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욕구에 여고생 희생


 

출소 1년만에 또 여고생 성폭행 살해해 충격
순수한 마음 악용 유인, “술김에 성욕 해소”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4년가량 복역한 전과자가 출소한 지 1년도 안 돼 또다시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여고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김모(50·중고자동차판매원)씨에 대해 살인 및 시체유기 등의 혐의로 지난 9월1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용의자 김씨는 5년 전에도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했다가 실형을 살았던 것으로 밝혀져 성폭행범에 대한 국가사회적 관리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씨가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S여고 인근 골목길에서 귀가 중이던 이 학교 2학년생 문모(17)양을 납치한 것은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께.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미술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문양에게 접근해 “S여고 학생이냐, 너희 학교에 △△△ 윤리 선생님이 근무하느냐, 지금 △△△ 선생님이 교통사고가 나서 너의 도움이 필요한데 같이 가 줄 수 있느냐”고 속여 자신의 흰색 티코 승용차에 태운 뒤 인근 달서구 대천동 옛 비상활주로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2001년 11월에도 이번 범행장소와 400여m 떨어진 S여고 인근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할 당시에도 이번 사건에서 사용한 ‘선생님 교통사고’ 이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생님의 말을 믿고 따르는 순수한 여고생의 심리를 자신의 더러운 범죄에 이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김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학부모라고 속이고 교사 이름을 알아내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며 “당시 사건으로 김씨는 3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9월 만기 출소했다”고 덧붙였다.

추악한 욕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씨를 가리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할 만큼 범행이 치밀하고 대담했다. 문양을 흉기로 위협한 뒤 스스로 부모에게 “독서실인데 새벽 1시까지 들어가겠다”는 전화를 걸도록 함으로써 사건발생 초기에 경찰이 단순 실종사건으로 보도록 한 것.

이후 김씨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 백련사 부근 정대리 야산으로 끌고 가 강제로 문양을 욕보였다. 또한 사건을 은닉하기 위해 그는 옷으로 입을 막아 문양을 질식사시키고 시신을 성폭행 장소에서 약 3㎞ 떨어진 산 중턱으로 옮긴 뒤 다음날 오전 9시께 이곳을 다시 방문, 시신을 암매장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5년 전 여중생 성폭행범으로 체포된 것이 여중생을 풀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돼 문양이 신고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암매장 했다”며 “시신의 빠른 부패를 위해 흉기로 시신 일부를 훼손했다”고 경찰에 털어놓았다.

김씨가 문양을 납치, 살해한 동기가 단순히 성욕 해소와 범행 발각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동거녀와 싸운 뒤 홧김에 술을 마시고 성욕 해소를 위해 자신의 집에서 수백m 떨어진 송현동 S여고 앞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이다.

더욱이 김씨는 문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도 지난 9월8일 오후부터 13일까지 서울역과 부산 서구청 등지의 공중전화 부스에서 노숙인을 시켜 문양의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내용의 협박전화를 걸만큼 대담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숙인에게 ‘현금을 준비하라’고 전화를 걸도록 하거나, 청소부인데 ‘아빠 도와 주세요, 여기가 완월동이라고 하네요’라는 쪽지를 주웠다고 전화를 걸게 하는 등 금품을 노린 단순 인질강도사건처럼 보이게 했다”면서 “처음 문양을 데리고갔던 옛 비상활주로에서 범행장소를 달성군으로 옮긴 것도 경찰이 2001년 범행과 연관짓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부산의 모 구청 민원실 폐쇄회로(CC) TV에 문 양 가족에게 협박전화를 걸던 김씨의 모습이 찍힌 사실을 확인하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이날 오후 대구 남구 서부정류장 인근에서 김 씨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문양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끔찍한 범행에 분노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1,000여 건 넘게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용의자의 나이면 그만한 막내딸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딸 가진 부모로서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어떻게 미성년 성폭행범이 4년 만에 출소할 수 있느냐”며 강한 처벌을 요구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경찰과 같이 간 범행현장 2곳에 막걸리를 부은 뒤 절을 두 번씩하며 “아저씨가 잘 못했다”고 통곡을 하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영 기자


경찰 초동수사 ‘우왕좌왕’

경찰이 여고생이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용의자를 파악하는 등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더욱이 용의자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지만 수사혼선 만 거듭해 사건 경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대구 달서경찰서가 문양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것은 납치된 지 10여 시간이 지난 5일 오전께로 김씨가 처음으로 문양 가족에게 전화를 한 8일까지 단순가출인지 아니면 납치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또 지난 9일 김씨가 범행 전 여고생 3명을 납치하려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틀이 지나서야 용의자로 김씨를 특정했으며 그 것도 타 경찰서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협박전화로 인해 납치강도 용의자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다 보니 김씨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김씨가 동일한 장소, 수법, 전과가 있어 범행 후 경찰 용의선상에 오를 것을 우려해 인질강도범으로 위장하기 위해 문양을 살해한 뒤 가족들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건 것에 경찰이 넘어가 수사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

뿐만 아니라 달서경찰서는 실종신고를 받은 뒤 바로 납치사건으로 의심하면서도 실종신고 이틀 뒤 협박전화가 걸려 오고서야 수사 인원을 대폭 확충하는 등 소극적으로 초동 수사에 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김씨가 5년 전 인접한 학교의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한 혐의로 3년여 간 복역한 뒤 지난해 9월 출소 후 1년 만에 또다시 같은 수법의 범죄를 저질러 성범죄자에 대한 교정행정과 범죄자 사후관리의 미흡함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지역 결찰서와 공조수사를 하는 등 신속한 조치로 김시를 검거하게 됐다”면서 “납치사건으로는 드물게 범행 10여 일만에 사건을 해결, 비교적 빨리 사건을 해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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