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명계남 등 외곽 친노세력 조직화하며 경선 대책


 

▲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5% 대의 낮은 지지지율을 보였던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면서 전국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열린우리당이 완전국민경선제인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흥행 돌풍’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여당 역사상 유례없는 ‘바닥 지지도’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여당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진성당원들을 자랑하며 당원 중심의 정당을 추구했던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당원들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들면서까지 선택한 자구책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불합리 지적은 여당 내부에서도 일고 있지만, 긍정적 기대가 일단은 대세다.

각 대선주자 진영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사실상 선거 캠페인에 돌입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노사모가 다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당 외곽 친노세력의 집결이 여당 분열을 촉발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대선 후보는 일반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다. 이에 따라 당원들은 대선후보 선출에 있어서 만큼은 의미 없는 존재가 된다.

여당은 오픈프라이머리 외엔 대안이 없다는 데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당내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기류도 분명히 있다.

여당의 한 당직자는 “사실 따지고 보면 고건 전총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멍석을 깔아놓은 건데, 여당 후보감들이 하도 약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며 “개인적으론 정당 정체성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성호 전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 채택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을 왜 창당했고, 정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면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창당 정신을 이 제도가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려면 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아니면 그간 당비를 내온 당원들에게 당비를 돌려준 뒤 해야할 것”이라고도 했다.

재야 출신 여당 인사도 “당 후보를 당이 뽑지 않는다는 것은 뭐가 잘못 되도 한참 잘 못된 일이다”며 “흥행 돌풍도 좋지만 국민들에게 여당이 흥행에 목숨 건 것처럼 비치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반 당원들의 불만은 더 크게 터져 나올 법한 상황이다. 특히 100% 진성당원으로 정당 문화 쇄신에 앞장섰던 과거 개혁당 출신 당원들로서는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외로 조용하다.

당내에서 ‘강성’으로 통하는 개혁당 출신들과 노사모, 국참연, 참정연 등 친노 계열 쪽에선 특별히 눈에 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왜 일까.

개혁당 출신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사실상 ‘리더’격인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대선후보로 띄우기엔 오픈프라이머리가 제격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권은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의장 계열로 거의 양분돼 있는 상황. 이 같은 현실에서 ‘당심’에 따라 후보를 선출할 경우 유시민 장관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하다.

특히 여당에서는 호남지역 지지를 염두에 둔 범개혁세력 집결을 재집권 대안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 장관 지지자들은 ‘당심’에 기대를 걸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들 입장에선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더라도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새 바람’을 일으키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후보와 맞설 후보로는 개혁성향이 뚜렷한 유 장관이 적격이라는 논리를 ‘새 바람’의 핵심 내용으로 띄우고 싶은 것이다.

여권 내 오픈프라이머리가 ‘유시민 프로젝트’ 혹은 ‘친노신당론’과 맞물려 해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권은 200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5%의 지지율에 머물던 노무현 후보가 광주지역 경선을 거치면서 대권후보로 급부상한 뒤, 대권까지 획득한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일으켰던 그 바람을 다시금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친노계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하는 안희정 씨는 최근 서울 마포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재집권 준비 운동에 뛰어들었다. 당 외곽조직을 규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노사모 회장을 지낸 바 있는 명계남 씨도 노사모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중진인사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한 이상 비당원들의 조직된 움직임이 관건일 수밖에 없게 됐는데, 가장 잘 조직화 된 팀이 바로 노사모다”면서 “노사모들이 어떤 모양으로든 오픈프라이머리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모 등을 중심으로 친노 당외세력의 조직화가 가시화 될 경우 여권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분열할 공산이 크다. 여권은 하나의 목소리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기대치는 양 갈래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경쟁 구도로 볼 때 결국 고건 전총리만이 대안이라는 쪽과, 철저한 개혁성향의 새 인물 즉, 제3후보가 등장해야 한다는 쪽으로 구분돼 있다.

전자는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을 규합하는 범개혁민주세력 복원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후자는 친노세력 중심의 재도약 내지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희망하고 있다.

양자 모두 차기 대선이 한나라당 대 반(反)한나라당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지지기반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범여권이 단일한 체제로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대선후보를 확정할 경우 전자든 후자든, 어느 한 쪽은 기대치를 뒤로하고 다른 쪽에 흡수돼야 한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이후 어느 한 쪽으로의 흡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여권에선 민주당 세력과의 통합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이른바 ‘통합세력’의 의지가 강하게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당 해체’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대철 고문의 ‘선 해체 후 통합론’은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친노세력을 배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 진행 과정 가운데 범여권의 분열과 개편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노 당외세력의 결집이 이들 통합세력을 자극할 경우 개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친노계열의 백원우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 공론화의 물꼬를 튼 점 ▲과거 개혁당 출신들이 오픈프라이머리에 적극적인 반기를 들지 않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점 ▲안희정·명계남 씨 등 친노 인사들이 노사모 등 당 외곽세력을 규합하며 오픈프라이머리 대책팀을 가동하고 있는 점 ▲노 대통령은 물론 친노계열에서 제기하고 있는 제3후보론 ▲‘유시민 프로젝트’가 여권에서 빈번히 회자되고 있는 점 등은 여권내 통합세력을 불편하게 하는 징조들이다.


<오픈프라이머리란>

열린우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대통령 후보를 일반 국민의 투표로 뽑는 방식이다. 당원과 비당원을 구분하지 않고 지역 편차만 조정하는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가 열린우리당의 복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각 정당들은 대선후보 선출을 주로 진성당원들의 선출에 의존했다. 일부 여론조사를 실시해 반영하기도 했지만, 대선후보 선출은 당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가 채택되면 더 이상 당원의 의미는 없어진다. 일반 국민들이 투표
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상대진영의 당원이 투표를 하는 기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제도의 도입을 두고 위헌논란이 일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하는 주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 유권자가 여러 정당의 예비선거에 동시에 참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오픈프라이머리 자체에 대한 위헌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념과 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의 결사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다. 책임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한나라당도 오픈프라이머리 논란>

이명박 전시장의 지지율이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 오픈프라이머리 논란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첨예한 대립은 일단 피해 가는 듯한 모습이다.

이 전시장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지난 10일 실시한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31.7%의 지지를 얻었다.

19.4%인 박근혜 전대표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것. 이 전시장은 최근 한 달 간 실시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0월 9~10일 양일간 실시한 주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전시장은 리얼미터 조사 이래 최고치인 34.1%를 기록, 22.6%를 기록한 박 전대표에 크게 앞섰다. 고건 전총리는 17.6%로 3위였다.

이 전시장의 이 같은 상승세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은 한풀 쉬는 분위기다. 이 전시장 진영에서는 “굳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안 하더라도 내부 경선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여유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전시장을 지지하는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여전히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 등 경선 방식을 놓고 양 진영이 격돌할 경우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이 전시장 쪽에선 “요즘 같은 지지도만 지속된다면 경선도 문제없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지지도가 박빙일 경우 당내 경선에서 박 전대표를 이길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적극 찬성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요즘 같은 추세라면 얼마든지 승산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전시장 진영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대표가 당 세력의 60% 이상의 쥐고 있다하더라도 일반적인 지지도에서 격차가 계속 벌어질 경우 ‘당심’이 이명박 전시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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