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해바다 다대포, 진흙 속 진주 순천만, 배산임수 고성
하루 한 번 분수쇼, 고즈넉한 민속마을, 서핑도 즐길 수 있어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부산 자갈치 시장 풍경 사진 ⓒ 네이버
부산 자갈치 시장 풍경 사진 ⓒ 네이버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욕도 아니고 다이소 광고도 아니다.

부산 출신이거나 한 번쯤 가봤다면 알겠지만, 사투리로 표현한 부산 자갈치 시장 판촉 슬로건이다.

자갈치 시장은 외지인들에게는 각종 해산물과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는 회타운이 유명하다. 서울로 친다면 노량진 시장과도 비슷한 곳이다.

노량진과 다른 점이라면 부산 토박이 원주민들은 그 곳을 잘 찾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자갈치 아지매’한데 직접 물어보길 바란다.

남포동과 이어져 있는 자갈치 시장은 KTX로 부산역에 내려 택시를 타면 5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15분 정도면 가는 가까운 거리다. 걸어가면 대략 2.5km 정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차박’을 주제로 잡았으니 이에 걸맞은 경로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자갈치가 차박 여행지는 아니다.

차로 부산에 진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동부산, 노포 IC로 들어가거나 1번 경부를 타다가 양산쯤에서 빠져 서부산, 또는 10번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덕천 IC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이외 104번 남해 제2고속지선을 타고 서부산 IC로 진입하거나 55번 중앙고속도로를 통해 삼락 IC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영호남 쪽에서 진입하기 편한 길이다.

예전엔 길 설명이 이렇게 친절하고 자세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요즘엔 똑똑한 내비게이션이 다 알아서 해준다.

차에 하나씩 넣고 다니다가 길 잃으면 보닛 위에 쭉 펼쳐서 보는, 접힌 부분이 낡아 헤져버린 그 관광지도는 이제 더는 찾아볼 수 없다.(휴게소에서 팔았었다. 단돈 500원 정도?)

그때는 어디 여행을 떠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거니와 한 번 어딜 간다고 하면 가까운 친인척까지 다 모여 온 가족이 빠짐없이 출동해야 했던 때다. 우리나라 봉고가 유명했던 까닭이고, 요새 카니발이 잘 팔리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지금 시대 캠핑이나 차박 열풍도 이런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 경험이 풍부하진 않지만 옛 추억을 곱씹어보며 올 여름 가족과 다녀올 만한, 직접 가본 곳 위주로 차박 여행지를 꼽아봤다.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전경 ⓒ 부산 사하구청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전경 ⓒ 부산 사하구청

◇ 부산의 서해, 다대포 해수욕장

부산에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를 축소해놓은 느낌이다.

부산 동쪽에는 동해와 남해 바다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광안리·해운대·송정·일광 해수욕장 등이 있으며, (그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서부산 쪽에는 서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다대포 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이 다 같은 것 아니냐?’라면 모르는 소리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해운대 해수욕장 북쪽으로는 동해 바다처럼 물 속 경사도가 비교적 급한 편이라 수심이 적절하기도 하며 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갑다.

특히, 해운대 해수욕장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대표 관광지인 만큼 해마다 고운 모래를 가져다 놓는다. 물 높이도 괜찮고 물 온도도 적당하다.

송정은 물 속 깊이 덕분에 파도가 비교적 높아 서핑 성지로도 이미 유명해졌다.

다대포 해수욕장을 서해같다고 말한 것은 수심이 얕고 조수 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이다.

수온은 따뜻하고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긴 하지만 부분적으로 갯벌처럼 만들어진 곳도 있다. 숨구멍을 통해 작은 게들이 기어 나오는 걸 쉽게 볼 수 있으며, 조금만 잘 뒤져 보면 조개 비스름한 것들도 캘 수 있는 곳이다.

다대포는 낙동강 강물이 흘러와 바다와 만나는 곳으로 하류 퇴적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모래 알갱이가 많이 작고 부드럽다.

