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플랫폼 기업 국감서 연일 ‘뭇매’…네이버‧카카오 ‘죄송 또 죄송’
‘기술탈취‧협력사 갑질’ 고개 숙인 NHN‧SKT, 반박 나선 우아한형제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국내 대표 IT 및 플랫폼 기업들이 지난 1일부터 열린 국정감사에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국감에 출석한 수장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논란과 의혹을 해명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독과점 행태가 불거진 카카오가 올해 국감에서 집중 타킷이 된 가운데 직장 내 갑질 논란이 불거진 네이버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웹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양사에 대해 불공정 계약과 수익배분 논란을 두고도 여러 차례 지적이 쏟아졌다.

아울러 NHN은 스타트업 기술탈취 논란에, SK텔레콤은 협력사 갑질 문제가 불거지며 고개를 숙였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 서비스와 라이더 처우 개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직장 내 괴롭힘’에 고개 숙인 한성숙 

지난 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에 대해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숨진 사건과 관련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네이버는 한 내부 직원이 지난 5월 업무상 스트레스와 상사의 상습적 폭언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후 네이버에 대해 특별관리감독에 나서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네이버가 내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저도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고인과 유가족, 직원에게 다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사회적으로 매우 책임감이 있어야 할 플랫폼 기업이 그런 모습을 보여드린 데 대해서도 죄송하다”면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고 제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후 사내에 신고 된 18건 중 1건만 징계 처리한 것을 두고는 “별도 조직을 운영해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한 대표는 “고용부 특별관리감독 이후 관련 사안들에 있어 시정조치를 취하고 있고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서 “보고 받은 바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한 직원 사망 사건의 실질적 가해자로 꼽히는 최인혁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여전히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네이버파이낸셜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후임을 찾는데 단계가 필요하고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특히 한 대표는 “최 전 COO가 네이버의 모든 직책을 사임했고 네이버파이낸셜은 대표를 겸직하고 있었다”면서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네이버 전체 리더십을 변경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인혁 전 COO는 당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겸직하고 있던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 재단 대표직은 유지했다. 때문에 네이버 노조 등에서는 최 대표의 임원 및 대표직 해임을 요구했다.

김준구(오른쪽부터) 네이버웹툰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 뉴시스
김준구(오른쪽부터) 네이버웹툰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 뉴시스

◇ 불공정 계약‧수익배분 논란 ‘K웹툰’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웹툰 시장에서의 불공정 계약과 수익배분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데 진땀을 뺐다.

이진수 대표는 “그동안 몇십배, 몇백배 시장을 성장시키며 잘하고 있다고 취해 있었다”면서 “이번 국감을 계기로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 초기엔 작가들이 수백여명에 불과했지만 매년 급증하며 현재는 누적 작가수가 4만5000명에 이른다”며 “엄청난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작가수와 CP수가 크게 늘어 이들간 계약은 모두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감을 계기로 카카오엔터 내 자회사 및 관계자들을 전수조사해 계약 및 협업구조를 들여다보겠다”며 “정부와 함께 힘을 합쳐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싶고 충분히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웹툰의 경우 전체의 88% 작가들과 직접 계약을 하고 있다”면서 “경쟁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도 작가에게 가장 유리한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처 파악하지 못한 애로사항과 고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더 챙길 수 있을지 연구 및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 스타트업 기술 탈취 “깊은 책임감”

정우진 NHN 대표는 스타트업 기술탈취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한 정 대표는 간병인 매칭 플랫폼 기술 탈취 논란과 관련해 “직원들의 지나친 열정과 성의로 인해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을 뒤늦게 보고받았다”면서 “깊이 책임감을 느끼고 쇄신 정책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NHN은 사내 벤처 ‘위케어 주식회사’를 통해 간병인 중개 플랫폼 ‘위케어’ 서비스를 시범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위케어가 1년전 한 스타트업이 선보인 플랫폼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서비스 도용 피해를 입은 회사가 회원가입 등을 확인한 결과 NHN 사내벤처 임원 등 다수 직원의 이름이 간병인과 보호자로 회원가입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NHN 사내밴처 직원은 대학원생으로 신분을 속이고 상담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정 대표는 “해당 사안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행정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가이드가 나오는 대로 서비스에 대한 인적 쇄신을 포함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협력사 갑질 논란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최일규 SK텔레콤 부사장은 “협력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죄송하다”면서 “협력사의 억울함이 없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판게아솔루션이 제품 공급을 다시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회사들과 조속히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 배민 “B마트 신규 수요 창출” 반박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라이더 처우 개선 등을 약속했다.

지난 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이어 7일 산자위 국감에 출석한 김범준 대표에게는 배달의민족이 선보인 B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라이더 처우 개선에 대해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김 대표는 우선 B마트에 대해 “비싼 배달비를 내더라도 당장 구매가 곤란한 사람들이 집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동네마트 수요를 잠식하는 게 아닌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B마트 성장은 비대면 사회 이후 어쩔 수 없이 일어난 현상”이라면서 “소규모 동네 마트 등 업체들이 배민 플랫폼에 입점해 비대면으로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을 확장하는 등 다양한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발생한 라이더 사망 사고와 관련해 처우 개선 질의에 대해선 “지난 2015년 직접고용 했지만 당시 라이더들이 자유로운 근무형태와 높은 수익을 원해 대부분 이탈했다”면서 “자유로운 특수고용직을 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수요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사회적인 책임을 갖고 모든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 골목상권 철수‧수수료 인하 약속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5일 정무위원회에 이어 7일 산자위 국감에도 출석해 골목상권 사업 철수와 플랫폼 수수료 인하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은 계열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자회사의 문구소매업 및 완구업 진출 관련해 “제가 생각해도 옳지 않은 방향”이라며 “CEO들과 철수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되는 영역을 자제하고 단순히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자금이 필요하면 투자하는 역할 정도에 그치겠다”면서 “나머지는 카카오 위상에 맞게 글로벌과 미래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방적 수수료 인상으로 촉발된 플랫폼 수수료 논란에 대해서는 “시장 지배력이 커진다 하더라도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플랫폼이 활성화될수록 수수료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이러한 방향으로 확실히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함께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수수료 절감 보다는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과 비용 절감 방안을 통해 상생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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