 계획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춘천지방검찰청 측은 용의주도한 최 씨의 범행계획에 대해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께 춘천시 서면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용의자를 긴급 체포하고 범행에 쓰일 증거품을 압수했다”고 설명한 뒤 “이번 납치 사건이 실행됐더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전에 범행을 차단하게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 제2부 박철완 부장검사 또한 지난 11월 7일 춘천지검 소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범인의 치밀한 범행계획에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검찰 측에 따르면 용의자 최 씨는 지난 9월 20일께부터 범행을 준비해 왔으며 범행대상 선정에서부터 공범모집 등 범행의 전 과정을 정리한 범행계획서까지 마련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빈틈없는 ‘시나리오’로 당국의 수사망을 피하려 했던 것.

납치사건의 전말

특히 최 씨는 납치 공범을 모집해 배후에서 감시, 조종하고 공범과의 접선시 복면을 착용, 자신의 신분을 끝까지 드러내지 않기로 계획을 세워놓는 등 지능범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는 게 검찰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납치 및 현금 수송에 대한 실행분담 등이 포함된 범행계획서를 작성한 뒤 인터넷을 통해 1개월간 범행 수법 등의 자료를 모으고, ‘범죄 동업자를 모집합니다’란 카페를 개설해 범행에 가담할 공범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최 씨는 박 씨를 납치한 뒤 감금시켜놓을 펜션을 청평 부근에 마련해 놓았으며, 무등록 차량(일명 대포차량)과 가짜 번호판 2개, 가발, 복면, 수갑, 가위, 청테이프 등을 준비해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려했다. 뿐만 아니라 공범을 모집할 때와 가족을 협박할 때 사용할 휴대전화도 10대나 마련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최 씨는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돈을 건네 받을 때 사용될 가방에 경찰이 위치 추적장치를 부착할 수도 있다 점을 대비해 금속탐지기까지 준비했으며, 박 선수로부터 현금을 넘겨받는 즉시 보트를 타고 도주할 수 있도록 사전계획을 수립해 놓기도 했다. 당시 최 씨는 보트를 타고 북한강을 거슬러 도주할 계획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최 씨는 올해 춘천에서 성인 PC방을 운영하다 게임장 집중단속으로 1억원 가량의 빚을 떠안게 돼 거액의 몸값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 범행 상대를 물색하던 중 평소 효자로 알려진 박 선수의 아버지를 납치 대상자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최 씨의 용의주도한 범행 준비과정에 대해 “조사결과 용의자는 범행을 계획한 40여일 동안 누구를, 어떻게, 어디로, 납치해, 도주할 것인지를 꼼꼼히 정리해 뒀다”면서 “그가 작성한 범행계획서에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도록 납치와 현금 수송은 공범에게 맡기고 자신은 배후에서 범행을 조종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찬호 부친 납치 이유

그렇다면 용의자는 왜 하필 박찬호 선수의 부친을 범행대상으로 삼았을까.
검찰 측은 최 씨가 범행대상을 박 선수의 아버지로 선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박 선수의 효심이 깊고 현금 동원력이 있다는 점 ▲유명인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납치될 경우 경찰에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 ▲박 선수가 국내에 체류중인 점 등을 꼽았다.

실제 박 선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스포츠 스타로, 올해 계약이 만료되긴 했지만 지난 5년간 매년 약 146억원 가량을 꾸준히 벌어왔다.

지난 7일 부인과 함께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박찬호 선수의 부친인 박제근 씨는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검찰청사를 나오면서 “당황스럽고 놀랍다”며 “정말로 이런 사건이 있어 가지고 진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사건이 실행되지 않고 잘 처리된 것 같다”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차에 올라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박찬호 선수의 매형이자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팀 61의 김만섭 대표는 “우리도 자세한 사건 내용을 잘 모르겠다”며 “현재 파악 중인데 정말 놀랍고 황당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춘천지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박찬호에게 미리 얘기는 않았는데 지금 소식을 전해들었으니 적잖게 놀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현재 공범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일문일답 박철완 춘천지검 부장검사
“범인, 심리 분석도 했다”

메이저리그 박찬호 선수의 아버지를 납치하려던 범인을 검거해 조사중인 춘천지방검찰청 형사 제2부 박철완 부장검사는 “처음 사건을 보고 받고 깜짝 놀랐다”며 “범행 계획이 실행됐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범행 내용을 공개하면서 최 씨의 치밀한 범행 계획에 혀를 내둘렀다. 다음은 박 부장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최 씨의 검거 경위는.
▲최 씨가 범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을 확보해 수사하던 중 최 씨가 춘천시 서면의 한 초등학교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고 현장에 출동, 긴급 체포했다.

- 최 씨의 범행 동기는.
▲정확한 내용은 수사가 좀 더 진행되면 확인되겠지만 최 씨의 진술에 따르면 게임장 사업에 투자했다가 1억여원에 달하는 거액의 빚을 져 형편이 어려워지자 범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 박찬호 선수의 아버지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일단 박찬호 선수의 현금 동원력을 고려했던 것 같다. 또 현금 동원력이 있다해도 20억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박 선수가 평소 효자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 않나. 박 선수가 효심이 깊어 아버지를 납치했을 경우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범인이 요구하는 금액을 바로 내어줄 것이라는 치밀한 심리적 분석을 끝낸 상태였던 것 같다. 또한 박 선수가 마침 귀국해 국내에 체류 중이어서 시기적으로도 들어맞았던 것 같다.

- 최 씨가 박 선수 아버지와 통화를 한 사실이 있나.
▲최 씨가 박 선수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추진 중인 각종 후원사업과 관련, 박 선수 측 누군가와 접촉해 자신을 후원 수혜자로 설명하고 감사 표시를 하고 싶다며 박 선수 아버지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친) 박 씨와 통화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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