모래가 이렇게 부드러운 건 만질 때는 좋지만 놀이를 하기에도 씻어낼 때도 조금은 불편한 점이 있다.

다대포 해수욕장을 차박 장소로 추천하는 이유는 바다와 바로 이어지는 곳으로 공영 주차장이 제법 넓게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대포에는 하루 한 번 저녁에 쇼를 펼치는 10여m 높이의 분수대와 해변을 낀 멋진 산책로가 펼쳐져 있기도 하다. 꼭 물놀이가 아니더라도 볼거리가 즐길 거리가 조금은 있는 셈이다.

공영 주차장에서 취식은 불가능하지만, 물놀이 후 출출할 때 해수욕장을 등지고 바라보면 여느 관광지처럼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여기를 찾으면서 이따금 했던 생각이지만, 다대포는 놀이 시설만 갖춰져 있다면 뉴욕 코니아일랜드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여름에 북적북적해도 괜찮고, 조용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그런 곳 말이다.

다대포는 낙조(落照)대로도 유명하다. 원래는 부산 승학산에서 맞이하는 붉은 석양이 정말 장관이지만, 다대포에서도 꽤 괜찮은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해운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70-80년대 산업 발전기에 이곳 바로 위에 (장림)공단이 조성돼 있었는데, 여기서부터 오폐수가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대포는 지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고기잡이 배가 들어오는 포구였기 때문에 손질한 어류의 부산물들이 떠내려와 물놀이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여기서 잡힌 물고기들이 그 유명한 부산어묵이 됐다.

지금은 그 공단에 유명한 어묵 공장 몇 곳 등을 남겨둔 채 대부분 강서(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이 있는 곳)로 이동한 상태라 물도 제법 깨끗해진 편이다.

다대포에 가면 사람에 치여 고생할 일은 덜 하다. 대신, 공공 서비스도 그만큼 적으니 해변에서 놀려면 그늘을 만들어 줄 것들은 직접 챙기는 것이 좋다.

전남 순천 낙안읍성 풍경 ⓒ 순천시청
전남 순천 낙안읍성 풍경 ⓒ 순천시청

◇ 마당쇠 갑돌이 체험, 전남 순천

초가집에 산다고 돌쇠는 너무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에 몇 남아 있지 않은 순천의 민속마을 ‘낙안읍성’에 방문해보면 이런 말이 나올만도 하다.

낙안읍성은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민속마을이다. 성곽 내에 마을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지역 설명을 보면 역사도 제법 오래된 곳이다. 여기에 가면 고즈넉하고 아담한 초가집들이 성곽 안에 빽빽하게 들어앉아 있다.

내 기억 속에 들뜸으로 남았던 것은 이곳이 그 유명한 <대장금> 촬영지였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부분적으로 말이다.

내부에는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며 민박집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

맞다. 초가집이 바로 민박집이다.

여기서 하룻밤을 체험할 수 있다. 게다가 매우 독특한 사실은 다른 민속촌과는 달리, 마을 초가집에 주인이 직접 살고 있다는 점이다.

TV 속 ‘자연인’처럼 아주 갑갑한 편이 아니다. 생각보다 아늑하고 화장실, 샤워실, 난방 보일러, 에어컨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집주인들이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현대식으로 개조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초가지붕과 황토벽은 그대로를 유지해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을 홍보하는 홍보관에서부터 예부터 있었던, 유일하게 지붕에 기와를 얹어 놓은 포도청도 있다.

체험할 수 있도록 곤장대 등이 있는데 아이와 같이 온다면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차박은 아니었지만, 다녀본 국내 여행지 중에서는 가장 정감이 가고 나름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도 꼽았다.

대신, 순천에도 차박할 곳은 많다. 차박은 역시 해변으로 가야 한다.

