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알몸 어때요?”…은밀한 거래


 

▲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의 ‘A화상미팅방’.

음란 화상전화에 회사원에서 주부, 여대생까지 몰입
모니터 통해 음란행위, 매춘 조장, 원조교제도 성행

남성전용 ‘전화방’이 진화를 거듭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고용된 여성이 남성고객과 일대일로 통화하던 형태의 전화방이 IT시대를 맞이해 ‘티브이(TV) 전화방’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티브이 전화방이란 남녀가 모니터를 통해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뒤 변태영업을 일삼는 신종 퇴폐업소 가운데 하나다. 일면식조차 없었던 남녀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서로의 알몸을 보여주며 심지어 매춘을 전제로 야한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다. 일부 업소들의 경우 미성년 여성들을 고용, 원조교제를 부추기기도 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하지만 이를 규제하거나 지도, 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무법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미성년자의 원조교제와 주부탈선의 온상으로 지목 받고 있는 ‘티브이 전화방’을 직접 체험해 봤다.

전화방에 이어 최근 ‘티브이 전화방’이라는 신종 변태 업소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수화기를 통해 전해오는 신음소리만으로 욕망을 충족해야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신식 LCD 모니터 등을 설치해 상대여성의 알몸까지 볼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된 것.

이러한 신종 변태업소는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유흥가 곳곳에 퍼지고 있으며, 실제로 서울 관악구와 인천 부평구, 경기도 부천시 등 3곳에서 티브이 전화방을 운영하던 이모(54) 씨가 미성년자인 최모(18) 양을 고용해 음란행위를 시킨 혐의로 최근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 논현동 A화상미팅방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의 ‘A 화상미팅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지막한 목소리의 여종업원이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종업원이 서있는 카운터 뒤편으로는 20여개의 방 번호와 함께 여러 개의 붉은색 소형등이 눈에 띄었다. 홍등을 밝힌 몇 개의 소형등은 방에 손님이 있음을 암시한다.

대기실에는 무료로 갖다 볼 수 있는 성인잡지가 가득 비치돼 있었으며, 한쪽 구석에는 1회용 자위기구를 판매하는 자판기도 보였다.

좁은 통로를 지나 1.5평도 안돼 보이는 밀실로 취재진을 안내한 종업원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전화기에 유선마이크를 연결시킨 뒤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짧은 인사말을 남긴 채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취재진은 긴 소파에 앉아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비디오방 구조와 매우 흡사한 실내에는 CCTV 카메라와 19인치 LCD 모니터, 유선전화기 등이 갖춰져 있었다. 재떨이가 놓인 탁자 밑으로는 깨끗하게 비워진 쓰레기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한쪽 벽면에는 반정도 쓰다만 얄상한 두루마리 화장지가 걸려 있었다.

자세를 고쳐 앉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인터폰이 울렸다. “연결됩니다”란 종업원의 안내멘트와 함께 잠시 후 20대 초반의 여성 도우미가 LCD 모니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꽃다운 스무 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화면 속 도우미는 낯을 가리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묻고 답하기’를 10여분, 어느 정도 서먹함이 사라지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면에 제 몸이 어디까지 보여요”라고 물으며 한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심지어 입고 있던 브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치며 교태 넘치는 신음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방안은 어느새 질퍽함으로 뒤덮혔다. 분위기도 전환할 겸 도우미에게 이곳 직원이냐고 물었다. 이에 그녀는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나 오빠(업주)한테 연락이 올 때 가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식으로 일하곤 한다”고 답했다.

‘유부녀 아르바이트생도 있느냐’는 질문에 도우미는 “있긴 있지만 아줌마라고 해서 펑퍼짐한 40~50대 아줌마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이곳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줌마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으로 앳돼 보이는 미시족”이라고 말했다.

미시족들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에 대해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것’이라고 정의한 그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없이 오는 아줌마들도 있지만 대부분 남편과 속궁합이 맞지 않아 괴로워하는 미시족들”이라며 “그들에게 돈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도우미들이 CCTV 앞에서 성적인 농담을 즐기며 옷을 벗는 이유는 단 하나, 서비스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얼굴조차 본 적 없는 남성을 위해 스스로 옷을 벗고 자위하며 수다를 떤 대가로 그녀들은 시간당 7,000원가량을 업주로부터 지급받는다고 한다.

티브이 전화방과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자 예의 여성 도우미는 “아저씨, 기자예요”라고 물으며 옷맵시를 가다듬었다. 그렇다는 취재진의 답변에 그녀는 황당해하면서도 그곳 사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에 따르면 전화방에서 남자들을 상대로 하는 도우미들은 주로 평범한 여대생들과 전문직 여성 또는 주부들이며, 일부 업주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미짜(미성년자)’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화방과 인터넷 채팅을 통해 남성들을 만난 미성년들이 가장 많았다.

