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외국인 관광객 40만 명 돌파…3년 만에 최대 규모
中 경제 보복 조짐에 면세점 업황 회복세 늦춰질까 ‘긴장’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앞 중국의 한 화장품 회사 단체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앞 중국의 한 화장품 회사 단체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 | 중국의 리오프닝 수혜로 회복세를 보이던 면세점 업계가 최근 한중관계의 경색으로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절반 이상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면세점을 찾는 이들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고객은 43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75%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유행 시기인 2020년 3월(26만2143명)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면세점 매출도 1조2217억 원으로 지난 1월 대비 53.2%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매출액은 9654억 원으로 지난달(1조257억 원)보다 줄어들었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수는 11만1049명으로 지난달보다 40.9% 늘었다. 중국발 입국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건 지난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늘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외국인 매출액이 감소한 것도 한중 외교문제 등으로 중국인 단체여행이 풀리지 않은 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한중간 항공편이 더 증편되면 중국 관광객 입국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업계 실적이 코로나19 이전 수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국 보복 조치 조짐 

그러나 최근 G7 정상회의 이후 대만 문제 등을 놓고 한중관계가 얼어붙고 있어 긴장을 놓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업계 매출의 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일각에선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벌어졌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시 중국은 CF나 영화, 한중 합작 드라마에 나오던 한국인 모델 및 연예인들을 하차시키거나 한국 작품의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실제로 이미 보복 조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차단됐고 정용화의 일본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돌연 취소됐다. 당시 정용화는 해당 프로그램 2회까지 녹화를 마친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한령 여파는 없지만 혹여나 회복세가 늦춰질까 긴장하고 있다”며 “현재 면세업계는 2019년 매출 대비 70% 정도 회복된 수준이지만 나머지는 중국 관광객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사드 보복과 코로나19로 중국 단체 관광객의 유입에 제한이 있어왔던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서울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 ‘중국 리스크’ 대비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해외 활로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한중간 정치적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일찌감치 ‘중국 리스크’ 대비에 나선 것이다.

특히 현재 국내 면세 시장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이뤄내는 것이 관건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호주 멜버른 공항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에 진출한 신라면세점도 엔데믹을 맞아 본격적으로 해외 면세점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이 외에 업계는 국내 면세점에서 태국,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 고객의 비중을 넓히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없이는 전성기 시절을 되찾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국내 면세업계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2019년(24조8586억 원)은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 몰아치던 당시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출국객이 가파르게 증가함과 동시에 일본, 동남아 등 다양한 국적 고객들의 면세점을 방문하고 있지만 한중관계 악화로 인해 매출 회복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루빨리 외교관계가 개선되고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해야 면세 업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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