부산에서 일출을 보기 좋다면 순천에서는 일몰을 보기에 좋다. 차박 여행지로 순천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순천에는 와온해변, 화포해변이라는 곳이 있다. 순천지역 해변 중에서도 그나마 조금 알려진 장소다.

특히, 화포마을에서 보는 일몰이 일품이라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핫플레이스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미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딱히 차박지라고 지정해둔 곳이 없어서 그냥 빈 공간에 주차를 하고 하룻밤을 지내는 편이다.

하지만 당연지사 취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관리를 해주는 사람이 따로 없기에 마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쓰레기 등은 되가져 오는 것이 옳다.

순천만은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자연생태계를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각 구역에서 체험 활동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특히, 순천만습지에는 흑두루미가 찾는 지역으로 이곳에서는 드론 등이 상공에서 떠다딜 수 없도록 제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이외 순천만천문대, 자연의 소리 체험관, 순천 문학관, 선상투어 등 여러 가지 볼거리 놀거리 등이 있어 아이들 체험 교육에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까지만 돌아봐도 주말이 ‘순삭’하겠지만, 무언가 허전하다면 차로 1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벌교가 있다.

오리지널 벌교 꼬막을 먹고 오는 일정은 맛집 인증보다 영화 <황산벌>에서 맛깔나게 표현됐던 백제 사투리와 영접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냥 그 자체만으로 영광이다.

강원도 양양 물치항 ⓒ 양양관광공사
강원도 양양 물치항 ⓒ 양양관광공사

◇ 설악산이 진품 병풍, 강원도 고성

계절별로 차박하기 좋은 곳이 조금씩 다르다.

여름에는 역시 해변이 좋다.

계곡보다는 벌레들이 덜 꼬이는 편이라서, 여기에 아마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줘서 그럴 것이다.

해수욕장은 확실히 서해보다는 동해가 많다. 서울에서 제대로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아마도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속초나 그 위 또는 아래 해수욕장을 찾으면 된다.

최근에는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서핑은 파도가 있어야 하는데 역시 동해안으로 가야 한다.

양양에 가면 파도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초보자들을 위해 몇 시간 프로그램으로 레슨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싱글이라면, 아니 커플이라면 서핑이라는 레저로 공감대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는 길에 설악산이 있는데 만약 계곡이 더 좋다면 여기쯤에서 장소를 물색해보는 것도 좋다.

동호회 등에서 이미 다녀온 후 알려준 설악산 주변 차박하기 핫플레이스는 물치해수욕장이라는 의견이 다수로 많았다.

취사는 안 되지만, 주차 쉽고 화장실 가까운 데다가 설악산 케이블카 타는 곳과도 가깝다고 한다.

만약 가족 수가 많아 차박이 힘들다고 한다면 주변에 펜션이나 리조트가 즐비하다. 성수기라 방잡기가 쉽지 않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즘은 코로나로 성수기가 성수기답지 않은 예약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설악산 부근에도 가격이 그렇게 많이 비싼 편도 아닐뿐더러, ‘호캉스’ 이름에 걸맞게 여름 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기자는 비발디 파크가 있는 소노펠리체 빌리지라는 곳을 가봤다. 아이들을 위한 워터파크, 그리고 어른을 위한 골프 클럽, 승마 체험 등이 한자리에 있는 곳이다.

여름 시즌 일찍 예약한다면 재미나게 즐기고 와이프에게도 꽤 괜찮은 점수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분위기 잡고 와인 한잔을 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아니겠는가.

와인이 맛난다면 와이프는 속으로 “차박은 개뿔”이라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내 착각이거나.

아무래도 명품이 준비돼 있어야 하는걸까?

참고로 소노 시리즈로 불리는 대명 리조트에서는 올해 투숙 패키지로 와이너리 투어를 선보이고 있다.

설악산 말고도 전국적으로 체험 신청할 수 있다.

설악산 배경 르노삼성 XM3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설악산 배경 르노삼성 XM3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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