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부족’이 가장 큰 이유…10명 중 7명 “비혼 동거할 수 있어”
가치관 변화 속 코로나19 영향으로 “출생아 감소 초래 가능성”

[민주신문=전소정 기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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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혼인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결혼 자금 부족’을 꼽았다.

또한 10명 중 7명은 결혼 없이 동거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돼 결혼에 대한 기존 가치관과 태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혼인율 및 출산율이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어 추후 출생 감소 등 인구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1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3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0.0%로 2년 전보다 1.2% 감소했다.

통계청이 결혼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가 43.2%, “하지 말아야 한다” 3.6%, “잘 모르겠다”가 3.2%로 나타났다.

또 남자의 경우 절반이 넘는 55.8%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여자는 44.3%에 그쳤고, 미혼남자의 경우는 36.9%, 미혼여자는 22.1%로 미혼남녀에서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0세 이상 응답자가 71.6%로 가장 많았고, 13~19세가 29.1%로 가장 낮았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응답자 28.7%는 ‘결혼 자금 부족’을, 14.6%가 ‘고용 상태 불안정’, 13.6%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남자, 여자 모두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남자의 경우 32.8%, 여자 24.6%로 남성의 비율이 높았다.

또한 남자는 ‘고용 상태 불안정’이 16.6%, 여자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15%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출산‧양육 부담’ 12.8%,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 12.2%, ‘행동과 삶의 자유를 포기할 수 없어서’ 8.5% 등을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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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절반은 ‘비혼 동거‧무자녀’ 동의해

반면 13세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7명은 남녀가 결혼 없이 동거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65.2%로, 2년 전보다 5.5% 늘어나는 등 2012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남자의 경우 68%, 여자 62.4%로 남자가 여자보다 5.6% 높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32.7%로, 2년 전보다 4% 증가 및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65.3%로 2년 전보다 2.7% 감소했고, 남자가 여자보다 8.5% 높았다.

이처럼 혼인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비혼 동거,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인식은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제4차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혼독신, 비혼동거, 무자녀, 비혼출산 등 모든 가족 가치관 및 삶의 방식에 대한 수용도가 2015년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20대의 46.6%가 비혼 동거에, 52.5%는 무자녀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들은 국민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나아가 향후 가족형태가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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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으로 혼인 감소 가속화…10.7%↓

결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낮은 혼인율은 결국 인구감소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발표된 통계청의 ‘2021년 혼인‧이혼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19만3000건으로 2015년 대비 11만3000건(36%)가량 줄어들면서 2011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결혼 감소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당분간 더욱 낮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1’에서 김두섭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인구 영역에 미친 파급효과는 결혼의 감소에서 가장 뚜렷하게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출산력의 지속적 저하로 인한 결혼적령기 인구의 감소와 젊은이들이 결혼 연기 또는 기피 경향이 강화되며 2010년대 초반부터 혼인 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은 결혼의 감소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020년 신고된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 가량으로 이는 2019년도 대비 10.7% 감소한 수준이다.

이어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출산 수준이 감소하는 ‘2차 충격’을 경험하고 있으며,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급격하게 출산력이 하락했다”며 “한국에서 광범하게 이루어진 결혼 감소는 앞으로 출생아의 초과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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