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 감성 쩌는, 영화보다 재밌는 드라마로 아직도 회자
휴대용 멀티툴, 덕 테이프와 다재다능 지프 차도 위시 리스트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미국 ABC TV 드라마 <맥가이버> 오프닝 영상 캡처 ⓒ 유튜브
미국 ABC TV 드라마 <맥가이버> 오프닝 영상 캡처 ⓒ 유튜브

지금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7080세대에게는 잊지 못할 미국 드라마가 몇 가지 있다.

<전격 Z 작전>, <A 특공대>, <캐빈은 열세 살>, <환상특급>, <에어울프>, <600만 불의 사나이>, <말괄량이 삐삐>, <헐크>, <프렌즈>, <X파일>, <브이>, <스타트렉> 등이 손에 꼽히는 티브이 시리즈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맥가이버>(MacGyver) 역시 당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다.

2016년에는 리메이크 버전이 나와 지난해 4월까지 방영하기도 했는데, 리메이크 버전의 <맥가이버>에서는 원작의 주인공 리차드 딘 앤더슨(Richard Dean Anderson) 대신 루카스 틸(Lucas Till)이 맥가이버 역을 맡았다.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ABC에서 방영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트레이드마크 같은 신나는 오프닝 사운드 트랙과 함께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라는 대사도 유행한 것이 기억난다.

주인공이 들고 다니던 스위스 아미 멀티툴은 ‘맥가이버 칼’이라는 이름이 됐고 만능 접착제인 덕 테이프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임기응변에 강하고 뭐든지 쉽게 해내는 척척박사와 같은 사람들을 가리켜 맥가이버라고 부를 정도였다.

첩보물이라고 해서 영화 <007> 시리즈의 숀 코너리나, 피어스 브로스넌처럼 멋진 수트에 잘 생긴 ‘넘사벽’ 캐릭터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옆집 모범생 형님처럼 친숙하고도 순한 이미지를 전달했던 맥가이버도 나름대로 거부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앤더슨은 <맥가이버> 작품 종영 이후 <스타게이트>에서 잭 오닐 역을 맡기도 했다.

무난한 배우 생활을 끝으로 지금은 특별히 활동하고 있는 작품이 없지만, 언제든 리메이크 버전이나 비슷한 영화가 나올 때면 항상 회자되는 인물이다.

드라마 <맥가이버>에서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위기에 처한 맥가이버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변 물건들을 활용해 탈출, 혹은 악당을 때려잡는 등의 이야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드라마 속에서 맥가이버가 응용했던 과학 지식은 실제로도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한다.

물론 폭발물이나 위험성, 모방 우려가 있는 포뮬러는 중요한 부분을 빼고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맥가이버>는 다른 첩보물과는 달리 주인공이 총을 쓰지 않았다는 신박한 설정도 포함돼있는데, 제작자 말에 따르면 동시대 넘쳐나는 슈퍼 히어로들과는 달리 그들만의 차별성을 두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공감대를 자극하는 가장 현실적 영웅을 만들려 한 것 같다.

누구나 공부만 잘 하면 맥가이버와 같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고 말이다.

실제 극중 맥가이버 학력은 웨스턴텍이라는 가상의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노벨상 수상자 수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 시절 이 드라마를 보고 과학자의 꿈을 꾼 이들도 많았다.

장난감이 많지 않던 시절 주변에 있는 것들로 맥가이버를 흉내 내기도 좋아했고, 모두 오프닝 음악을 따라 해가며 놀기도 했다.

인간 영역을 벗어나는 슈퍼 영웅들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고 과학적 지식이 없으면 재미가 다소 반감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를 보상해줄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이 갖고 나오는 다재다능한 아이템들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잘 알고 있는 휴대용 멀티툴인 맥가이버 칼이다. 어떤 때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불렸고, 원래 상표는 빅토리녹스였다. 지금도 절찬리에 판매가 되는 아이템이다.

물론, 바그나와 같은 다른 브랜드도 있었지만 가장 잘 알려진 맥가이버 칼은 빅토리녹스다.

이 맥가이버 칼은 원래 1890년대 스위스 군에게 보급되던 슈미트 루빈 소총을 쉽게 분해하고 정비하기 위해 사용하던 도구에서 유래됐다.

여기에는 소형 나이프에서부터 십자·일자 드라이버, 송곳, 가위, 손톱깎이, 톱, 등 가지 수도 무궁무진하다. 크기에 따라 들어가는 툴 종류가 달랐는데, 이중 와인 따개가 들어간 버전은 장교용이었다고 한다.

