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 조사 결과, 면식범 중 연인 관계 46.7%
대검, 지난 10년간 범죄 증가…2018년 피의자 절반 이상 불기소
[민주신문=전소정 기자]
불법촬영 가해자 10명 중 7명이 생면부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면식범 중 절반 가까이는 연인 관계로 나타났다.
2일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여성센터 BRIEF 제119호’ 에 따르면 2020년 대전 불법 촬영 가‧피해자 관계가 158명 중 70.3%인 111명이 비면식범인 것으로 조사됐다.
면식범은 29.7%인 47명이었고, 이 중 연인 관계가 46.7%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지인 등 25.5%, 친구 12.8%, 직장동료 8.5%, 기타 친족 2.1%, 동거 친족 2.1%, 고용관계 2.1% 순이다.
대전 불법촬영 피해자는 지난해 기준 여성이 128명으로, 남성 14명보다 9.1배 높았다.
연령대는 21세부터 30세까지 피해자가 여성‧남성 각각 57명‧5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지난 10월 발표한 2021 2분기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의 발생건수는 1499건으로 2020년 2분기 1132건에 비해 32.4% 증가했다.
또 2021년 2분기 발생한 성폭력범죄 7524건 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은 1499건 발생해, 강제추행(3186건)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 근절되지 않는 불법촬영 범죄
카메라 등 이용촬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 2020 범죄분석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의 구성비가 2010년 전체 5.6% 수준에서 2015년 24.9%, 2019년 18.4%로 확대되는 등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최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보편화로 인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와 추행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지하철 승무원이 SNS에 여성 승객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몰래 올려 논란이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일 신정승무사업소 소속 A씨를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하철 2호선 열차와 승강장에 설치된 폐쇄 회로(CC)TV 속 여성 승객들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했다.
또 지난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불법 촬영한 영상 70여개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현재 해당 영상과 계정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106회에 걸쳐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검찰수사관이 집행유예를 받은 사건도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백화점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검찰수사관 50대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해 8월 8일부터 올 8월 22일까지 약 1년에 걸쳐 106회 가량 불법촬영을 일삼았다.
또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카메라 촬영은 상당히 많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라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영상도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심한 범죄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B씨가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라며 “이번 기회로 반성하고 실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하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불법 촬영에도 가벼운 벌금형
불법촬영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범죄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형편이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를 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성범죄 등록사건 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이 차지하는 비율은 7만 4956건 중 9317건으로 12.4%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이 2013년부터 등록된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강제추행, 강간 다음으로 성범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처벌은 전체 9317건 중 벌금 5268건(56.5%), 집행유예 2822건(30.3%), 징역형은 763건으로 8.2%에 그쳤다.
벌금형 금액별로는 300만원~400만원대 1777건(31%), 200만원~300만원대 1278건(22.3%), 500만원~600만원대 1034건(18%) 순으로 많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의하면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행한 ‘여성폭력 검찰 통계분석(Ⅱ):디지털 성폭력 범죄, 성폭력 무고죄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2018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사건 피의자 4948명 중 2561명이 불기소 처분됐다. 이는 절반이 넘는 51.8%에 해당한다.
검찰처분 중 구속 사례는 103건으로 2.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불법촬영을 근절하기 위해 징역형 선고 확대와 벌금형 액수의 증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의 유포에 대한 수사와 단속 등 적극적인 사건처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