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유플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 통보…SKT는 내년까지 ‘유예’
내달 청문절차 거쳐 최종 확정…업계선 ‘수요예측 실패’ 정부 책임론도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옥. © 각 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옥. © 각 사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처분을 내린 정부에 대해 이동통신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가 주파수를 ‘반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정부가 할당된 주파수를 강제로 ‘회수’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통업계에서는 62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들여 주파수를 할당받은 데다 주파수 할당 당시 정부의 수요예측이 실패한 측면도 있는 만큼 이를 모두 이통사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5세대(5G) 주파수 28㎓ 대역 할당 취소를 두고 정부와 이통업계의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 사상 초유 주파수 할당 취소

2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이동통신 3사에 대한 5G 주파수 할당 조건 이행점검 결과 KT와 LG유플러스에게 할당된 28㎓ 대역을 취소하고 SK텔레콤에 대해서는 6개월 이용기간 단축 처분을 내렸다.

이는 과기부가 이통3사의 주파수 할당 이행점검 결과 3사 모두 망 구축 실적이 의무 수량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3.5㎓ 대역에서는 3사 모두 조건을 이행해 90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28㎓ 대역에서는 SK텔레콤이 30.5점, LG유플러스 28.9점, KT 27.3점에 그쳤다.

당초 과기부는 지난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3년차까지 이통3사에게 각각 28㎓ 대역 1만5000개의 장치를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부과한 바 있다.

그러면서 망 구축 의무 수량 대비 10%를 넘지 못하거나 평가점수가 30점 미만인 경우 할당취소 등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무소속)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이통3사가 구축한 28㎓ 대역 5G 기지국 수는 5059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할당 전 이통3사에게 28㎓ 주파수 장비를 의무 설치하도록 한 4만5215대의 약 1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중 이통3사의 공동구축 실적을 제외하면 사실상 2007대만 설치돼 의무할당수의 4.46%에 그쳤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평가점수 30점을 넘기지 못한 KT와 LG유플러스에게는 할당취소 처분을 내렸다.

또한 30점 이상 받은 SK텔레콤에게는 이용기간(5년)의 10%(6개월) 단축과 함께 재할당 신청 전인 내년 5월말까지 당초 할당조건인 1만5000대의 장치를 구축하지 못할 시 할당이 취소된다고 알렸다.

과기부 측은 “28㎓ 대역의 경우 향후 시장 잠재력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래 시장 활성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이통사의) 투자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이용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최저경쟁 가격을 대폭 낮추고 망 구축 의무는 최소화해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국내 28㎓ 대역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왔고 다수의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의 망 구축을 독려했다”며 “지난해에는 28㎓ 대역 민관합동 기술 검증과 정부 예산지원을 통한 다수의 실증 및 시범사업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직원이 5G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직원이 5G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 LG유플러스

◇ 정부 강한 어조에 이통사 ‘당혹’

정부가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에 나서자 이통업계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구나 그동안 이통3사는 정부와 다양한 방식으로 28㎓ 대역 활성화 방안 모색에 나섰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과기부는 이통3사가 28㎓ 대역 활성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측은 “주파수를 할당한 지 3년이 넘는 현재까지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한 28㎓ 대역 장치는 약속한 물량의 10%대에 불과하다”며 “해외에 비해 성숙되지 못하는 국내 28㎓ 대역 생태계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이동통신 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된 이행점검 결과는 28㎓ 대역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미래형 서비스의 도입 지연 및 관련 산업 생태계의 성장 한계 등에 대한 평가위원들의 엄중한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과기부 처분은 다음 달 열릴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취소 처분이 과하다는 분위기다. 28㎓ 대역의 특성으로 인해 활성화가 쉽지 않은 데다 당초 계획을 수립한 정부의 시장 예측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28㎓ 대역 주파수는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낮고 낙엽 한 장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투과율이 약해 전파 도달거리가 굉장히 짧다는 단점을 지녔다.

이 때문에 28㎓ 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3.5㎓ 대역보다 더욱 촘촘한 기지국 설치가 필요한데 이는 엄청난 지출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28㎓ 대역을 활용한 수익 모델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8㎓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없는 상황이다.

취소 처분이 내려진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입장문을 내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KT 측은 “주파수 실증 사업과 지하철 와이파이 공동투자, 5G 공공망 사업 단독 참여 등 활성화에 노력해 왔다”며 “현실적 한계로 정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28㎓ 서비스 관련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사업모델을 개발해왔으며 이통3사 중 가장 많은 구축 활동을 진행해왔다. 특히 이행실적 제출 시 지하철 와이파이 확대 계획을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강조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대비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장치 구축에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집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정부가 당시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에 급급해 추진한 만큼 이번 결정은 수요예측에 실패한 것을 사실상 자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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