또한 여성 도우미는 “여자들이 즐기는 ‘여성전용휴게실’도 생겼다”는 새로운 사실도 전했다. 여성전용휴게실과 관련 그녀는 “그곳에선 나같은 역할을 20대 남성 아르바이트생들이 한다”며 “돈 많은 아줌마들을 상대로 옷을 벗기도 하고 때에 따라 2차도 나간다”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남성 도우미들은 수고의 대가로 업주에게 일당 5만원을 받으며, 2차는 15만~20만원 상당이다.

단속 어려워

‘현대의 고독한 남성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버젓이 변태영업을 일삼는 티브이 전화방. 그 이면에는 음탕한 성적 대화와 불륜을 통해 쾌락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만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는 미비한 상태다. 경찰이 들이닥친다 하더라도 현장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윤락을 알선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또한 청소년유해업소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미성년자를 고용했다 하더라도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화상데이트나 화상미팅방 등의 티브이 전화방이 서울과 부산, 인천, 경기도 등에 퍼져있지만 현행법으로는 단속에 한계가 많다”며 “일반 전화방과 달리 티브이 전화방은 목소리를 전화가 아닌 유선 마이크로 연결하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처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단속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이너 뉴스 www.minornews.com


너무 꼼꼼한 성매매 장부

서울 중랑경찰서가 때아닌 ‘일복’으로 난감해 하고 있다. 중랑경찰서에 ‘일복’이 터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 뭇남성들과 ‘묻지마 성관계’를 가져온 김모(43) 씨를 검거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녀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의 모 화상전화방을 통해 알게된 남성들과 1회에 8만~10만원씩을 받고 성관계를 맺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남성들과 모텔 등에서 성관계를 가진 뒤 매번 ‘성매매 장부’를 기록해 왔다. 남성 1,000여명에 관한 신상을 빼곡이 기록해 놓은 이 수첩에는 상대남의 이름은 물론 나이와 전화번호, 직장, 특징, 금액까지 담겨있었다.

특징 또한 ▲매너가 괜찮으면 ‘괜’ ▲매너가 좋지 않으면 ‘진상’의 ‘상’ ▲성관계를 두 번 했으면 ‘두’로 표기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스프링 노트에 자신과 성매매를 한 남성의 신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 온 그녀는 나중에 찾기 편리하도록 휴대전화 번호의 셋째 자릿수(011의 경우 ‘1’)를 ‘1’, ‘6’, ‘7’, ‘9’ 로 구분 짓고, 견출지로 표시해 붙여놓는 꼼꼼함까지 보였다.

당시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한번 만났던 남자를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게 될 때 매너가 나쁜 사람이면 피하고 좋은 사람이면 잘해 주려고 장부를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수첩 속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어 남성들을 소환한 뒤 성매매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이 워낙 많은 데다 일부 남성들은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지도 않아 조사에 애를 먹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 100여명을 불러 조사를 마쳤지만 ‘어마어마한’ 조사 대상 때문에 언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7월 중순에 발생한 사건을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검찰 또한 입건된 남성들의 숫자가 너무 많자 20명씩 끊어서 송치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마이너뉴스>


비디오방이야? 모텔이야?

암암리에 성매매를 알선하는 ‘퇴폐 비디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업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러브호텔 형태의 영업을 벌이고 있는 비디오방이 최근에는 티켓다방과 연계,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B비디오방.
입구에 붙여있는 철 지난 삼류 영화 포스터가 인적 드문 비디오방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B비디오방은 저녁 무렵이면 남성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건물 지하에 위치한 허름한 B비디오방의 실내는 여느 비디오방과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점이라면 해질 무렵 남성 손님 혼자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B비디오방 단골이라는 회사원 김모(34) 씨는 “B비디오방은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떡방(성행위를 하는 장소)’이라고 통한다”며 “단속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성행위를 할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다방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맺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영시간이 긴 영화를 고른 후 카운터에 “커피 한잔 시켜주세요”라는 말만 건네면 된다. 그 뒤로는 B비디오방 업주가 다 알아서 해준다는 것.

이와 관련 인근 티켓다방의 윤정(23) 씨는 “돈만 더 얹어주면 비디오방에서도 2차가 가능하다”며 “비디오 방에서 관계를 맺으면 마담에게 T/C를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단란에서 일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디오방에서 성관계를 갖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할까.
회사원 김 씨는 “다방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부분 커피값 6,000원에 시간당 티켓료 3만원, 비디오방 입실료 5,000원이 추가된다”며 “예를 들어 1시간 동안 다방 여종업원과 즐기기 위해선 최소 4만1,000원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성매매집결지인 집창촌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이러한 퇴폐 비디오방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일대에만 10여군데가 넘으며, 원곡동과 10분 거리인 시화공단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 지역은 불과 2∼3년 전 티켓영업을 하는 여종업원의 실체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퇴폐 비디오방과 티켓다방간의 성매매 주선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마이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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