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네기식 영업으로 법망 무력화


 

▲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G호텔.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이곳 5층에는 불법 카지노바인 ‘올인’이 비밀리에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두 달 꼴로 자리 옮기고 회원제로 비밀 운영
하루 판돈만 수억원, 주택가까지 침투해 심각

검찰과 경찰의 단속이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사행성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에 집중된 틈을 타 불법 하우스 카지노 도박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국의 강도 높은 단속으로 대다수의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이 문을 닫자 불법 카지노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밀 도박장은 수도권 유흥지역에 몰려 있으며 조직폭력배들이 특급호텔 카지노나 강원 정선카지노 출신 딜러들을 고용해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판돈이 하루 수억~수십억원 수준에 달해 잭팟이 터지더라도 기껏해야 200만~300만원에 그치는 릴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이들 업소 대부분은 간판도 달지 않은 채 기존 회원의 소개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 비밀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단속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불법 카지노바를 추적했다.

지난달 30일 기자는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 A씨로부터 ‘장안동은 카지노 특구인가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내용인 즉 사행성 게임물이 절정에 올랐던 지난해 말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인근에 ‘올인’이라는 불법 카지노바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제보자 A씨는 올인 카지노바에 대해 “하루 총 판돈만 해도 5억원 이상이며 하루에 1~2억씩 잃은 사람도 봤다”면서 “심지어 건물을 매물로 내놓은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루 총 판돈을 평균 5억원으로 잡더라도 한달(30일 기준)이면 150억원, 1년이면 1,800억원 규모의 판돈이 오고가는 셈이다.

불법 카지노바 ‘활개’

제보자에 따르면 올인 카지노바는 손님들 사이사이에 ‘바람잡이’까지 심어 놔 실제로 손님이 돈을 따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이와 관련 A씨는 “한 테이블 당 8명 가량이 앉을 수 있는데 그 중 3~4명은 업주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라며 “그들은 일반인들 옆에 앉아 ‘이번에 걸면 딸 것 같으니, 더 배팅하라’는 식으로 돈이라는 개념을 쉽게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그 역시 이틀만에 4,000여만원을 잃어 현재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문제의 카지노가 문을 닫아야만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A씨는 “잃은 돈은 못 찾아도 좋으니 제발 강남 카지노바만 족치지 말고 버젓이 간판을 내걸로 영업하는 장안동도 단속해 달라”며 “진짜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것은 장안동 카지노바”라고 토로했다.

불법 카지노바 ‘올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월 6일 늦은 10시경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을 찾았다.

하지만 제보자의 말과는 달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올인’ 카지노바의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10여 곳이 넘는 상점상인들에게 ‘올인’ 카지노바에 대해 물어도 봤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손님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얼핏 듣긴 했어도 어디에 붙어 있는지는 모른다. 이곳에서 장사한 지 꽤 됐지만 간판 한번 본 적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비밀 도박장 대부분이 간판도 달지 않은 채 기존 회원의 소개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비밀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장안동 올인 카지노바

다행히 한 노점상인의 도움으로 기자는 ‘올인 카지노바가 장안동 G호텔 5층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올인 카지노바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뒤였다.

다만 G호텔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한 듯 5층으로 통하는 철문은 굳게 닫혀있었으며, 제보자가 말한 ‘간판’이 붙어있었을 자리로 추측되는 자국과 외부인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구멍만이 남아있었다.

G호텔 1층에 위치한 24시 편의점에서 지난 4월부터 근무해온 20대 후반의 종업원은 올인 카지노바에 대해 “내가 이곳에서 일하기 전부터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슨 영문인지 지난 4일 점심 경 허겁지겁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마나 급하게 갔는지 그곳에서 일하는 웨이터들도 어디로 이사갔는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며 “현재 5층은 비어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간판을 내걸고 버젓이 영업을 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건물 외관에 간판을 설치하지는 않았다”면서 “단지 카지노바 종업원들이 ‘5층 올인에서 왔어요’라며 가끔 외상을 해가곤 해 ‘이곳에 카지노바가 있구나’라고 짐작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손님들이 이곳에 내려와 푸념을 늘어놓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예의 그 종업원은 “친구들끼리 내려와 짜증 섞인 말투로 ‘오늘은 얼마 잃었냐’는 식의 대화를 듣긴 했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말은 없다”고 말했다.

별 소득을 얻지 못해 돌아가려는 기자에게 종업원은 대뜸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그는 “어차피 이사가지 전에 왔다손 치더라도 카지노바에 들어가진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 종업원은 “올인 카지노 출입문에는 무전기를 소지한 건장한 체격의 남성 2명이 24시간 지키고 앉아있었다”며 “낯익은 얼굴이 아니고선 그곳에 들어갈 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즉 무전기를 소지한 ‘문방(주변을 감시하는 문지기를 일컫는 도박계 은어)’ 2명을 출입문에 배치하고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도박장 출입자들을 철저히 통제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불법 카지노바가 기승을 부리는 것에 대해 경찰은 “조직폭력배들이 성인 오락실 단속을 피해 비밀 카지노바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또 “전국 500개 정도로 추정되는 불법 카지노바는 대부분 서울 강남권과 경기 일산, 의왕 등 수도권 유흥지역에 밀집돼 있다”면서 “이들은 1~2개월만 영업한 뒤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비밀 유지에 만전을 기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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