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업체’ 밀착 의혹

불법·탈법 속에 눈덩이처럼 늘어난 소비자 피해
판매공제조합은 공정거래위원회 낙하산 착지장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각종 기업관련 규제를 총괄하는 부서로 소위 ‘재벌 군기반장’ 역할을 담당했던 공정위기 때문에 비난은 더욱 거셌다.

특히 불법 영업행위를 감독해야 하는 공정위 전·현직 공무원들이 다단계업계의 이사장 등 주요 임원을 맡아 다단계판매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방문판매법에 따라 공제조합을 인허가하고 있다. 공제조합을 통해 다단계판매의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 판매공제조합은 특수판매조합(제이유 등 국내 기업), 직판조합(암웨이 등 외국계 기업)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다단계공제조합이 직판과 특판으로 나눌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2개로 만든 것은 결국 공정위 직원들의 퇴직 후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 해체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판매조합의 고위 임직원으로 채용돼 왔다. 양대 조합의 이사장, 상무이사, 감사는 모두 공정위 출신인 셈. 그 결과 전관예우 등 공정위의 판매조합에 대한 감사가 1회에 그치는 등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7일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소비자를 현혹하는 마케팅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있는 다단계공제조합에 공정위 인사를 ‘낙하산 인사’ 함으로써 제이유(JU) 사태와 같은 불법행위에 늑장 대응을 하는 등 피해를 드러냈다”며 “다단계업체의 소비자피해 구제를 목적으로 출범한 직접판매공제조합의 정재룡 현 이사장과 이한억 전 이사장, 특수판매공제조합 조휘갑 현 이사장, 주용길 현 상무, 이규관 현 재경팀장, 박동식 전 이사장, 박선광 전 전무 등이 모두 공정위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직 공정위 특수거래팀장과 과장은 2003년 8월부터 특수판매공제조합의 이사를 맡아 다단계업계에 직접 간여하고 각종 수당까지 챙겨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거래팀은 2004년 이후 현재까지 9차례 이사회에 참석, 회의비 명목으로 258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 확대시킨 늑장 정보공개

또한 불법다단계업체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정보 공개에 늑장을 부리고 있어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75개 회원사 가운데 2005년 한해 상호를 변경한 다단계업체가 31개사(41.3%)에 달하는 등 회사이름이나 대표자 등 주요정보를 바꿔 영업한 업체가 58개사(77.3%)였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해 사업자들의 피해를 예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발 늦은 정보 공개로 인해 피해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2004년 국내외 다단계 업체 가운데 매출 1위(2조1,000억원 추산)를 기록한 제이유는 지난해 10월 13일 특수판매공제조합으로부터 공제거래중지 조치를 받았고 12월 1일 공제거래가 해지됐다. 공제거래가 중지 또는 해지되면 소비자가 구매한 물품에 대해 특수판매공제조합에서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공제거래가 중지된 후에도 한달 반 동안 제이유는 별다른 단속을 받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다단계 업체 78곳의 2004년 정보를 1차로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불법 판매로 현재 검찰에 조사중인 매출 상위권에 속하는 위베스트인터내셔널 등 9개 업체에 대해 “법 위반 혐의가 있어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오히려 공개를 늦추었다. 그 결과 국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인 위베스트인터내셔널은 거래 허가가 취소된 지난해 12월 초까지 불법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공무원 행동 강령 준수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공정위는 할말 많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직판과 특판조합의 공정위 퇴직 인사들이 포진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면서 “과거 공정위 직원으로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다단계판매업체들의 횡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이런 이사 선임은 다단계업체가 직접 선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퇴직 인사가 공제조합의 이사 등 임원으로 포진하면 정부정책을 설명하고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수 있다”며 “공무원으로 최선의 대책이지 ‘낙하산 인사’ 논란의 대상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 이 관계자는 “특수거래팀장이 공제조합의 이사를 맡아 각종 수당을 받은 것은 말 그대로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정당한 수당비”라며 “이는 ‘소비자비해보상기구’로 공정위 규정을 논할 때 참석한 수당으로 수당비는 조합 예산”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업체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소비자 피해보상제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은 게 사실이다. 특히 다단계판매의 피해를 막기 위해 2003년부터 도입된 공제조합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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