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줄어드는 수입차 시장, 평균 가격은 점차 상승 중
저가 모델로 수입차 대중화 가능… 전기차 선택지도 나와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폭스바겐 제타 ⓒ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제타 ⓒ 폭스바겐코리아

지난 2018년 이후 수입차 점유율은 15%를 넘어섰다.

하지만 다양성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30만 대다.

이중 국산 완성차 5사 점유율이 전체의 85%이고, 나머지가 거의 수입차 점유율이라고 보면 된다. 이 중에서도 벤츠와 BMW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며 대부분을 차지한다.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며 수입차 브랜드가 급격하게 점유율을 높여갔고 다국적 자동차들이 물밀듯 들어왔지만, 한국시장 특징상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물러간 사례가 몇 있다.

유럽 차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일본 차였다.

 

◇ 선택지 많았던 과거 수입차

현재 시점으로 봤을 때 수입차 시장은 다양성이 많이 부족해졌다.

현대차·기아 성장이 두드러진 이유도 있지만, 한국 소비자 취향이 더욱 분명해진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산차와 수입차 간 점유율 경쟁 현상은 가격 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산차 가격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반면, 수입차는 오히려 마진을 적게 떼더라도 싸게 내놓아 박리다매식 판매 전략을 전개하려고 했던 데에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차가 미국에서 더 싸게 팔리는 것과도 비슷한 원리다.

한때 시장 점유율이 최고치를 찍었던 2018년 이전 수입차 시장에는 2000만 원대 차들이 즐비했다.

예를 들어 피아트 브랜드가 물러가기 전 아이코닉했던 피아트 500·500C·500X 등이 상시, 또는 국지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2000만 원 후반대에 구입이 가능했다.

닛산 브랜드도 퇴각하기 전 2000만 원대 모델을 몇 내놨었다.

트렌드를 너무 빨리 읽은 탓이었는지 고배의 잔을 들었던 순수전기차 리프가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2000만 원 초반에서 중반 정도에 살 수 있었다.

소형 SUV 모델이었던 쥬크도 2000만 원 중후반대에 팔렸고 알티마 역시 할인의 광명을 받아 2000만 원 후반에 살 기회가 있었다.

디젤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는 폭스바겐에서 판매하던 소형차 폴로도 2500만 원대에 판매되기도 했다. 10개월 만에 2000대 가량 판매될 정도로 인기도 꽤 있었다.

한 체급 위에 있는 골프도 정가가 3000만 원 초반대였지만 가끔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2000만 원 후반대로 내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격 경쟁이 워낙 심했던 터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기본 5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 이상까지 할인을 해줬었다.

특히, 물량 밀어내기를 하던 때는 할인 폭이 상당했다.

르노 조에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 조에 ⓒ 르노삼성자동차

◇ 다양성 줄어드는 수입차 시장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인기가 없는 차종은 사라지기 나름이다.

우리나라에서 멸종 위기에 직면한 타입은 왜건과 경차다. 비인기 차종으로 국내 완성차에서도 잘 내놓지 않는데, 수입사들은 더 큰 위험부담을 안기 때문이다.

차량 타입으로 보면 지금은 확실히 SUV가 대세다.

미국 대표주자들은 서둘러 물갈이를 시작하고 있다. 포드-링컨, 쉐보레, 캐딜락 등이 자신들이 잘 하는 분야에 급물살을 타듯 대형 SUV, 픽업 등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올해 여섯 가지 모델을 출시하며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차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승용 모델은 하나도 없다.

쉐보레에서는 그나마 제법 인기가 있었던 말리부를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로 제너럴 모터스가 단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캐딜락은 이번에 XT4·XT5·XT6와 에스컬레이드로 소형에서부터 초대형까지 SUV 라인업을 모두 정비했다. CT 시리즈 세단이 나오긴 하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다.

가격적인 면도 마찬가지다.

싸고 좋은 차는 찾기 힘든 일이겠지만, 수입차에서는 ‘싸면 품질이 좋지 않다. 그럴 바에는 국산차 사고 만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그래도 아직은 ‘수입차=고급차, 혹은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수입사들도 그러한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들여올 차종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2000만 원대 저가 수입차 라인업은 그리 많지 않다.

지프 레니게이드, 폭스바겐 제타, 푸조 e-208, 르노 조에 전기차, 르노 캡쳐, 미니 쿠퍼, 토요타 프리우스C 등이다.

위 기준은 3000만 원 이하 정가 차종과 함께 전기차 경우 보조금 지급받았을 때 가격 2000만 원대 차종, 간혹 지원되는 할인을 적용한 차종 등을 포함했다.

쉐보레 브랜드를 수입차로 본다면 2000만 원대 트레일블레이저를 리스트에 넣을 수 있겠지만 생산지가 국내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반대로 르노삼성차 경우 수입차협회에 등록돼있지 않으며 국내 완성차 기준으로 판매량을 계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르노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조에 전기차와 캡쳐 모델 경우 100% 수입차이기 때문에 해당 리스트에 포함했다.

 

◇ 수입차 대중화 이끈다는 ‘폭스바겐 제타’

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차 대중화’ 전략을 내세우며 2000만 원대 세단 모델 ‘제타’를 지난해 10월 내놨다.

