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골프·호남비하발언에 이명박 멀쩡 박근혜만 휘청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재보선 전승행진은 이번 7·26 선거에서 멈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박 전대표를 더 속상하게 하는 대목은 ‘반한나라당연대’가 민주당을 중심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7·26 재보선은 여러 각도에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가운데 반(反)한나라당연대의 물꼬가 본격적으로 터질 조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재보선 전승 기록은 일단 중단됐다. 기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그의 지지율도 떨어졌다.

하지만 박 전대표를 무엇보다 속상하게 하는 것은 ‘반한나라당연대’ 움직임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

대표 시절 ‘호남 챙기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전여옥 의원의 올초 ‘김대중 치매 발언’ ▲최근 광명시장의 ‘전라도 사람 비하 발언’ 등의 ‘똥물’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튀어 나와 박 전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과 박 전대표의 지지율이 ‘같이 놀고 있다’는 점은 박 전대표를 불안하게 하는 점이다. 수해골프로 정당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박 전대표는 같은 당 경쟁당대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보다 더 떨어졌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일부세력이 ‘반한나라당’ 기치를 내걸고 범여권통합 작업에 나설 경우 한나라당에선 또다시 호남 기반의 정치세력을 향한 다양한 ‘과민한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박 전대표는 ‘서진’을 위해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선 지난해 10·26 재보선 때부터 ‘반한나라당연대’가 화두로 등장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파죽지세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주도로는 한나라당을 대응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에 반대한 여권 내 호남세력들의 반발이 ‘반한나라당연대’로 터져 나왔다.

‘반한나라당연대’는 ‘범개혁세력연대론’, ‘민주당합당론’ 등으로 표현을 달리하면서 시시때때로 거론됐다. 하지만 다양한 이 말들은 거의 동일한 뜻을 가지고 있다. 호남 지역 기반을 토대로 개혁성향 세력들이 모여 한나라당을 고립시키자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바로 그 당시 구도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권 쪽은 이런 문제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여력과 의지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창당 초심’을 계속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연대를 전제로 한 ‘반한나라당연대’ 기치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7·26 재보선 이후 ‘반한나라당연대’ 움직임은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4년 총선 이후 계속돼온 선거 참패 ▲호남 기반 확보 완전 실패 ▲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 사상 최저치 ▲여권 대선주자들의 바닥 지지율 등을 지켜보고 있는 여당으로선 자신들이 반한나라당의 대표주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당 의원들은 오는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란 정당이 어느 정도의 정치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 이미 계산에 들어간 상태다.

한 여당 인사는 당의 실상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당을) 버릴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근태 의장 계열인 문학진 의원은 “정계개편을 위해 필요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며 당을 버리기 보다 대통령을 버리는 게 낫다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현재 여당 지도부는 정기국회 시기까지 ‘정계개편 논의 금지령’을 내린 상태지만, ‘반한나라당연대’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논의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반한나라당연대’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정황은 서진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온 박 전대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박 전대표는 지난 6월 중순 ‘명예로운 퇴임’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차츰 빠지는 중이다. 지난 7월 24~25일 실시된 CBS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전국유권자 859명 대상)에서 박 전대표는 3위인 23.3%를 기록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7.2%로 오랜만에 1위에 올랐고, 고건 전 국무총리는 24.3%로 2위를 기록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박 전대표의 지지율 하락이 수해골프 파문과 광명시장의 호남비하 발언에 따른 정당지지율 급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대표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당과 함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점은 박 전대표에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의 맞수’ 이 전시장은 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폭 상승했다.

7월 26일 선거당일 정당지지도 조사에 한나라당은 최근 들어 가장 낮은 40%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지지율이 50% 지지를 넘어섰다고 축제분위기였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은 ‘고무줄’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7·26 재보선에서 드러났듯 박 전대표의 지지도는 (경쟁 후보보다) 한나라당의 악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반한나라당연대’가 확산될 경우 다른 경쟁자들보다 손해를 더 크게 입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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