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 간다’는 ‘물뽕’ 유혹 인터넷에 확산


 

쇼핑몰, 성폭력 방법까지 알려주며 판촉, 대부분 외국 사이트
성범죄용 신종마약 ‘물뽕’ 인터넷서 유통, 인체 부작용 심각

성폭행에 악용될 수 있는 최음제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이들 약물은 우체국 국제택배(EMS), 따이공(보따리상) 등을 통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국내로 밀수입돼 사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문제는 쇼핑몰 대부분이 미국 등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 쇼핑몰은 최음제를 이용, 여성들을 유인해 성폭행 할 수 있는 방법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부유층 대학생과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신종마약인 ‘GHB(일명 물뽕)’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색·무취의 이 GHB는 음료에 타서 복용하기 때문에 ‘물 같은 히로뽕’이라는 뜻에서 ‘물뽕’이라고도 불린다.

물뽕의 약물효과는 소다수 등에 탈 경우 기분이 좋아지고 다소 취한 듯 나른한 느낌이 드는 정도다. 그러나 단순 음료가 아닌 알콜류에 타서 마시면 그 효과가 급속히 배가되어 성적 흥분상태에 도달하거나 의식불명에까지 이르러 당시 상황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수사당국의 마약 담당자는 신종마약인 ‘물뽕’과 관련 “정제형·분말형의 일반 마약류와 달리 물뽕은 음료나 술에 섞어 무색 투명한 형대로 복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마약인 줄도 모르고 마실 우려가 많다”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도구로 악용돼 ‘데이트 강간 약물’로 통한다.

성폭행 악용 우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이들 최음제는 성인용품 판매점과 인터넷 사설 쇼핑몰 등에서 주로 유통되며, 최음제 전문 인터넷 쇼핑몰만 국내에 대략 10여 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여성흥분제와 최음제를 외국에서 수입, 인터넷 쇼핑몰을 꾸려놓고 판매하는 전문 업체인 ‘AXX’와 ‘EX’라는 업체는 여성흥분제인 스패니쉬 플라이를 각각 35달러, 29달러에 판매,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었다.

특히 관련 업자들은 포털 사이트에 홍보용 카페를 둔 뒤, 네티즌이 많이 접속하는 교회·병원·민간기업 홈페이지에서도 무차별 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N사의 지식검색에는 ‘맥주에 약을 탔더니 아줌마가 내 어깨로…’, ‘물뽕, 요힘빈, 수면제, 흥분제 팜. audw○○○@naver.com’ 등의 광고문구로 도배되어 있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심지어 최음제를 이용, 여성을 유인해 성관계에 성공한 ‘약물 이용 성폭행’ 사례를 버젓이 게시판 등에 게재해놓기도 했다.

“성관계 전에 커피나 콜라에 타서 먹이면 여성은 본능적으로 욕정에 사로잡혀 도발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식의 자극적인 문구로 남성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는 U사 홈페이지. 이곳 자유게시판에는 남성네티즌들의 최음제 사용후기가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한 네티즌은 “나이트클럽에서 ‘투(two)’ 3분의 1병을 맥주에 타서 여자에게 먹였더니 성공했다. 다음 주에 또 만나기로 했으니 빨리 물건을 더 보내달라”며 운영자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이 글에 사이트 운영자는 “요즘 게시판에 약효가 없다는 글이 많이 올라왔는데 고객의 글을 보니 정말 기쁘고 기분 좋다”며 “사은품까지 배송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제품 ‘원(one)’을 여자친구에게 먹였더니 변태 성행위를 요구했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움을 요청했고, 이 글에 대해 한 네티즌은 “나도 써보았는데 원은 효과가 좋아 여자들이 더 달려든다”는 어처구니없지만 사뭇 진지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여자가 ○명이었는데 화장실 갈 때마다 잔에 (약물을) 섞어 마시게 했더니 아주 효과가 좋았다”며 재구매 의사를 밝히는 등 최음제를 이용한 무분별한 성관계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체 부작용 심각

이러한 인터넷 쇼핑몰의 심각한 문제점은 최음제 ‘스패니쉬 플라이’를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공인을 받은 안전한 약물로 광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FDA는 이 약물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경고하는 등 과다 복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FDA는 피부에 자극을 일으켜 사마귀를 제거하는 데 사용됐던 ‘스패니쉬 플라이’를 과다 복용할 경우 혈변이나 혈뇨·배뇨통·급성신부전 등 다양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명 ‘도리도리’로 불리는 엑스터시 또한 환각과 흥분 효과가 히로뽕의 3배가 넘고 부작용도 커 90년 이후 영국에서만 60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 당국차원의 현황 파악이나 단속 등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이와관련 “많은 여성들이 커피, 콜라, 맥주 등에 몰래 섞어 놓은 최음제 때문에 무기력하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당국은 현황 파악과 단속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심각한 신장장애와 성폭행을 유발하는 최음제 판매 현황을 조사하고 약사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밀수업자·판매업자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기자
pjy0925@hotmail.com


‘사기’당하고 ‘전과’달고
렌즈세척액 ‘최음제’라 속여 50만원 판매
가짜 최음제에 돈 날리고 마약사범 전락

인터넷을 통해 콘택트렌즈 세척제를 ‘최음제’로 알고 구입한 네티즌들이 최근 검찰에 적발되면서 돈은 돈대로 날리고 마약 전과까지 달게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유명 인터넷사이트에 ‘약방의 감초’ 등의 이름으로 카페를 개설한 뒤 렌즈 세척액을 최음제라고 속여 판매한 ‘가짜 마약상’ 김모(25)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인터넷 카페 상에 “여자가 ‘물뽕(물같은 히로뽕)’을 먹고 30분이 지나면 흥분하기 시작하는데 약간의 신체접촉을 하면 여자가 미치면서 만사 OK” 등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내걸고 일부 남성들을 유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광고에 속아 전과자가 된 이들은 모두 19명. 연령대 별로는 ▲20대 7명 ▲30대 9명 ▲40대 2명 ▲50대 1명으로, 학력별로는 ▲고졸 5명 ▲대졸 11명 ▲대학생 3명 등 천차만별이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검찰 관계자는 “김 씨에게서 약을 구입한 사람은 모두 19명으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며 “현행법상 실제 마약이 아니더라도 마약으로 알고 구입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물뽕’을 구매하게 된 용도도 가지각색이다.
미혼남 김모(27) 씨는 “평소 사귀는 애인의 성감도를 높인다”는 의도였으며, 증권회사에 다니는 31살의 기혼남 이모 씨는 평소 눈여겨보았던 유흥업소 여종업원에게 ‘작업’을 걸 목적으로 20회분의 ‘물뽕’을 5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10회분에 30만원을 받고 판매된 렌즈 세척제의 실제 가격은 4,500원에 불과했다.

검찰은 “일부 기혼자는 원활한 부부관계를 위해 구입했다고 하나 대부분은 성관계를 거절하는 여자친구나 애인, 유흥 종사자에게 몰래 복용케 할 목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물뽕’은 알코올과 함께 복용할 경우 의식을 잃을 수 있으며, 추후 발생한 일을 기억하지 못해 미국 등지에서는 ‘데이트 강간 마약’으로 통한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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