아반떼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수입차라며 노골적인 시장 공략을 전개했다.

그러면서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 및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장치 등을 포함해 상품성도 놓지 않았다.

싸게 많이 팔겠다는 의지여서 그런지 퍼포먼스에는 크게 중점을 두지 않았다.

1.4 TSI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는데 최고출력 150마력, 25.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파워트레인을 얹고 있다.

일상적 주행에는 무난한 수준이지만 운전 재미를 보는 데에는 큰 매력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신 가격적인 면이 이를 모두 상쇄해 준다. 모델 트림별로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출시 당시 파이낸셜 프로그램을 이용했을 때 차량 가격이 최저 2450만 원까지 내려간다고 했다.

차량 정가는 프리미엄 모델이 2949만 원부터 시작한다.

 

◇ 미국산 수입차도 2000만 원대

지프 브랜드는 고집이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에도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지프 인기는 단연 대단했다. 그리고 가장 빨리 수입돼오기 시작한 브랜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랭글러·체로키를 중심으로 고집스럽게 오프로드 차량을 내놓았는데, 비교적 부담스러운 가격을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곁가지 선택지가 바로 보급형 지프 레니게이드다. 무늬만 오프로드로 로망을 바라보는 이들을 위한 도심형 SUV 모델이다.

이것저것 대단한 장비들을 집어넣어 가격을 높인 것이 아니라 딱 필요한 것만 넣고 제멋에 탈 수 있는 차라고 볼 수 있다.

레니게이드 정가는 사실 3610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재고 소진을 위해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해 ‘저가형 지프’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할인 폭은 최대 20%였다.

2021년형 모델을 내놓으며 가격이 오르고 할인이 사라졌지만, 보급형이라는 차의 특징을 고려해 본다면 이후 다시 한 번 매력적인 할인이 진행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 국산차인 듯 국산차 아닌 수입차 ‘캡쳐’

르노 캡쳐는 르노삼성의 QM3의 후속 모델이다.

지난해 중순에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2575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개소세 인하분을 적용하면 2528만 원이다.

QM3가 2220만 원부터 시작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조금 오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차량 특성도, 판매 구조도 확 바뀐 것이 이유라고 볼 수 있다.

QM3의 경우 르노삼성 부산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했었던 반면, 캡쳐는 전면 수입해서 들여오는 100% 수입차로 봐야 한다.

글로벌 판매를 위해 특성에 맞춘 것이 아니라 유럽 시장 성향을 많이 반영한 모델이다.

경쟁 모델로는 국산차에서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현대차 베뉴, 코나, 기아의 스토닉, 셀토스, 니로, 쏘울 등이 된다.

수입차임에도 불구하고 경쟁 모델들과 가격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 수입차 경쟁 모델을 살펴본다면 폭스바겐 티록, 지프 레니게이드 등과도 비교해볼 수 있는데 이들보다는 싼 가격대를 형성한 것이다.

푸조 e-208 ⓒ 한불모터스
푸조 e-208 ⓒ 한불모터스

◇ 전기차 대중성 알린 ‘르노 조에·푸조 e-208’

넘사벽의 부담스러운 가격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전기차가 대중성을 띠고 찾아왔다.

비록 경차 크기 소형차지만 르노 조에와 푸조 e-208은 보조금 충당 후 200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5~6000만 원대 전기차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 평균 가격대를 조금 더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우선 르노 조에는 오랜 시간 유럽에서 전기차 기술력을 축적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2012년부터 판매되던 전기차로 국내 들어오는 모델은 3세대 부분 변경이다.

100kW급 최신 R245 모터와 54.5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최고출력 136마력, 25.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데 0-시속 100km 가속을 3.6초에 끊는 퍼포먼스를 자랑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공격적인 판촉에 나설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하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309km로 가격에 비해서는 적정한 수준이다. 도심 주행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했다고 생각하면 차량 특성을 바로 알 수 있다.

푸조 e-208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디젤 버전 모델과 비슷한 200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푸조는 PSA그룹 차세대 공용화 플랫폼 CMP의 전기차 버전인 e-CMP 플랫폼을 적용해 향상된 차체 강성과 무게 감량 등 기능적 업그레이드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e-208은 르노 조에와 비슷한 50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이 136마력이며, 26.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데 퍼포먼스와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또한 비슷한 수준이다.

 

◇ 갈등 생기는 가격대 ‘미니’

까놓고 말하자면 미니 브랜드 문화의 입문인 미니 쿠퍼 모델 가격은 3230만 원이다.

3000만 원이 조금 넘어가지만, 굳이 2000만 원대 수입차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특별 할인 기회를 잡는다면 충분히 2000만 원대에 구입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니는 BMW그룹 산하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덤으로 받았고 운전의 재미를 타고난 차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널리 알려진 아이코닉한 이미지로 중고차 가격도 높은 데다 대체가 어려울 정도의 독보적 인기 때문에 프로모션이 자주 있거나 할인 폭도 크지는 않다.

하지만 딜러 재량에 따라, 혹은 재고 물량에 따라 가격 변동이 생길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평소 2000만 원대 수입차를 찾는 이들이라면 갈등이 생길 수 있을 만한 가격대다.

미니 쿠퍼는 1.5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36마력, 22.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데 차체가 가벼워 보다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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