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여친 음란 사진 유포


 

배우자·애인 성행위, 나체사진 ‘재미삼아’ 게시
아내·애인 음란사진 공개해 수천만원 챙기기도

인터넷에 부부간 스와핑(교환 성행위)을 시도하는 사진을 게재하거나 배우자나 애인의 누드 사진을 올려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음란 사이트 운영자와 회원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발됐다. 이 중에는 대학 겸임교수와 현직 군수의 아들이 있는가 하면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이 실제 아내임을 증명하려고 가족사진까지 올린 경우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8월 27일 회원들이 올린 음란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F성인사이트 운영자 이모(32)씨와 대학겸임교수 권모(34)씨 등 2명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현직 군수 아들인 이모(25)씨 등 4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 사이트의 해킹을 시도한 민모(2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1년 ‘F’성인사이트를 개설해 30여만명을 회원으로 모집한 뒤 이들의 배우자나 애인의 음란 사진을 올리는 코너를 운영해 6억2,00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모 대학 겸임교수인 권씨 등 회원들은 배우자 또는 애인과 가진 성관계 사진, 나체 사진 8,000여건을 사이트에 올리고 한 번 퍼갈 때마다 50∼150원씩 받아 모두 6,000여만원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이트의 해킹을 시도한 민씨는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이트 회원 30여명에게 유포해 음란물 1만여건을 공짜로 내려 받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음란의 바다

입수한 피의자 명단에 따르면 음란사진을 올린 회원 중에는 대학 겸임교수뿐 아니라 ▲무역회사 대표 ▲증권사 간부 ▲○○신문사 기자 ▲영화 시나리오 작가 ▲사진작가 ▲군수의 대학생 아들 ▲미국 모협회 검사관 ▲중국인 사업가 ▲주부 등이 포함됐으며,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의 직업은 대학생부터 ▲주부 ▲강사 ▲미술학원장 ▲공무원 ▲간호사 ▲성매매 여성 ▲야타녀 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모 대학 겸임교수인 권씨는 아내와의 성행위 장면을 사이트에 올려놓기도 했다. 심지어 권씨는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의 아내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녀(딸 2명)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도 게시하는 등 세심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이 같은 사진 7,000여장을 올려 총 2,000여만원의 수입을 챙겼으며, 그 수입으로 촬영용 소품을 사거나 촬영장소인 집안을 꾸미는 등 재투자(?)까지 했다. 또 일부 회원은 스와핑을 시도하거나 여성 여러 명과 함께 찍은 변태적인 사진도 게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던 회원들의 상당수는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나 애인의 미모를 과시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장관승 경위는 ‘F’성인사이트와 관련 “전문 포르노, 누드모델의 연출된 음란사진에 싫증을 느낀 네티즌 30여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F’성인사이트는 2만여건의 음란물이 게시돼 있었다”며 “월수입 50만원 이하인 한 부부의 경우 아기 분유 값 등 생활비를 벌려고 집에서 나체 사진을 촬영해 500여만원을 벌어들이는 등 범행동기가 생계형인 사례도 일부 있었지만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나 애인의 미모를 과시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경위는 “회원들은 처음엔 재미로 사진을 올렸다가 음란물에 대한 댓글이 잇따르면서 경쟁이 붙는 데다 더 큰 성적 만족감을 느끼려고 중독에 빠져 들었다”며 “일반인들이 스스럼이 배우자의 음란 사진을 버젓이 유포하는 것은 무너져 가는 성 윤리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장 경위는 또 “일부 회원들이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동의를 받은 뒤 올렸는데 이게 죄가 되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아무리 직접 찍은 사진이라도 음란물을 인터넷에 올리면 죄가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F’성인사이트

지난 9월 1일 회원수 30여만명을 거느린 ‘F’성인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보았다. 지난달 27일 수사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은 이곳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 여전히 아내갤러리와 여친갤러리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음란사진들로 가득했으며, 심지어 오늘 날자로 업데이트 된 각종 음란사진도 수십장에 이르렀다.

이들이 올린 사진 대부분은 외국 포르노를 그대로 모방한 음란 사진이었으며 리모콘을 이용해 아내와의 성행위 장면을 찍은 사진도 있었다. 특히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원이나 야외를 배경으로 나체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한편, 일부 회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사이트 내 자유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회원들끼리 의기투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침실에서 부부가 둘이 무슨 짓거리를 하든 대체 나라가 뭔 상관이냐”며 언성을 높인 한 회원은 “운영자가 사이트 운영을 어찌해왔든 나의 관심 밖”이라며 “이런 이야기로 작금의 사태에 대한 쟁점을 흐리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유료결제회원이 아니었는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지금 ○○님 계좌로 10만원 보냈다”며 “힘차게 싸워달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마구잡이식 수사로 인해 더 많은 유료회원들만 만들어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진이 올라오는 데로 삭제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이 사이트의 폐쇄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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