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권 입성 '올인'…"난 흠결 없는 정치인"

 지난 8년간 경기도정을 이끌어온 김문수 지사의 퇴임 이후 행보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충무공의 '사즉생' 의지 기리며 재보선 전대 출마 카드 만지작
국회의장 선거 등 최근 비박계 약진 속 당권 판도 변화여부 촉각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7·30 재보선 등 여야 정치권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굵직굵직한 정치일정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비박계 거물급 인사로 6월 30일 임기가 끝나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문수 지사는 박근혜 정부의 차기 총리 후보로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청렴성과 대중성,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만약 나에게 총리 임명 권한이 있다면 김 지사를 총리로 임명할 것"이라며 그의 자질을 높게 평가했다.
김 지사는 퇴임을 닷새 앞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문회에 나가더라도 걸릴 것은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주민등록 옮긴 것이 제일 많이 얘기되는 데 나는 봉천동과 부천 딱 두번 이사했다"며 "대학을 25년 만에 졸업한 사람이라 학위도 관심 없고 돈도 관심 없다. 논문은 쓸 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총리 제의가 오면 응하겠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지만 이날 발언의 행간을 짚어보면 현정부가 인사난맥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신은 흠결 없는 정치인'이란 점을 강조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앞으로 정치행보에 대해서는 "3년 반 뒤에 대통령선거에서 성공해야 한다"며 여전히 대권에 대한 의지도 식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재보선·전당대회 출마 고심 중

정홍원 총리의 유임으로 김 지사의 총리 기용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진 가운데 김 지사 앞에 놓인 선택답안지는 7.30 재보궐 선거 출마와 7.14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입성 두가지로 나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지사의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당대회에 나선다 하더라도 원외 신분으로는 정치활동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출마 가능 지역이 동작을 정도로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 하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 지역구였던 이 지역에서도 압도적 표를 얻을 만큼 민심의 기류가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점도 여권 출마자들의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 지사는 25일 마감된 새누리당의 재보선 지역 후보자 공모에 신청하지 않았으나 전략 공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사무총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재보선의 경우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퇴임 이후를 겨냥한 김 지사의 행보도 눈에 띈다. 김 지사는 최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개인 사무실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7일에는 충남 아산 현충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순신 장군의 영정에 참배했다. 김 지사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수 의원은 "현충사를 방문하지 않은 대권주자가 없었고 모두 기를 받아 잘 됐다"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지사는 "무과를 12위로 합격한 충무공은 애국 애민, 구국을 위한 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다"는 말로 참배의  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퇴임을 앞둔 김 지사가 갑작스럽게 현충사 등을 찾은 것은 당내 기반이 취약한 김 지사가 전대 출마시 낙관적인 상황이 아닌 가운데 임진왜란 당시 12척의 배로 '명량해전'에 출전하면서 부하들에게 '사즉생 생즉사'(죽으려고 나아가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의 정신을 강조했던 것을 통해 자신의 현 상황을 빗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왼쪽 두번째)가 27일 충남 아산시 염치읍 소재 충무공 이순신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현충사를 방문해 참배를 하고 있다.
비박계 대표주자로 당권 판도 뒤흔들 수도

지난 총선에서 친이계의 대거 낙선과 두 번의 도지사 임기로 새누리당내 김 지사의 지지세력은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높은 대중성과 청렴성이 강점으로 꼽히는 김 지사가 전대에 뛰어들 경우 '친박(친박근혜)계 대 비박(비박근혜)계'라는 선명한 대결구도로 이어지던 경선 구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
김 지사는 서울시장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한 정몽준 전 의원을 비롯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과도 지난 대선 당시 '비박 연대'를 구축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꼽힌다. 친박 지도부와 계파 정치에 대한 피로도,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와 양강구도의 당권주자에 대한 견제론이 팽배한 가운데 일정부분의 세결집은 충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달 23일 치러진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5선으로 직전까지 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대표의 우세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예상을 깨고 비박계로 분류되는 정의화 의장이 총 투표수 147표 가운데 101표를 획득해 46를 얻은 황우여 전 대표를 더불 스코어 차이로 제친 것이다. 
새누리당내 당권 주자들이 쇄신파와 일부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 김 지사의 전대 출마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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