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시그니처 등 PB 유제품 제조…“폐업 소식 언론 통해 접해”
사업 중단으로 잉여 원유만 연간 4만톤…낙농가 “생존권 보장해야”

[민주신문=전소정 기자]

25일 서울 시내 한 GS편의점에서 푸르밀 유제품들이 1+1 행사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모습.  ⓒ 민주신문 전소정 기자
25일 서울 시내 한 GS편의점에서 푸르밀 유제품들이 1+1 행사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모습. ⓒ 민주신문 전소정 기자

유가공업체 ‘푸르밀’이 다음달 30일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PB 상품 제조를 맡긴 대형마트‧편의점에 이어 낙농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이 지난 17일 직원에게 사내 이메일로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전 임직원 약 400여명이 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푸르밀은 직원들에게 발송한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 공고’ 메일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당초 50일 전까지 해고 통보를 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해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푸르밀 전 임직원들은 갑작스런 사업 종료 소식과 정리해고 통보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인천의 한 편의점에 푸르밀의 대표 제품인 가나초코우유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 뉴시스
지난 18일 인천의 한 편의점에 푸르밀의 대표 제품인 가나초코우유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 뉴시스

◇ 다음 달 30일까지 대체 제조사 찾아 나선 유통업계

푸르밀이 PB 상품 제조를 맡고 있는 맡긴 대형마트 역시 갑작스런 폐업 소식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더구나 고물가로 인해 저렴한 가격과 고품질을 내세운 PB 상품들의 수요가 올 들어 6~30% 가량 증가해 대형마트는 대체 협력사 찾기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푸르밀 제조 PB 상품으로는 이마트 노브랜드 유제품으로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 떠먹는 요구르트 플레인‧딸기, 초코우유, 검은콩우유, 카페라떼, 카라멜 마끼아또 등이 있다.

또한 홈플러스 PB 브랜드 가운데 푸르밀 제조 상품으로는 홈플러스 시그니처 하루한컵 요거트 복숭아‧딸기‧생크림, 마시는 유산균 등 5개 제품이다.

이처럼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푸르밀 제품 15개 중 9개, 홈플러스에서 판매되는 15개 제품 가운데 5개가 PB 상품으로 이는 각각 60%,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PB 유제품을 푸르밀 외에도 서울에프앤비, 매일유업, 연세우유, 부산우유농협 등 다수 협력사에서 납품 중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두 대형마트 모두 푸르밀로부터 사업 종료와 관련 사전에 별도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어 갑작스런 사업 종료 통보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푸르밀 영업 종료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며 “계약 종료일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 여유가 있지만 관련 업계 전반적으로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GS리테일의 PB 브랜드 리얼프라이스에서도 요구르트, 바나나‧초코우유, 검은콩우유 등을 푸르밀에서 제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CU의 PB 브랜드 헤이루의 유제품인 초코‧딸기‧커피우유와 이마트24의 ‘하루e한컵 우유’ 등도 푸르밀에서 제조한 상품들이다.

해당 업체들도 제조업체 변경 또는 신규 제조사 발굴 등 해결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5일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 중인 축산 농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본사를 향해 우유를 던지고 있다.  ⓒ 뉴시스
25일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 중인 축산 농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본사를 향해 우유를 던지고 있다. ⓒ 뉴시스

◇ “푸르밀만 바라본 20여개 농가 120억원 빚 내” 비판

한편 낙농가는 이날 푸르밀의 독단적인 사업 종료에 반발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임실낙우회와 푸르밀 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 조합원으로 구성된 50여명은 이날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단 폐업 푸르밀을 규탄한다”며 “낙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푸르밀에만 지난 1979년부터 약 40여년 동안 원유를 공급해왔지만, 갑작스런 폐업으로 공급처를 잃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욱 임실군 낙농육우협회장은 “푸르밀은 각 농가에 대한 기준 원유량을 시가로 인수하고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라”며 “해당 요구사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목숨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하기 위해 20여개 농가가 낸 빚이 총 120억원이 넘는다”며 “낙농가로선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실제 이날 낙농가 농민들은 푸르밀 측에 대책을 촉구하면서 반납을 위해 가져온 팩우유들을 푸르밀 본사에 던지는 등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낙농가에 따르면 푸르밀에 공급하는 원유량은 일평균 110톤으로, 연간 4만150톤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푸르밀의 갑작스런 사업 중단에 따라 약 20여개 농가에서 연간 4만톤 가량의 잉여 원유가 발생할 것이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푸르밀 본사에서 신동환 대표가 정리해고 발표 이후 노동조합과 첫 면담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푸르밀 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성명 발표에 이어 23일에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사측의 일방적인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통보의 부당함을 호소한 바 있다.

푸르밀의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 이후 노사간 첫 면담이 이뤄졌지만, 노조 측에서 매각 등을 통한 회사 정상화 방안 모색을 요구하고 있어 사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한편 푸르밀은 지난 1978년 ‘롯데우유’서 출발해 지난 2007년에는 롯데그룹에서 분사된 후 2009년 현재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신동환 대표 취임 이후인 지난 2018년 영업 손실 1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해마다 적자폭이 커졌고, 이에 LG생활건강 등에 두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되면서 폐업 전철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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