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부를 때 목소리 힘 빼”

18개항 조직 행동강령, 신참 몸 왜소하면 외출금지
90년대 중반 서울 진출, 조직원 100여명 거대조직

수도권과 광주 목포 등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공사장 이권 등에 개입하고 성인PC방을 운영해온 조직폭력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1월 2일 폭력을 휘두르며 아파트 건설현장의 각종 이권을 개입하는 등 66억원을 강탈한 혐의로 폭력조직 ‘연합 수노아파’ 조직원 65명을 적발해 행동대원 홍모(28) 씨 등 4명을 폭력 혐의로 구속하고, 부두목 최모(37) 씨 등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경찰은 달아난 두목 김모(45) 씨 등 1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 경기도 수원 모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건설사 대표 김모(46) 씨를 협박해 28억원 상당 철거공사권을 빼앗는 등 나이트클럽 지분, 공사권 등을 포함해 51억원을 강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서울로 상경한 뒤 다른 조직을 흡수해 세력을 확장, 지금은 1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연합 수노아파의 사생활을 엿보았다.


88년 초 전남 목포시 죽동에서 호프집을 경영하던 폭력배 김모(39) 씨는 이 지역 불량배 20여명을 규합해 불량 서클을 결성, 활동을 시작했다. 또 90년대 초반, 목포의 기존 폭력조직에 대항할 목적으로 조직원 15명을 새로이 영입해 세력을 확장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단속으로 와해지경에 이른 이들은 대다수 조직원들을 이끌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이후 전남지역 출신 폭력배들과 인천지역 일부조직, 목포지역 조직원들을 규합해 지금의 ‘연합 수노아파’를 결성, 조직원만 100여명에 이르는 국내 10대 폭력조직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조직을 결성한 이후부터 서울 신촌과 강남 은평, 경기 광주·남양주·용인·수원·안산, 인천 송도·부평, 전남 광주·목포, 강원 춘천 일대 건설현장을 종횡무진하며 금품을 갈취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들은 유흥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유흥업소를 직접 운영하거나 사행성 불법 성인오락실과 성인 PC방, 사채업 등을 꾸리며 조직의 자금을 조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원 관리 철저

이러한 세력 확장으로 인해 몸집이 비대해진 ‘연합 수노아파’는 지난 2002년 초부터 자체적으로 조직원을 관리, 기업형 조직으로 거듭났다.

갓 상경한 신참들은 조직 규율을 익히기 위해 합숙 생활을 해야 했다. 그들은 강남과 강북으로 상권을 나눈 뒤 강남구 논현동에 2개소, 마포구 서교동에 1개소,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1개소 합숙소에 5~6명씩 합숙시키며, 숙소에 있는 곰인형을 대상으로 흉기 사용법을 가르쳤다.

또한 왜소한 체격의 조직원들은 3개월 이상 외출을 금지시키며, 하루에 여섯끼를 먹여 최대한 체중을 불리도록 했다.

이와 달리 비합숙 조직원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고 월 1회 씩 강남지역에서 또래별로 월례회 모임을 가져 연합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여름 휴가 때 1인당 50만~100만원씩 휴가비를 지원하고, 구속 될 경우 변호사 선임 및 영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결속력을 다졌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폭력 2팀 관계자는 “점조직 식으로 범행을 모의하던 이들은 살인 혐의를 피하기 위해 사시미 칼끝 8cm만 남겨놓고 칼날을 테이프로 감아 곰인형에 찔러 실습하는 치밀함과 잔인함도 서슴지 않았다”며 “이들은 또 각 합숙소마다 사시미칼 30개와 야구방망이 5개, 손도끼 2개, 출동용 차량 등을 비치시켜 각종 이권 개입시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조치해 두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연합 수노아파 행동강령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폭력 2팀에 따르면 국내 10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연합 수노아파’는 조직 행동강령에 따라 신입을 교육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18개항으로 나눠진 행동강령에는 ‘합숙소 부근 동네에서는 깍두기 같이 90도로 굴절인사를 해 조폭 티를 내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등 코미디 같은 내용도 있었다.

‘선배를 하늘처럼 모시고 선배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이들의 행동강령에는 ▲선배를 대할 때는 항상 예의를 갖추고 90도로 머리를 굽혀 굴절인사를 한다 ▲합숙소 부근 동네에서는 깍두기 같이 90도로 굴절인사를 하지말고 조직폭력배 티를 내지 않는다 ▲체력은 개인별로 자기가 관리한다

▲조직의 2년이상 선배 앞에서는 절대 맞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조직의 선배에게 연락이 오면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핸드폰으로 연락체계를 갖추며 대기한다 ▲다른 조직들과 전쟁을 할 때는 조직의 자부심을 가지고 절대로 밀리지 말고 이겨야 한다

▲전쟁시 상대방을 죽이지 않기 위해 사시미칼을 하체 밑으로 칼질한다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서 내사가 들어올 것 같으면 핸드폰 번호를 곧바로 다른 번호로 바꾸고 숙소를 다른 장소로 옮긴다 ▲비상시 연락체계는 조직원의 비상 발령자부터 아래로 1년씩 체계적으로 전달, 소집한다

▲1년 바로 위 선배들에게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절대 연락을 하지 않는다 ▲만약 수사기관에 검거되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합숙소에 있는 조직원들 선에서 사건을 끝내고 어떠한 경우라도 조직의 보호를 위해 위 선배들이나 조직에 대해서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 검거시 동네 선후배끼리 먹고살려고 올라와 생활하고 있다고 범행사실을 무조건 부인한다

▲하부조직원들이 모든 범죄를 책임지고 하부조직에서는 구속된 조직원에 대하여 옥바라지한다 ▲다른 조직과 전쟁시 선배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전쟁시 대항하는 상대조직에 대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한다

▲전쟁시 연장 사용은 현장 선배의 지시에 따라 사용한다 ▲조직을 배반할 시 죽음으로 보복한다 등의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연합 수노아파’ 일당을 검거한 광역수사대 폭력 2팀 관계자는 “행동강령에 나와 있듯이 이들은 검거된 이후에도 무조건 조직원이 아니라고 발뺌하며 범행사실에 대해 일체 답변을 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법정에서 또한 범죄사실 진술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해 진술자로 하여금 진술을 번복하게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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