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등장 못 마땅한 여당 세력, 검찰에 역정보설


 

▲ 검찰은 2003년 특검이 밝혀내지 못한 "썬앤문 게이트" 60억원의 행방을 쫓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썬앤문 사건이 또다시 정치권의 전면에 부상할 조짐이다. 검찰이 최근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의 로비 리스트를 확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썬앤문 게이트’라고 불린 이 사건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및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특검까지 나서는 등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었다.

하지만 정치권으로 건네졌을 것으로 추정됐던 거액의 행방은 끝내 드러나지 않은 채 사건은 ‘대충’ 마무리됐다. 이 사건이 3년 만에 다시 정치권 특히 여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검찰은 썬앤문그룹의 핵심 임원 집에서 압수한 리스트 문건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통령당선 축하금 조로 건네졌을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수십억원의 행방에 대해 집중 추적하고 있다. 썬앤문 게이트 관련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썬앤문 로비 사건의 핵심 인물인 문병욱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4년 후배라는 사실 ▲안희정, 최도술 등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 돈을 건네 받았다는 점 ▲노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자신이 대표로 있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빚을 해결하라고 지시한 점 등이 서로 맞물려 세상에 알려지면서 2003년 썬앤문 사건은 정권 핵심부의 비리 문제로 급속히 발전했다.

여론은 악화됐고, 이 사건의 파장은 이듬해 초부터 불거졌던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둔 뒤, 노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둘러싼 불법정치자금 문제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특검이 수사를 마무리까지 한 터라 이 사건은 더 이상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대통령 당선 축하금’이 여당에 흘러 들어갔다는 민주당 측의 의혹 제기도 힘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썬앤문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3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국면으로 맞고 있다. 검찰은 현재 썬앤문의 비자금이 정·관계에 유입된 단서를 붙잡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썬앤문 문제가 왜 또다시 등장하고 있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검찰의 썬앤문 사건 수사에 대해 “특검까지 다 거쳤고 몇몇 관련자들의 사면복권까지 논의되고 있지만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는 바람에 안희정 같은 사람의 사면 논의는 또 뒤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검찰이 이번 수사를 진행하는 이면엔 뭔가 특별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무의 핵으로 등장할 것 같은 안희정 씨의 발을 사전에 묶어 놓을 모종의 심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씨는 아직 사면복권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정치권은 청와대가 안 씨의 8·15 사면복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안 씨의 최근 행보도 심상찮다. 노사모와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계속 노출되는 등 숨어 지내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말 영화 ‘한반도’ 시사회 자리에 이기명 전 노무현대통령후원회장, 명계남 전 노사모 회장,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장관 등 노사모 원년 핵심멤버들과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광재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도 평창에서 가진 노사모 모임에도 참석했었다.

지난 7월 초엔 8일 일정으로 열린우리당 윤호중·이화영·조정식·백원우·민병두·최재성 의원 등과 함께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프랑스 사회당을 방문해 내년 4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에 대한 중앙당과 지구당의 준비과정, 당과 외곽조직과의 관계, 당원관리 시스템 등을 살펴봤다.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 간부들을 면담한 자리에선 독일 대연정의 전망과 당 강령 개정과정, 당원관리 방식, 계파간 의견조율 과정, 당 개혁 논의 등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뭔가를 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같은 안 씨의 움짐임 때문에 정치권은 그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안 씨의 적극적인 행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과 담을 쌓고 있는 일부 여당 의원들 입장에선 대통령의 또 다른 최측근의 등장이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안 씨의 정계 등장과 관련, 한나라당 관계자는 “안희정의 등장에 대해 한나라당은 솔직히 못마땅해할 이유가 없다”면서 “안희정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지금 열린우리당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의 심복중 심복인 안희정이 여당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다면 여권의 분열을 앞당기는 효과가 나타날 게 뻔한데, 한나라당으로선 나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는 흉흉한 얘기도 들린다.

