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러시:더 라이벌>, <르망> 등
레이싱에 진심인 영화 팬들이 꼽는 최고 명작으로 평가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스티브 맥퀸 주연 영화 <르망> 포스터 ⓒ NGC
스티브 맥퀸 주연 영화 <르망> 포스터 ⓒ NGC

단군이 나라를 세운 이래 우리 민족이 정복을 갈망했던 적은 없다.

억지스러운 가설일지 모르나 이러한 민족성 때문에 모터스포츠가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내릴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유럽과 미국은 왜 그렇게 모터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한 번쯤 정상의 자리, 정복의 ‘맛’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간 능력의 한계 또는 기술력의 집약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모터스포츠는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다른 점은 레이서 재량만 가지고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머신을 만드는 기술자, 치밀하게 전략을 짜는 기획자 등 함께해야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

영화 막바지에 올라가는 크레딧을 본다면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는 것과도 같다.

이렇듯 자동차와 영화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와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액션 영화에 카 체이스 씬이 꼭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둘 사이 주객이 전도되는 때가 있다. 바로 모터스포츠를 주제로 하는 영화다.

레이싱 전설이 영화가 된 명작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동차 영화들을 살펴봤다.

스티브 맥퀸 주연 영화 <르망> 예고편 화면 갈무리 ⓒ NGC
스티브 맥퀸 주연 영화 <르망> 예고편 화면 갈무리 ⓒ NGC

◇ 스피드광 스티브 맥퀸의 <르망>… 다큐같은 영화

자동차 매니아라면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를 모르는 이들이 없다.

스티브 맥퀸은 1960년대와 70년대에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로 할리우드 최고의 미남 배우 제임스 딘이나 알랭들롱처럼 큰 인기를 끌었다. 유독 남자 팬이 많은 배우로 말이다.

스티브 맥퀸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계기는 1968년 작품 영화 <블리트>에서부터다. 물론 <황야의 7인>이나 <빠삐용>, <OK 목장의 결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매니아들의 맥퀸 사랑은 <블리트>의 카체이스 씬에 독특한 촬영 기법을 적용한 것에서부터 시작됐고, 3년 뒤 1971년 개봉한 <르망>이라는 레이싱 영화에서 절정을 맞았다.

<르망>은 프랑스 르망 지역에서 펼쳐지는 ‘르망 24시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1시간 46분의 러닝타임 동안 무려 38분 경기의 배경만을 잡는, 전체 약 70%가 레이싱 장면만을 고집해 필름에 담은 자동차가 주인공인 영화다.

참고로 르망 24시간 경기는 1923년 처음 대회가 시작됐고 오후 4시에 시작해 다음날 같은 시간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내구 레이스다. 이 영화는 스티브 맥퀸과 99.9%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가 영화에서 함께한 차는 걸프(Gulf) 후원을 등에 업은 포르쉐 917 모델이다.

이 영화 메가폰을 잡은 리 H. 카친 감독에 관한 웃픈 이야기도 있지만 지면의 제약으로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리 H. 카친 감독은 TV 시리즈를 주로 맡았던 감독이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맥가이버>를 만들어냈다는 사실만 알고 넘어가자.

<러시:더 라이벌> 예고 영상 갈무리 ⓒ 롯데엔터테인먼트
<러시:더 라이벌> 예고 영상 갈무리 ⓒ 롯데엔터테인먼트

◇ 천둥의 신 토르 형님의 <러시:더 라이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나의 인생도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2013년 론 하워드 감독의 <러시:더 라이벌>은 타고난 천재 레이서 제임스 헌트와 철저한 계산과 노력이 승리라 믿었던 니키 라우의 치열했던 경기를 재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는 실존 인물이다. 제임스 헌트 역은 마블시네마틱 <토르>에서 토르였던 크리스 햄스워스가 맡았으며, 니키 라우는 역시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의 빌런 제모 남작 역을 맡았던 다니엘 브륄이 연기했다.

스티브 맥퀸의 <르망>과는 달리, 이 영화는 스피드와 과학이 절정에서 만나는 포뮬러 원(F1) 레이싱 경기가 배경이 됐다.

제임스 헌트와 니키 리우는 F1에서도 길이 남아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라이벌’이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두 인물의 대립 구도를 실감나고 재미나게, 어찌 보면 일반인들에게는 지겨울 수도 있는 주제 속에서 유명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으로 잘 꾸며낸 케이스다.

정확한 배경은 27번째 F1 챔피언십이 열린 1976년이다.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역대 시즌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았고 극적인 상황이 많이 연출된 때라고 한다.

제임스 헌트는 맥라렌 팀에서, 니키 라우는 페라리 팀에서 서로의 재량을 겨루게 된다.

이 영화는 자동차 매니아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크리스 햄스워스의 미모와 함께 상대 배역이었던 다니엘 브륄의 뛰어난 연기 호흡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화 <포드 V 페라리> 예고 영상 갈무리 ⓒ 20세기폭스
영화 <포드 V 페라리> 예고 영상 갈무리 ⓒ 20세기폭스

◇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의 격돌… <포드 V 페라리>

할리우드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국력과 알량한 자부심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 미움받는 이미지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로서 말이다.

사실 페라리와 포드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 하는 게 맞겠다.

욕심이 많았던 포드(당시 헨리 포드 2세)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페라리를 먹으려다 실패했다는 내용을 캐롤 쉘비(맷 데이먼 분)와 켄 마일즈(크리스찬 베일 분), 그리고 르망24시간 경기를 통해 성인용 페어리 테일처럼 보기 좋게 잘 꾸며 내놨다.

역시 이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여기저기에서 사실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썰’들이 나돌고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실화 바탕의 각색 영화에서 사실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언급된 몇 가지 썰들을 예로 들어보면 포드와 페라리의 협상 과정, 타임라인 오류, 포드 마케팅을 책임졌던 레오 비브 부회장의 태도, 또 다른 한 명의 포드 임원인 리 아이아코카의 능력, 캐롤 쉘비와 켄 마일스가 다투는 장면, 켄 마일스가 레이스 도중 고장난 문을 고치는 방법, 그리고 켄 마일스의 인물상이 달랐다는 것이다.

사실이야 어쨌든 영화 자체만으로 보면, 연출도 캐스팅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깊이 있는 예술 영화는 아니지만 어쨌든 흥미와 재미를 끄는 데에는 꽤 성공했다.

로튼 토마토 92%, 메타스코어에서 81점을 기록했고 누적 관객수 120만 명을 돌파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는 영화 스토리도 그렇지만 이 시대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두 명배우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이 큰 역할을 해냈다.

영화에서 이들과 함께 주된 역할을 맡으며 뜨겁게 RPM을 올렸던 차는 포드 GT40과 페라리 P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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