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롤스로이스까지 초호화 차들 판매 급증
소비 트렌드 변형, 전동화 전환에 따른 판매 모델 지각 변동이 영향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포르쉐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 ⓒ 포르쉐코리아
포르쉐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 ⓒ 포르쉐코리아

국내 자동차 시장 기류가 바뀌고 있다.

수입차 하면 “너네집 잘사네”로 통했던 것이 가격대에 따라 또 다시 등급이 나뉘는 분위기다.

요즘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3000~5000만 원대 수입차들은 국산차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다. 이제 웬만한 가격의 수입차면 명함도 못 내민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15%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소비자 안목이 높아진 것도 있으며, 가격대가 평균 가격이 더 높은 SUV 세그먼트로 트랜드가 이끌려가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 차이도 한 가지 이유다.

예전에는 주력이 5000만 원대 이하, 혹은 많아도 1억 원대를 넘기지 않았다. 싼 가격의 수입차가 가성비를 따지며 판매 돌풍을 일으켰지만, 다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보통 1억 원대를 호가해야 판매 볼륨도 커지는 있는 추세다.

그나마 제조사에서도 5000만 원 이하 신차를 내놓을 때엔 ‘생애 첫 차 ’ ‘싱글족을 위한’ 혹은 ‘경제적인 메리트’를 내세워 젊은 층 고객을 공략하는 마케팅을 전개하는 편이다.

 

◇ ‘겁나게’ 잘 팔리는 억 대 슈퍼카

흔히 ‘드림카’로 불리는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슈퍼카들의 판매량이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늘고 있다.

스포츠카로 명성이 높고 보통 1억 원대를 호가하는 차 브랜드인 포르쉐는 2021년도 상반기에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가 성장해 총 15만3656대 판매 실적을 기록한 것.

여기엔 국내 판매도 한몫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포르쉐코리아의 판매량은 5365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2%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 한 해 총 7779대를 판매한 포르쉐코리아로서는 이미 두 달 치 판매량 기록을 앞서 달성한 셈이다.

억대를 호가하는 차들을 보유하고 있는 차 브랜드들의 실적 호조는 포르쉐뿐만 아니라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벤틀리, 마세라티, 심지어 롤스로이스 등 초호화 럭셔리카 판매량에도 해당된다.

지난 19일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브랜드의 2021년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브랜드에서는 가장 싼 모델이 3억 원이 넘는다.

상반기 람보르기니는 무려 4852대가 판매됐다. 지난해에 비하면 37% 증가율이다. 게다가 내년 4월까지 10개월 치 주문량도 꽉 채운 상황이라고 한다.

람보르기니 라인업 중에서도 SUV 모델인 우르스가 실적을 견인했다. 국내 판매는 동기간 180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32%가 증가했다.

초호화 차 ‘끝판왕’인 롤스로이스 경우에도 올해 누적 판매량은 124대에 달한다. 지난해 77대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입차 브랜드 내 모델별로 판매량 추이를 살펴보면 벤츠나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들도 대부분 고가 모델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성능 브랜드를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 바뀌는 소비 트렌드, 잉여 자금 활용

물론 위 수치는 대체로 글로벌 판매량이며 브랜드 전체 모델을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지만, 같은 기간 쉐보레 스파크 국내 판매량이 1만656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짐작돼는 부분이다.

이런 현상은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이 이뤄지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들이 내연기관보다는 단순한 조립 방식인 전기차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게 되는데, 그러면 전기차 가격은 낮아지겠지만 내연기관 차 가격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 수익성이 적은 저가형 내연기관 차들이 하나둘 단종되고 클래식처럼 실용성이 아닌 수집성 가치가 높은 차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경차 소형차 등이 포함된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면서 소비 기회가 줄어들었고,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비대면 온라인 구매에 집중됐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자동차 판매도 마찬가지다.

소비할 곳을 잃어버린 소비자들이 그동안 묵혀뒀던 욕구를 분출하는 방법으로 평소에 동경했던, 혹은 갖고 싶었던 것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클래식카 시장이 다시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온라인 경매가 활성화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국 <오토카>가 영국은행을 인용한 클래식카 시장 추정 산출 금액은 1조6000억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 규모가 22조 원인 것에 비하면 약 8% 정도로 가늠할 수 있다.

쉐보레 스파크 ⓒ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 한국GM

◇ 경제·실용성 기준 달라져… 경차는 ‘찬 밥’

경차 시장은 거의 몰락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쉐보레 스파크 단종 루머가 나돌고 있다가 지난달 확정적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한국GM은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

업계 소식에 따라 만약 스파크가 단종된다면 내년 10월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그러면 한국GM이 생산하는 모델은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단 1종만이 남는다. 대신 한국GM은 2023년부터 차세대 CUV의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존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구원투수인 셈이다.

CUV를 생산하든, 스파크 단종 여부가 사실이든, 아니든 경차의 종말은 예견돼있다.

불과 5년 전인 2015년 판매량(5만8978대)과 지난해 판매량(2만8935대)을 비교해 보더라도 실적은 급격하게 반감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출 실적도 같은 기간 15만643대에서 5만8747대로 61%가 감소했다.

더 이상 경차에서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으니 생산을 중단하고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에 기대를 거는 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경차인 기아 모닝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2015년 모닝은 국내 베스트셀링카 5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판매량(8만8455대)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만1815대로 75%가 대폭 감소했다.

그나마 레이 모델은 모닝·스파크와는 달리,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돼 최근 차박 아이템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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