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총격사고였다”

선임병 출신 문모씨 “절대 우발적인 행동 아니다” 분석
이 이병, 평소 총 쏘는 인터넷 게임 즐겨, 여자친구는 없어

지난해 6월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 G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 1년 1개월만에 또 다시 경기 가평군 맹호부대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해 국방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총격 사건이 발생한지 보름이 지났지만 원인 규명의 열쇠를 쥔 이모(20) 이병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어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번 총격사건이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우발적 사건인지, 개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내부생활 탓인지를 가늠하는 데 수사의 초기 방향을 맞추고 있지만 진상을 밝힐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기자는 사망한 박종석(21) 상병과 총상을 입은 김상혁(22) 병장의 전 선임병이었던 문모(26)씨를 만나 얽혀있는 맹호부대 총격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보았다.


지난 8월 24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인근 커피숍에서 사망한 박종석 상병과 관통상을 입은 김상혁 병장의 선임병이었던 문모씨를 만나 사건의 진상에 대해 들어봤다.

문씨에 따르면 이번 총격사건은 경기도 가평군 육군 맹호부대의 한 포대에서 발생했다. 그에 따르면 이 포대는 총격사건이 발생한 직후 붕괴돼 없어졌다.

이와 관련 문씨는 “70명 정도의 포대 병사들을 나머지 포대로 찢어 놨다더라”며 “사실 지금도 실탄을 주는데 사건이 발생한 포대를 그대로 두면 어디 무서워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쏠 사람이 없어 그 둘을 쏘냐”

부대 내 가혹행위 논란에 대해 문씨는 “훈련을 나가면 힘드니까 서로 챙겨줄 수밖에 없지만 훈련이 없는 기간에는 내부 작업 이외에는 하는 일이 없으니까 선·후배간 위계질서를 잡긴 한다”며 “솔직히 나이 또래가 비슷해 위계질서를 잡지 않으면 훈련을 나가서 힘들어 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계질서를 잡는다고 해도 예전처럼 때리는 게 아니라 분위기만 조성한다”고 덧붙였다.

총격을 당한 두 병사에 대해 문씨는 “후임병들한테 전화가 와 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게됐다”며 “솔직히 처음엔 안 믿었다. 내 후임이지만 ‘쏠 애가 없어 그런 애를 쏘냐’는 생각뿐이었다”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이어 “성격이 말 그대로 지랄 같았으면 갈궈서 쐈겠구나 하겠는데 그런 아이들이 아니었다”며 “군기를 잡아야겠다고 날뛰는 성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두 병사 모두 말수가 적고 낯을 많이 가려 눈에 띄지 않는 사병들이었다는 것이 문씨의 전언이다.

문씨에 따르면 사망한 박 상병은 특히 선임병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박 상병에 대해 문씨는 “애들이 박 상병을 좋아하는 이유가 행동이 느려도 뭘 시키면 참 잘했다”며 “짬밥 좀 먹으면 안 하려고 하는 애들이 있는데 박 상병은 말을 잘 듣는 스타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사건 직후 박 상병과 김 병장은 경기 분당 국군 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좌측 어깨 부위에 관통상을 입은 박 상병은 이날 새벽 4시 45분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김 병장은 왼쪽 팔에 관통상을 입고 치료 중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주 전 김상혁 병장에게 병문안을 다녀온 문씨는 “1차 수술한 다음날 김 병장을 찾아갔는데 당시 김 병장이 ‘이 이병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계급 차이 때문에 평소 대화가 별로 없었지만 나쁜 감정이 생길만한 사이도 아니었다. 왜 이 이병이 총을 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현재 김 병장은 왼쪽 어깨에 관통상을 입어 신경이 나간 상태라 신경 접합 수술을 했다”고 덧붙였다.

“철저히 사전 계획된 총격사건”

이번 가평 군부대 총격사건이 계획된 일인지 아니면 우발적 행동인지에 대한 논란에 대해 문씨는 “절대 우발적 행동은 아니었다”며 “사전부터 탈영하기 위해 계획된 일”이라고 단정했다.

이와 관련 문씨는 “우리 부대는 후방부라 탄창에 바로 실탄을 장착하진 않는다”며 “평소에는 경계사병이 공포탄창을 장전하고 있다가 긴급상황에만 실탄을 장전토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8월 10일 교대장인 김 병장은 평소와 같이 야간경계근무를 마친 박 상병과 이 이병을 데리고 실탄을 반납하기 위해 총기거취대로 갔을 것”이라며 “이후 총기에 있던 공포탄창을 반납 받아 지위통제실에 가져다 주고 실탄을 받기 위해 박 상병과 이 이병에게 가는 도중 총성을 들었다”고 했다.

김 병장의 말을 빌어 문씨는 “이 이병은 종석이를 먼저 쏜 뒤 상혁이가 지위통제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총을 겨눈 것”이라며 “상혁인 총을 맞은 상태로 부대까지 뛰어가 이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이 이병은 누구인가?

이번 가평 군부대 총기사고는 군에 입대한 지 불과 3개월 밖에 안된 신병에 의해 발생해 논란이 가중됐다.

두 선임병에게 무참히 총을 발사한 이 이병은 작년 모 전문대학을 다니다 그만둔 뒤 친구 2명과 함께 한 휴대전화 부품 조립회사에서 보름 가량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여자친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9일 입대한 이 이병은 집에 3통 정도 전화를 해 안부를 전했으나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이병은 6월 6일 집으로 보낸 편지에도 “아직 처음이라 잘 모르겠고 긴장도 많이 된다. 훈련소에서 동기들과 지낼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선임병도 좋은 사람 같다. 친척들에게도 안부 전해달라”고 쓰여있어 누구도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는 걸 예측하지 못했다.

한편, 이 이병의 친구인 이모(20)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침에 이상하게 잠이 일찍 깼다가 탈영병 소식을 들었다. 친구와 입대 일자도 같고 키나 몸무게도 비슷해 설마 했는데”라며 “그럴 친구가 아닌데 깜짝 놀랐다. 정말 의외였다”고 말했다.

친구 이씨는 이 이병에 대해 “말이 없는 편이었고 대학이나 개인적인 얘기는 잘 안 했다”며 “(이 이병이) 군대 간 이후에는 연락한 적이 없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PC방에 가서 총쏘는 게임을 즐겨 했고 6시간 넘게 게임을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친구 이씨는 또 “내가 자주 장난을 쳤는데도 크게 화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성격이 포악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며 “아마 군 생활이 많이 힘들었거나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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