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사고는 무사고로 인정, 성능에 직접 연결되는 결함만 포함
치밀한 계획 하에 파는 침수차, 의심되면 정비소 전문점검 필요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지난해 르노삼성차는 침수차 수리비를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해줬다. 사진은 차량을 정비하고 있는 있는 모습 ⓒ 르노삼성자동차
지난해 르노삼성차는 침수차 수리비를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해줬다. 사진은 차량을 정비하고 있는 있는 모습 ⓒ 르노삼성자동차

우리나라에서 중고차를 한 번 사봤다면, 다시 찾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소비자 불신이 커졌다.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알고는 있지만, 반발이 거셀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설픈 대책을 들고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견제를 위해 중고차 매매업에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여론도 그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조건부 합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양쪽 편의를 다 봐주려다가 소비자만 새우등 터지는 꼴이 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일부 심각성을 인지한 판매자들이 별도 브랜드를 만들어 보증기간 제도 등을 내걸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도 있다.

올바른 시스템을 갖춰가겠다는 뜻인데, 아직은 규모가 작아 성장 속도도 더디고 한계도 엿보인다.

중고차 구매에 소비자 불신이 쌓이는 가장 큰 이유는 속여서 판매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 배경에 품질에 대한 기준이 똑바로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사고차 기준부터 알아야

특히 사고차 경우 소비자 기준과 판매자 기준이 다를 때가 많다.

대부분 소비자는 철판 하나, 부품 하나 교체한 적이 없는 차를 무사고로 여기는데 딜러 기준은 다르다.

사실 흠이 하나도 없는 중고차는 드물다. 가벼운 접촉 사고까지 감가상각이 될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보는 것.

실제로는 자동차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차체 프레임이나 동력계 등에 손상이 있어야 사고차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딜러가 차를 받아 올 때에는 외장이나 일부 기능에 대해 정비를 진행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련돼 있는 것이 중고차 사고이력이나 매매이력 조회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중고차 구매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이하 성능기록부) 서식 내에 정비이력 확인 및 실매물 검색방법 등을 표기하도록 했다.

입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는 성능기록부 확인·서명 전에 차량 정비 이력, 실매물 여부 등 필요한 정보를 ‘자동차365’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매매이력 조회는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에서 할 수 있다.

자동차365는 지난 2018년부터 국토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로, 차량 구매부터 운행, 중고차 매매, 정비·검사, 폐차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국토부는 자동차365를 모바일 서비스로도 제공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사용에 불편하다는 댓글이 많았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 예시 ⓒ 국토교통부
성능상태점검기록부 예시 ⓒ 국토교통부

◇ 주의에 주의를 요하는 침수차

성능기록부만 확인해서 100% 믿을 수 없는 것이 침수차다.

침수 피해 차량은 바로 점검에 들어가지만, 중고차 거래는 곧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 몰지각한 정비소와 딜러들은 침수차를 헐값에 받아와 보기 좋게 꾸민 다음 속여 판매하는 때도 있다. 이런 둔갑 불량 매물은 빠르면 3개월 후부터 나오기 시작해 중고차 거래 성수기에 주로 많이 나오는 편이다.

지난해에는 태풍과 집중호우가 잦아 침수 피해가 많았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침수된 차가 2만 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외 침수 피해차로 접수되지 않는 차량이 더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침수 피해 차량으로 접수되지 않은 차는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자차 가입을 하지 않아서 혹은 창문을 열어두거나 우천 시 주차 금지 구역에 차를 세워놓는다는 등 자기 과실로 인해 보상되지 않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소유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피해 차량을 시장에 내놓지만, 중간 거래자들은 이를 말끔히 속여서 판매하는 것이다.

침수차를 구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이미 언급된 바 있다.

간단하게는 안전벨트를 끝까지 잡아당겨 끝부분에 오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차량 내 필요 이상으로 향수 냄새가 난다든지, 도어 힌지부분 깊숙이에 핸드폰 불빛을 비춰 상태를 확인하는 등 방법이 있다.

다만, 이런 내용은 사기를 칠 딜러들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는 “차량 가격이 터무니 없이 싸게 나와 침수차 의심이 된다면 국토교통부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동차등록원부를 보고 소유자 변경 내용을 살펴보라”고 권고한다.

소유자가 빈번하게 바뀌고 하체, 시트, 엔진오일 등 교환이 필요 이상으로 잦으면 구매 전문가에게 차량 점검을 맡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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