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 건설사 ‘한남써밋, 르엘’로 맞붙어, 오는 11월초 ‘판가름’ 될 듯
조합 측 공사비 갈등 차단 대폭 상향...908명 조합원 향방 ‘오리무중’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서울특별시 고시 제2021-263호 ‘한남2구역 재정비촉진계획 지형도면’ ⓒ 서울시
서울특별시 고시 제2021-263호 ‘한남2구역 재정비촉진계획 지형도면’ ⓒ 서울시

올해 하반기 ‘최대어’라 불리는 ‘한남2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이 닻을 올렸다.

3.3㎡당 공사예정비 대폭 상향으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2파전’ 양상이다.

하지만 국내 굴지 건설사가 최고 브랜드를 내걸고 시공사 선정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나쁜 성적은 아니다.

아직까지 조합원 표심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7700억 원대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남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지난 23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이 두 건설사만이 응찰했다.

앞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굴지 건설사들이 수주 의지를 피력한 것에 비하면 치열한 수주 경쟁은 예상을 빗나간 셈이다.

한남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은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72의 3일대 11만4580.6㎡에 지하 6층~지상 14층, 1537가구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9년 10월 구역지정 고시 후 2012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 지난해 11월 26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바 있다.

재개발조합 측은 시공자 선정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남2구역 재개발정비조합 관계자는 이날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오는 11월 초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투표로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공능력 ‘톱 10’ 경쟁

이번 시공사 선정은 시공능력평가 톱 10위 이내 건설사 간 경쟁으로 집약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9조 2305억 원으로 6위에 랭크됐고 롯데건설은 7조 2954억 원으로 8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두 건설사는 창립 후 반세기에 이르거나, 이를 뛰어넘는 업력을 갖췄다. 대우건설은 올해로 창립 49주년을 맞고 롯데건설은 63주년을 맞는다.

대우건설은 토건분야에서 강자로 불리지만 롯데건설 역시 만만찮은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파트 분야에서는 두 건설사 브랜드 모두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올 9월 아파트 브랜드 평판 순위에 따르면 1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2위는 대우건설 푸르지오, 3위는 롯데건설 롯데캐슬 순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 입찰서 눈길을 끈 대목은 ‘월드클래스’ 협업과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를 제안한 점이다.

우선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에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적용해 ‘한남써밋’을 입찰하며 선보였다.

이를 위해 JERDE, STOSS, SWNA 등 세계 최고 거장들과 ‘월드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JERDE는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과 두바이 국제 금융센터 등 세계 각지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명성을 쌓은 글로벌 건축디자인 그룹으로, 한남써밋 외관설계를 맡았다.

조경은 글로벌 조경설계 그룹이자 하버드대 조경학과 교수 크리스 리드가 이끄는 STOSS 그룹이 참여했다.

평면설계는 삼성, LG, BMW, Audi, 현대모터스, 3M, 구글 네스트 등 SWNA(Suk Woo and Associate)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아 인테리어를 구상했다.

여기에 대우건설은 조합 입찰지침에 따라 경미한 설계변경을 반영한 대안설계를 제출하며 수주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르엘 팔라티노 스카이 라운지’ 조감도(위)와 ‘한남써밋’ 투시도(아래) ⓒ 롯데건설・대우건설
‘르엘 팔라티노 스카이 라운지’ 조감도(위)와 ‘한남써밋’ 투시도(아래) ⓒ 롯데건설・대우건설

◇ 단지명부터 ‘명예롭게’

롯데건설은 단지이름부터 명예와 권위를 담아 제안했다. 이번에 제안한 단지명은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LE-EL)에 팔라티노를 더한 ‘르엘 팔라티노(LE-EL PALATINO)’다.

팔라티노는 로마 건국신화 무대이자 시초로, 로마 황제 궁전과 귀족들의 거주지인 명예와 권위의 언덕이다.

롯데건설은 한남2구역을 가장 명예로운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외관 설계는 글로벌 호텔 설계 전문 그룹 HBA‘와 국내 미디어아트 거장인 이이남 작가가 협업했다.

조경은 미국 No.1 조경설계사 ‘swa’와 손을 잡았고 인테리어는 시그니엘 서울 레지던스 인테리어를 설계한 최시영 건축가가 맡았다. 단지 상가 외관과 내부 설계는 각각 Front, DnSP가 완성했다.

또 롯데문화재단과 협업으로 단지 내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예술작품 설치도 제안했다.

앞서 롯데건설은 입찰 전 입찰보증금 800억 원을 납부하며 한남2구역 수주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 조합 선결 조치도 ‘눈길’

한남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선결 조치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3.3㎡당 공사비를 대폭 상향한 점이 그렇다.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은 올해 6월 21일 이사회를 열어 공사비 입찰 예정가를 3.3㎡당 77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이 예정가는 2년 전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당시 3.3㎡당 책정된 598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조합이 공사비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 공사비 규모는 7700억 원대다.

건설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해당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중단됐다 다시 재개된 바 있다.

막 오른 시공사 선정에 아직까지 조합원 표심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한남2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 908명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오는 11월 판가름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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