여당의 다른 관계자는 “여당이 갈리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마당에 (민주당과의) 통합을 원하는 사람들이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이라 불리는 측근들을 흠집내기 위해서 검찰에 정보를 흘렸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면서 “뭐가 뭔지 분위기가 영 흉흉하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안희정이 곧 외국으로 나갈 것이란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가 썬앤문 수사를 의식해서 안희정을 조용히 피신시키려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단순구도로 보자면, 썬앤문 사건의 우선적인 수사 대상자들은 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다. 때문에 수사가 진실에 접근할수록 다치는 쪽은 노 대통령 측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주당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거액의 ‘대통령 당선 축하금’이 대통령 측근들에게 유입된 정황이 새롭게 포착된다면 노 대통령은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여당 내 통합 세력이 ‘어차피 갈라서야 할’ 노 대통령 측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썬앤문 게이트와 관련된 핵심 정보를 검찰에 흘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 회장의 로비 리스트에 포함된 사람 대다수가 노 대통령의 측근들, 이른바 ‘친노세력’으로 드러난다면 여당의 (민주당과의) 통합론자들은 향후 정계개편에서의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될 뿐 아니라, 사상 초유의 바닥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노 대통령과 갈라섬으로써 정치 생명 연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중진 인사는 “문병욱이 노 대통령과 가깝긴 하지만 문병욱은 로비 잘하기로 소문난 장사꾼이고, 돈을 여야 곳곳에 뿌려뒀기 때문에 의외로 한나라당 쪽 사람이 봉변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회장이 야당에게 돈을 건넸다하더라도 큰 금액은 노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일단 검찰은 문 회장의 돈이 2003년 초 노무현 정권 출범 직전에 정치권 실세에게 건네진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3년전 특검이 ‘포기한’ 60억원의 이동경로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이 포기한 썬앤문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 대상에 올렸다는 점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확신에 찬 검찰, 믿는 구석 있나>
“특검이 놓친 사건, 검찰이 밝힌다 비장한 각오 엿보여”
정부 출범 4일전 빠져나간 60억 행방 찾기에 검찰 총력

문병욱 썬앤문 회장의 불법 로비 등에 대한 수사는 서울지검 특수3부가 맡고 있다.
검찰 소식통은 “검찰이 여느 때와 다르게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이라고 검찰 분위기를 전했다.

“3년 전 특검이 놓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굳은 의지까지 엿보인다”고도 했다.

검찰은 지난 7월 중순 선앤문 본사 등을 압수수색 해 다이어리 하나를 발견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다이어리에 기록된 내용은 정·관계 로비 대상자들의 이름이 기록돼 있는 이른바 ‘썬앤문 로비 리스트’인 셈이다. 이 다이어리의 주인은 썬앤문그룹의 임원 A 씨.

다이어리는 A 씨의 자택에서 발견됐다. 검찰은 이 다이어리가 문 회장의 로비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혀줄 단서가 될 것이라 확신하는 분위기다.

A 씨는 문 회장의 최측근이며, 그룹의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썬앤문그룹 내부에서도 ‘그룹에서 대외 로비를 벌였다면 A 씨가 회장을 대신해서 했을 것’이란 시각이 파다할 정도로 그룹의 핵심 인사로 통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문 회장과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정·관계 인사들 간의 관계와 거래 내역 등을 추적중이다.

검찰이 우선적으로 눈여겨보는 대목은 썬앤문그룹이 경기도 양평TPC 골프장 운영 및 사업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을 것이라는 점. 또 썬앤문그룹이 서울 시내의 호텔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로비를 벌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썬앤문 로비 활동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뭐니 해도 노무현 대통령 측근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억원의 행방이다.

문 회장이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에서 노무현 정부 출범 4일전 빠져나간 60억원이 어디로 간 것인지에 대해 검찰은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썬앤문 리스트’로 불리는 다이어리 명단에는 로비 대상이 됐던 각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관계자들의 이름이 꼼꼼하게 적혀 있을 뿐 아니라 로비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정치인들의 이름도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단에 이름이 오른 정·관계 인사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동시에 필요에 따라서는 전격적인 압수수색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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