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지방선거 전후해 김근태 처신에 두번 실망


 

▲ 당·청관계 복원을 강조하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지자들로부터 청와대와의 대립각을 세우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김근태(GT)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협조체제를 이루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여당 수장이 청와대와 손을 맞잡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임에도,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라는 지지자들의 요구가 끊이질 않는 것은 무엇보다 GT의 독자적 힘으로 당내 입지를 마련해야 확고한 기반 마련이 가능하다는 관점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서라도 노 대통령과 함께 가는 모습은 결코 도움이 못 된다는 주장이다. 재보선을 준비하던 4곳 지역의 ‘캠프’에선 중앙당 지도부가 선거 지원 오는 것도 부담스러워 했다.

그만큼 당 지도부는 신뢰가 떨어졌다. GT의 우유부단한 모습이 지도부의 힘을 더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GT 지지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는 GT계의 지방조직 책임자들일수록 강하다. GT의 당의장 취임 후 지방순회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과 요구가 많이 나왔다.

한 재야 인사는 “천정배 법무장관이 당으로 들어오면 김 의장은 새로운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당·청관계 정립을 내세운 ‘친노무현’ 노선으로는 강한 리더십의 인상을 줄 수 없으며 기회를 영영 놓칠 가능성이 크다”고 쓴 소리 했다.

이런 상황에서 GT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결단력 있게 자신만의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잡고서도 이를 제대로 못 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GT는 지난 5월 우유부단한 모습 때문에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김두관 전 대통령 정치특보와도 소원한 관계가 됐다.

김 전특보는 지난 2월 전당대회 때 GT와 ‘한 팀’의 모습을 보이면서 정동영·김근태에 이어 3위로 선출됐다. 친노직계 세력으로 분류되는 김 전특보와 힘을 주고받는 관계란 점에서 GT는 실속 있는 ‘원군’을 확보한 것처럼 보였다.

김 전특보에겐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이라는 확실한 지지기반이 있기 때문에 GT는 김 전특보의 존재를 큰 힘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GT는 지난 5월 말 지방선거가 임박했던 때, 김 전특보와 참정연 조직원들을 매우 섭섭하게 했다. 우유부단한 모습 때문이었다.

김 전특보는 선거를 몇 일 앞둔 상황에서, 당시 정동영 의장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염두에 둔 듯한 범민주세력통합론을 내세우자, 정 의장의 탈당을 요구하면서 당을 발칵 뒤집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 전특보는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판단했고, 전국 16개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나서서 대국민호소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5월 25일을 ‘디데이’로 정했다. 정동영 의장의 퇴진까지 요구할 참이었다.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전특보는 김근태 최고위원을 찾아가 ‘이참에 반(反) 정동영 세력을 확실히 구축하고 그를 퇴진시켜야겠는데, GT가 중심에 서서 우리와 함께 가자’고 제의했고, GT는 걱정을 하면서도 이를 승낙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GT는 김 전특보의 ‘결단’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함께 가자, 말자’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 전특보와 영남 출마자들이 정한 ‘디데이"가 다가왔다. 하지만 그 때까지 GT는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고, 김 전특보는 속이 탔다.

25일 당일, 중앙당은 갑자기 비상총회를 소집했다. 이 바람에 전국 광역후보 모임의 결의 발표는 무산돼버렸다. 이를 두고 김두관 지지층에선 중앙당이 후보자들의 결의대회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상총회를 소집했다는 불만과 의혹이 일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당시에 김근태 최고위원이 조금만 발빠르게 전국 조직을 규합했으면 중앙당 비상총회에도 불구하고 결의대회를 분명히 강행할 수 있었는데 김근태가 느릿느릿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김두관 쪽에서 분통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선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기까지 김 의장은 약 열흘 간 자신의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김 전특보는 또 속이 탔다.

선거 참패 이후 최고위원회의가 처음 열리던 날 김 전특보와 그의 지지자들은 새벽 4시 30분 김근태 최고위원 자택으로 갔다. 촛불시위까지 벌였다. 당의장 승계를 해야 한다는 호소했다. 김 의장은 이런 와중에서도 확실한 추대를 받길 원하고 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김 전특보 측에서는 ▲“GT와는 함께 가기 힘들 것 같다” ▲“저렇게 결단력이 없어서야” 등의 불만들이 쏟아졌다.

김 전특보는 상임중앙위원 직을 물러나던 6월 8일, 참정연 홈페이지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선거 전 정동영 전의장의 탈당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다소 돌출적으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이 모든 행동 역시 단 한 번도 당을 이끌어보지 못한 개혁 지도부의 탄생을 위한 몸부림이었다”면서 GT가 강한 개혁지도부를 구성해줄 것을 요구했다.

GT를 지원하는 한반도재단의 한 관계자는 “GT의 신사적인 모습이 때로는 좋은 이미지를 낳지만 지도자는 모름지기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데 GT의 최대 단점은 우유부단한 성격이다”면서 “GT를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의 여린 성격과 약한 돌파력 같은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선 당·청관계를 재정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김 의장은 위기를 조용히 풀어나가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게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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