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여학생 편지 6통 남기고 추락사…245명에서 300명으로 17.7% 늘어
2011년부터 사망원인 1위…정신건강사업 교내외 강화·지역별 확충해야

[민주신문=전소정 기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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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유서 6통을 남기고 아파트 15층에서 추락해 숨지는 등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우울감‧극단적 선택이 증가하고 있어 전문적인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9시 55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 단지 1층 화단에서 중학교 3학년 A양(15)이 추락한 것을 이웃이 발견해 신고했다.

이에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가 A양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이 추락사고 신고 접수 약 25분 전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5층에서 내리는 장면이 포착됐고, A양이 남긴 유품이 15층에서 발견됐다.

또한 A양 방에서는 A양이 친구 6명에게 남긴 자필 편지 6통이 발견됐으며, A양 휴대전화에서도 유서 형식의 글이 작성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A양 부친은 경찰 조사에서 “딸이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3개월 전 숨진 것에 심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 또는 학교폭력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A양 가족과 주변인,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청소년들에게 일어난 비극은 앞서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발생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해 11월에는 13세 동갑내기 중학생 B군과 C양이 각각 서울 강동구와 대전 서구에 위치한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B군과 C양 모두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같은해 10월에도 인천 한 대학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학생 D군(14)이 건물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의료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기도 했다.

◇ 10대 26.8%는 우울감에 ‘일상생활 불가’

이같은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2011년부터는 청소년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스트레스, 우울감 등 최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도 위험신호가 켜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청소년 사망자수는 전년도 대비 2.3% 감소한 1909명으로 가장 큰 원인은 ‘고의적 자해(50.1%)’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지난해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답한 중‧고등학생이 38.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26.8%가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끼는 등 우울감을 경험했고, 이는 2020년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시행하고 발표한 ‘2021 제17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통계’에서도 1년 간 12.7%에 해당하는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심각하게 고려해봤다고 응답했다.

또 여학생(16.1%)이 남학생(9.5%)보다 6.6% 높게 조사됐고, 2020년 대비 중학생의 증가폭이 3.2%로 고등학생(0.5%)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2019년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는 총 298명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고, 이는 2015년 대비 17.7% 증가한 수치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일본 등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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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요인 조기발견‧치료‧지속적 관리 ‘절실’

이러한 아동‧청소년들의 사회현상과 관련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지난해 5월 발행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 지원제도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서 추진 중인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사업은 전문성 미비 및 접근성 등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교육부에서 매년 관심군 아동‧청소년을 발굴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의 정신건강 관리를 전문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자체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별도 전문화된 조직 설치 및 전문 인력 고용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가부에서 운영 중인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 대해서는 “종사자 자격이 청소년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상담복지 분야에 한정돼 있어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의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증진사업과 관련 “의료비 지원을 제외하면 지역주민 대상으로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어 차별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신질환 예방, 조기발견, 치료 등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19년 기준 고양시, 부천시, 성남시, 수원시 등 241개소 중 4개소에 그쳤다.

또한 만연한 우울감, ‘극단 선택’ 충동에 시달리는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경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정신건강 관련 위험요인 조기발견 및 관리지원을 위해 ‘아동‧청소년 대상 정신질환실태조사 주기적 실시’, ‘전문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재활시설 지역별 확충’, ‘학교 내외에서의 정신건강증진사업 강화’ 등을 정책 개선방향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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