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핵심 A 의원, 민주당 핵심 간부 B 의원 등 위험


 

▲ 기획부동산계의 "대부"로 불리는 김현재 삼흥그룹 회장. 그가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에게 수십억원의 거액을 건넨 정황이 밝혀지면서 그와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정치인들이 검찰의 사정권에 들었다.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의 구속 수감으로 ‘김현재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김 전의원은 기획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재 삼흥그룹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정가 주변에서는 김 회장이 돈을 건넨 호남출신 정치인들이 김 전의원 말고도 더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른바 ‘김현재 리스트’가 정치권을 또한 차례 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정가 주변에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은 주로 김대중 정권시절 고위직을 거친 인물이거나 ‘국민의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치인들이다.

개중에는 ‘참여정부’에서 실세 그룹에 속하는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어 검찰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현 전의원은 16대 국회의원 재직 때인 2003년 7월부터 민주당 대표 경선 때인 2004년 11월까지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으로부터 22차례에 걸쳐 모두 13억7,000만원을 불법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금액은 정치자금법 공소시효인 3년 이내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소시효 이전에 받은 돈까지 합산하면 모두 41억6,00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사과정 중에 김 전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내역이 더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 측에 따르면, 김 전의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후농(김상현의 아호)문화재단 또는 일부 차명계좌를 통해 김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았고, 검찰은 이 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김 전의원에게 건네진 돈은 김 전의원의 아들이 돈세탁 등을 통해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김 전의원에게 왜 이토록 많은 돈을 건넸을까.

‘김현재 게이트가 터질 조짐’이란 소문이 정가에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중순 경.

당시 한나라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검찰이 땅 장사하면서 정치권에 뒷돈 대던 김현재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첩보를 당이 얼마 전에 입수했다”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 핵심적으로 활동했던 정치인들과 현재 여권 실세급 호남 정치인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출신 한나라당 의원의 말을 빌어 “노무현 정권 수뇌부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조짐을 막기 위해 마침내 ‘김현재 카드’를 꺼내 든 것 같다”고도 전했다.

정치권에서 ‘김현재’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는 ▲땅 장사로 큰돈을 번 호남 출신 기업인 ▲16대 국회 때 민주당의 핵심 정치인들과 두터운 친분관계를 가졌던 인물 ▲특히 호남 출신 정치인들에게 수시로 뒷돈을 댔고, 현 여권 인사들 상당수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별한 ‘물증’ 없이 소문만 무성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현재는 언젠가는 꼬리가 잡힐 것’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녔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9일 구속 기소됐고, 그로부터 돈을 받은 김상현 전의원이 최근 전격 구속된 것이다. ‘김현재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걸렸다’는 말들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그 동안 일부 정치인들의 비호 아래 이리저리 잘도 피해 다녔지만 이번엔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부당한 방법으로 땅을 사고 팔아 마련한 검은 돈을 유력 정치인들에게 수시로 갖다바치면서 신변을 보호받아온 전형적인 구시대적 정경유착의 단면”이라면서 “익히 소문은 나 있었지만 드디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만큼, 돈을 받은 사람이나 준 사람이나 모조리 다 솎아 내서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회장에 대해 일단 사기(212억원), 공금횡령(245억원), 조세포탈(89억원) 등의 혐의를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또 삼흥그룹 계열사 사장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회사 임원 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관심사는 김 회장이 김대중 정부 시절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정치인들에게 ‘검은 돈’을 전한 정황이 과연 드러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이 호남 출신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넨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 인사들에게도 ‘검은 돈’을 뿌렸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30억원 때문이다.

2003년에서 2005년 사이 회사 임직원 등의 명의로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집중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권에 돈이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CD는 현금과 함께 뇌물제공용으로 흔히 사용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검찰은 회사돈을 CD 형태로 전환해 여권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용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03년 이전엔 김 회장 측의 CD 구입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돼 김 회장의 돈이 현정권 측에 전달된 경위도 신중하게 추적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중진 인사는 “CD를 집중적으로 구매한 시점이 노무현 정권 때이고, 김현재란 사람은 습관적으로 정치권에 돈을 댔기 때문에, 수십억 거액이 여권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마당발 정치인인 김상현 씨를 통해 정치자금이 여권 쪽으로도 이리저리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은 바 있고, 2004년 12월에는 자선사업의 공과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여권과도 상당한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음을 알려주는 단면이다.