종류가 많다 보니 수집가들도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미국 드라마 <맥가이버>에 나온 지프 랭글러 YJ ⓒ 유튜브
미국 드라마 <맥가이버>에 나온 지프 랭글러 YJ ⓒ 유튜브

이외 맥가이버가 선택한 상남자 아이템은 그 유명한 오프로드의 대명사 지프 랭글러 모델이 있었다.

물론 오토바이라든지, 헬리콥터라든지 많은 탈 것들이 등장하지만 맥가이버 하면 먼저 떠오르는 차가 랭글러임은 분명하다.

사실 시즌이 끝나갈 무렵에는 아들과 함께 멋진 바이크를 타고 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여러 시즌에서 맥가이버가 타고 다녔던 랭글러는 <전격 Z 작전>에 등장하는 주인공 자동차 키트(Kitt) 처럼 최첨단 장비들을 탑재한 것은 아니었지만, 있는 그대로 모습에서부터 다재다능함을 상징화하는 데에 가장 적합했던 차였다. 척척박사처럼 뭐든지 해내는 주인공 캐릭터에 제대로 부합한 이미지다.

그런 지프 랭글러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 오프로드 자동차를 대표하면서도 그들 문화를 잘 대변하는 자동차로도 이미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

지프는 2차세계대전 당시 군용으로 납품하던 차량으로, 브랜드 전신인 윌리스 MB에서 처음 태어났다.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한국전쟁까지 여러 전장을 누비며 달렸던 MB 모델을 기반으로 처음 탄생한 것이 윌리스 CJ2A였으며, 지프라는 차명과 이를 상징하는 7슬롯 그릴이 트레이트마크로 쓰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일반을 위해 제작·판매한 것이 1955년 지프 CJ-5 모델이었다.

이후 CJ 시리즈는 여러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져 판매됐고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1987년 본격적으로 지프 브랜드 정체성이 짙어지게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맥가이버가 타고 나온 랭글러 YJ 시리즈 모델이다.

YJ는 사각형 헤드램프가 특징적인데, 한때는 지프 정체성을 흐린다고 매니아들 사이에서 혹평을 받기도 했다. 단순히 헤드램프 디자인이 사각형으로 바뀐 것뿐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YJ는 라이프타임 동안 이후 전 세계 63만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실감케도 했다.

YJ 모델은 지프 브랜드의 근대 역사를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 여러 다양한 매체에도 자주 등장했는데 특히, <맥가이버> 이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작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차도 같은 모델이다.

조금은 헷갈릴 수도 있지만, 참고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에서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가 타고 나온 차는 CJ-7 레니게이드 모델이었다. 윌리스 이후 모델 세대별로 따지면 YJ보다는 앞이다.

당시는 군용차량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기계적인 부분에서 복잡함이 없었고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이때부터 우리에게 넘어온 것이 쌍용자동차 전신인 거화, 그 이전인 신진자동차공업이 내놓은 코란도다.

코란도는 ‘코리안 캔 두(KOREAN CAN DO)’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윌리스 CJ-5 모델을 기반으로 탄생시켰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의지를 담았다.

한때 상용으로도, 승용으로도 인기가 좋았던 거화 지프는 아직 국내에 두어 대쯤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지프 이야기로 돌아오면, 굳건하게 쌓아온 지프 명성은 1997년 TJ 시리즈로 바통을 넘긴다. 다음 2007년 출시한 JK 모델, 지금은 JL 시리즈 모델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엔진 라인업은 미국 픽업트럭, SUV 들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3리터 이상 배기량을 갖춘 강력한 가솔린 유닛이 주를 이뤘다. 현행 모델은 다운사이징을 거친 2.0리터 모델이 기본으로 나온다.

물론 지프 브랜드도 시장 트렌드에 따라 친환경 전동화 전환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랭글러 모델 역시 전기차 버전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드라마로 총 139편에 시즌 7까지 나왔던 <맥가이버>는 TV 브라운관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지만, 한 번도 영화관 스크린을 찾은 적은 없다.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뜻이다. 아직 공식적이진 않지만, 소문에 따르면 조만간 맥가이버 영화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미국 드라마가 종종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드라마가 흥행했다고 영화까지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것을 제작사들도 알고 있는 듯하다.

만약 <맥가이버>가 영화로 나온다면 <A 특공대>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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