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석 3조 노린 핵실험?


 

# 내부결속 및 미국과 ‘맞짱’, 국경선 분쟁 예단 포석
# 60년대부터 핵개발, 90년대 한반도 전쟁위기 불러와

북한 핵실험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그가 감행한 ‘핵 도박’의 성공여부가 주목된다. 일부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핵카드를 빼든 김정일의 도박은 무모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거둬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도깨비가 무식하면 부적도 안 통한다”고 말한다.
핵 도박 카드의 성공여부에 따라 국제사회에서의 북한 운명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어떤 노림수를 띄고 대도박을 감행했을까.

북한은 지난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시작해 최근까지 여러 차례의 핵위기를 불러왔다. 이 중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게 한 핵위기 상황은 크게 두 차례다.

지난 1993년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추출량의 의문을 제기하며 사찰을 요구하자 북한은 이를 거부하며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당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 핵시설 폭격론을 내세워 한반도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북미간 제네바합의로 북핵위기는 수그러들었다.

한 동안 잠잠하던 핵위기는 지난 2002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다. 미국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북한은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 이에 미국이 제네바합의 파기라며 중유공급 중단 등을 선언하자 북한은 NPT 탈퇴로 맞섰다.

이후 거듭된 6자 회담을 통해 북핵위기를 조율했지만 북미간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대립은 지속됐다. 결국 지난해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선언한데 이어 지난 3일 핵실험을 예고, 6일 후인 지난 9일 지하 핵실험을 강행하며 다시 한번 핵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대의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어떤 노림수를 띄고 이런 대도박을 하고 있을 걸까. 여기에는 1석 3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3가지 효과는 북한 내부결속, 북미 양자회담, 중국과의 국경선 분쟁 예단 등이다.

우선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사망이후 정권을 물려받았지만 예전과 같은 내부결속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집권이후 탈북자가 더욱 많이 생겨났고,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발생한 남북한 서해교전을 두고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2002년 서해교전은 북한 해군의 선도발에 대항해 우리 해군이 맞서 국지전쟁을 벌였다.

당시에는 남북 화해무드가 한창이었고 김 위원장의 남한 방문도 얘기가 오가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해군의 선도발은 김 위원장의 지시나 의중과는 상관없이 북한군 내부 자체적인 판단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렸다. 즉, 김 위원장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고, 북한군은 내부 자체적으로 무력도발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식량.에너지난이 가속화 됐고 국제적인 금융제재 때문에 대내외적인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이번 핵실험은 핵무기 보유국임을 자처할 수 있어 내부결속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미국 압박 수단으로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벌여왔던 6자회담을 북미 양자회담으로 바꾸고 미국과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북한·미국·러시아·일본·중국이 참여하는 6자회담에서 미국의 입김이 가장 세기 때문에 이런 분석이 뒤따른다.

즉, 북한의 중유공급 중단, 금융 제대 등은 미국의 주도하에 이뤄졌고, 결국 북한은 미국과 담판을 지어야 지금의 위기상황을 탈출할 수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맞짱 대담’을 이끌어 낼 카드로 핵실험 도박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과의 국경선 분쟁을 예단,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만강 등 북한-중국간 국경선을 긋고 있는 지역은 예전부터 ‘국경선 분쟁’이 암암리에 있어왔다.

특히 최근 동북아 공정과 관련 중국은 고구려사 편입 등을 시도하며 한반도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선이 맞닿아 있는 북한은 추후 본격적인 국경선 분쟁이 있을 것을 예단, 이번 핵실험으로 이런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주변국들 중 중국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했을 때 중국은 “핵실험 강행은 북한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결국 무시됐기 때문이다. 즉, 김 위원장은 핵실험을 통해 ‘이제는 더 이상 중국의 말을 듣지 않겠다. 상관하지 말라’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그 동안 군사력 강화에 집중해온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무기만큼 좋은 위협협상카드도 없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를 재래식 무기라고 함. 단, 핵잠수함은 재래식 무기로 분류됨)를 가지고는 자신들이 주창해온 군사강국의 면모를 보일 수 없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통해 군사강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국제무대에서의 협상카드로 이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김 위원장이 이번 핵실험 도박이 자신의 의도대로 갈 경우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도박이 실패 할 경우 북한은 큰 위기상황에 빠짐은 물론 ‘김정일 정권’은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정일의 대도박’이 성공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이 던진 면밀한 승부수가 성공 혹은 실패할 것이라는 확실한 분석을 내놓지 못한다. 북한의 움직임과 주변국들의 대응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무조건 반대’라는 기존여론과는 달리 이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찬성론의 목소리가 네티즌을 비롯한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흘러나와 달라진 대북관념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한반도도 이제 핵보유 국이다”, “남한도 핵 개발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이제 미국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됐다”, “고구려의 혈통을 북한이 그대로 계승했다”라며 찬성론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핵을 보유한 북한과 같은 민족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라고 까지 말한다. 이런 견해들은 통일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중국 등 열강 속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총체적인 위기를 대변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아직은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 상황이므로 핵을 보유하는 것은 곧 남한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정욱 기자 ottawa1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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