정치권과 검찰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상현 전의원만큼은 아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A 전의원도 김 회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검찰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4선인 A 전의원은 김대중 전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망을 얻은 정치인이었다.

열린우리당의 재선 B 의원과 C 의원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이 둘 모두 호남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금배지를 난 정치인들이다. 특히 C 의원의 경우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으로 근무했었는데, 김 회장과는 각별한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까지 지낸 D 의원도 김 회장과 친분이 두터워 수사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핵심 간부인 E 의원도 김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될 것이란 전언이다.


<삼흥그룹, 기획부동산 사관학교>
용도변경 힘든 곳, 5-6배 뻥튀기 장사로 떼돈 벌어

김 회장에게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는 ‘기획부동산의 대부’. 헐값에 땅을 사서 이를 비싸게 팔아치우는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란 뜻이다.

기획부동산은 주로 텔레마케팅을 통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땅을 판다. 직원들의 친인척이나 지인들을 집중공략 하는 수법도 많이 쓴다.

일단 전화를 걸어 땅에 대한 여러 가지 개발호재를 적극 광고한다.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개 과대 포장된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강원도 지역의 경우 ▲올림픽유치 지역 ▲펜션 부지 ▲아파트·도로·호텔·리조트 개발 예정 ▲행정기관 이전 등의 광고가 주로 이용된다.

또 땅 가격에 대해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정도 지나면 크게 오른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획부동산업체가 팔겠다고 하는 땅은 주변시세보다 훨씬 높다.

고객 중 주변 땅값을 알아보고 ‘알아보니까 그 땅은 주변에 비해 비싸다’고 반문하면, 기획부동산 측에선 ‘절대 비싼 게 아니다’면서 ‘주변 펜션부지는 우리 땅보다 더 비싸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되면 땅값은 훨씬 뛰게 된다’고 강조한다.

또 ‘우리는 큰 땅을 쪼개서 팔기 때문에 조금 비쌀 수 있지만 매물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란 점도 꼭 강조한다.

자주 애용되는 광고 멘트 가운데는 ▲‘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위 직원들 몇몇을 위해 특별히 빼놓은 땅이다’ 등도 있다.

향후 개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관청과 협의하여 이미 개발을 진행중이다’는 설명도 곁들이는 경우가 많고 진입로나 등기상 문제가 전혀 없다는 말도 필수적으로 한다.
기획부동산의 영업사원이 한 고객에게 땅을 팔 경우 매매가격의 10% 가량을 영업사원이 가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김 회장의 삼흥그룹은 기획부동산계의 ‘삼성그룹’으로 통한다. 소위 가장 잘 나간다고 소문난 기업이다. 삼흥은 지난 5년 동안 전국 20여 곳의 땅을 사고 팔아서 5,318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땅을 매입한 뒤 텔레마케터 500여명을 동원해 불특정 다수와 영업사원들의 지인 등을 상대로 ‘추후 개발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흘려 땅을 팔아 이득을 취해온 것이다. 물론, 합법적인 절차와 방식을 통해 이뤄진 영업행위도 많지만, 기획부동산 영업에서 과대 포장 광고는 ‘필수적’이어서 늘 사기 논란이 뒤따랐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03년 충북 제천의 계산관광지 일대 땅을 매입해 “펜션을 지으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분양했다. 하지만, 해당 땅은 사업용으로만 공동개발 할 수 있는 부지였다. 거짓 정보로 소비자들을 현옥한 것이다. 검찰은 김 회장이 90여 명을 속여 100여억원을 챙긴 혐의를 두고 있다.

김 회장은 전북 무주·경기 이천·용인 등 각종 개발 정책으로 인해 땅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땅 중에서 용도변경이 어려워 땅값이 낮은 곳을 매입해 개발 가능성을 과장 광고해 5∼6배에서 최대 10배의 높은 가격에 되파는 수법을 반복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삼흥그룹 출신 사람들은 김 회장의 수법을 그대로 배워 자체적으로 기획부동산 업체를 차려 활동해 삼흥그룹은 ‘기획부동산의 사관학교’로,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대부’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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