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방산업체 통합실태조사 서면만… 방위산업기술보호법 훈령상 망 분리가 원칙
방산보안·기술보호, 안보지원사서 방사청 이관 뒤 불거져… 분리 여부 수사 이유로 확인 제한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경남 사천 KAI 개발센터 전경 ⓒ KAI 포토 갤러리
경남 사천 KAI 개발센터 전경 ⓒ KAI 포토 갤러리

방위산업업계 맏형 격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이버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

방위산업기술과 군사 비밀 유출 우려가 북한 연계 조직으로 추정되는 세력 공격으로 해킹 당하면서 커졌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 국가정보원, 경찰,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합동조사 중이지만, 해킹 당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망 미분리로 인해 첫 국산전투기 ‘KF-21 보라매’ 설계도면 등 다수 기술 정보들이 유출된 것으로만 전해지는 상황이다.

KAI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는 공식 입장만 내놓고 있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가 지난달 말 해킹이 의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사안이 국정원 등 유관기관 공동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해킹 세력은 공식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해킹이 망 분리 미흡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KAI 해킹 공격은 올 들어 두 차례 걸쳐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해킹은 직원 비밀번호를 파악한 뒤 외부망과 내부망을 연결시키는 가상사설망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은 분리 운영돼야 할 외부망과 내부망에 연결되는 고리가 있었고, 이를 통해 올 들어 두 차례 해킹으로 KF-21 설계도면과 관련 기술정보 등이 문서암호화체계(DRM)가 적용된 채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앞서 국가정보원은 이달 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KAI 해킹 주체는 북한 연계 조직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KF-21 보라매 시제기 ⓒ KAI 포토 갤러리
KF-21 보라매 시제기 ⓒ KAI 포토 갤러리

◇ 외·내부망, 미분리 운용(?)

하지만 대형 방산업체인 KAI가 외부망과 내부망을 분리하지 않고 운용했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방산업체는 방사청으로부터 지정되면 별도 망을 구성해야 한다.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규정에 따르면 방산업체는 방위산업기술 정보에 접속하는 시스템·컴퓨터 등에 대한 외부망 차단 체계를 갖추도록 돼 있다.

만약 알려진대로 KAI가 외부망과 내부망의 접점이 있었다면 업무상 예외적인 경우다.

방산업체는 자체 내규에 따라 외·내부망을 분리하지 않고 사용 가능하다.

방산업체는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방위산업훈령에 따라 방사청, 안보지원사, 국정원, 경찰 등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방사청이 중심이 돼 방산기업 대상으로 진행되는 통합실태조사 근거도 방위산업기술보호법이다.

일각에서는 방산업체 보안문제가 안보지원사에서 방사청으로 핵심 축이 이동하면서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사청은 지난해부터 방산업체 통합실태조사를 맡아 방산기업 보안 및 기술 보호 실태를 점검해오고 있다. 지난해 통합실태조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서면으로 끝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방사청이 방산업체 보안 조사 등 중심 주체가 되면서 지난해 11월 대우조산해양이 해킹을 당했고, 올 들어서는 KAI도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방사청 보안 조사가 느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산업체 보안조사는 지난해부터 방사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방위산업 보안 중심축이 옮겨졌다는 얘기다.

방위사업청 청사 이미지 ⓒ 방사청 유튜브 캡처
방위사업청 청사 이미지 ⓒ 방사청 유튜브 캡처

◇ KAI·방사청 모두 사실 확인 거부

KAI와 방사청은 모두 망 미분리 운용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을 거부했다.

KAI 관계자는 이날 <민주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항이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도 “망 분리 여부는 사실 확인이 제한된다”고만 답했다.

이에 앞서 KAI는 지난달 말 해킹이 의심되는 사항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향후 보안 강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KAI는 관련업계에서 LIG넥스원, 한화테크윈, 현대로템, 한화, 한화시스템 등과 주축을 이루는 방산기업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