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인기있던 1세대, 끝물 향해 가 곧 2세대로 변경
6000만 원대 가성비, 주행감보다 실용·안전성 집중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렉서스 NX 300h 이그제큐티브 ⓒ 민주신문 김현철 기자
렉서스 NX 300h 이그제큐티브 ⓒ 민주신문 김현철 기자

렉서스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슈퍼 루키로 알려진 NX 300h를 최근 시승했다.

자동차 역사에서는 비교적 뉴페이스로 등장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갖고 있다.

첫인상에서 그렇게 느껴졌다. 디자인에서도, 주행 감성에서도 말이다.

렉서스 NX는 토요타 브랜드의 헤리티지에 새롭게 둥지를 튼 모델이다. 라브4나 몇몇 브랜드 내 모델과 연관성이 좀 있지만, 어쨌든 지난 2014년 1세대를 처음 선보여 아직 세대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드스쿨의 느낌은 이 때문이다.

시승차는 1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자잘한 디자인 변경과 몇몇 편의·안전 장비들이 더해졌다. 해외 판매량도, 국내 판매량도 기대치보다 높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모두들 디지털 전환을 향해가고 있는 이 와중에 고작 1세대밖에 안 된 브랜드의 최신 뉴 모델이 아날로그 감성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NX는 트랜드에 뒤처진 게 아니라 보다 긴 시간을 달리려고 애써 에너지를 감추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끝물 향해 가는 슈퍼 루키 NX Mk1

일반적으로 한 모델의 세대 변경 주기가 8년에서 10년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시승하고 있는 이 모델은 NX 1세대의 끝물에 있는 녀석이다.

곧 있으면 2세대 모델이 나온다는 소식이 벌써 나돌았다. 얼마 전 새로운 모델에 대한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는데, 외관 디자인은 물론 내부 디자인도 확 바뀐 모습을 확인했다.

유출된 영상에서 확인해본 바 외형도 외형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차량 내부 시스템 인터페이스였다.

신형 모델에는 14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독특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의 외부 프레임을 적용해서 말이다.

놀랍지만, 사실 별로 반갑진 않다.

개인적으로는 현행 모델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계단식으로 입체감을 줬던 센터페시아가 납작해진다는 것에 환호할 수 없다.

 

◇ 인체공학적 편의, 이대로 좋나?

최근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는 물리적 컨트롤 버튼을 없애고 디지털 화면에서 중앙 컨트롤 방식을 채택하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디지털 화면이 인체공학적으로 운전자나 탑승자에게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해주지는 않을 것 같다.

전에 르노 XM3 시승 후에도 언급했지만, 온도를 올리려면 터치해 화면을 활성화하고 공조기 아이콘을 터치한 다음 온도 증감 버튼 아이콘을 또 터치해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물리적 버튼이라면 그냥 돌리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추측해 보자면, 제조사들은 앞으로 가능한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최대한 줄이려는 생각일 테다.

소프트웨어로 이를 대체하면 제조비용이 절감될 수도 있고, 더욱이 전동화로 바뀌어 가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 ‘디지털화’는 좋은 빌미가 될 것 같다.

사용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좋은 기회도 되는 셈이다.

지금 NX는 그래서 만족스럽다.

알파고 개입이 적은 아날로그적 감성.

이것이 차를 타는 맛이라고 생각한다.

 

◇ 공간은 타이트하게, 컨트롤은 여유롭게

현행 NX 모델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두고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송풍구, 아날로그 시계, 컨트롤 패널이 모두 탑승객 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으니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좁게 느껴진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차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차가 아니다.

게다가 조금 갑갑해야 안정감이 높아지는 법이기도 하다. 딱 맞는 수트를 입은 듯한 게 어떨 때엔 여유를 만들어 내는 데에 더 필요할 때가 있다.

여유라는 말이 나왔으니 한 가지 이점을 더하자면, 컨트롤 패널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공조기 등 사용이 더욱 수월해진 것도 사실이다. 디자이너 의도를 추측해본다면 시트에서 등짝을 떼지 않고 모든 것을 조절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을 테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터치 입력 기능도 없어 불편하며, 센터 콘솔 바로 앞에 있는 터치 패드는 사용하기가 불편해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행인 것은 나와 같은 피드백이 많았기에 토요타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내비게이션 등은 다행히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연동해 쓰면 된다. 연결은 무선이 아닌 게 아쉽지만 말이다.

렉서스 NX 300h 이그제큐티브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렉서스 NX 300h 이그제큐티브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올드스쿨? 아니 뉴페이스!

새로 나올 모델 때문인지 이미 다소 트렌드에 뒤처져 버린 느낌이 나는 NX300h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은 계기판 모습은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다.

오른쪽에는 속도계, 왼쪽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것을 강조하도록 배터리 충전 상황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아날로그 감성에 불만이 없지만, 워낙에 빨리 변해가고 있는 자동차 시장이라 트렌드에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요즘 최신 모델에 적용되는 주행 보조 기능들은 충분히 들어가 있다.

우선 전방 차량 정차 시까지 따르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는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작동한다.

사각지대 모니터도,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도, 주차 보조 브레이크도 여유롭고 안정감 있게 잘 작동한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등 시승 동안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몇 가지 기능들도 더 있었는데, 최신 트렌드를 빗대어 봐도 크게 아쉬운 부분 없이 여러 가지 필요한 기능이 다 들어가 있다.

특히 동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NX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열선, 통풍 기능이 있는 시트가 1열에 적용된 데다가 2열에도 열선 시트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일교차가 많이 나는 봄날에 통풍·열선 기능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 럭셔리 콤팩트 SUV의 주행 느낌은?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토요타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NX 300h이다.

2.5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세 개의 전기 모터, 무단변속기 e-CVT가 연동돼 돌아간다.

파워트레인은 시스템 최고출력이 199마력에 21.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는데, 스포츠 모드로 바꾸기 전에는 충분히 강력하다는 느낌은 덜 받는다.

럭셔리 세단에 뿌리를 두고 이어져온 DNA라서 그런지 과도하게 역동적인 성향은 지양하려 한 것 같다.

일상주행에서 불편함은 전혀 없다. 오르막길을 올라가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다만,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는 토크가 14.7kg·m가 낮은데 여기서 아마도 차이를 느끼는 것 같다.

체급에 비해 코너링 접지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후륜기반 사륜구동 베이스 구조가 한몫한 듯하다.

이론적으로는 렉서스가 강조하는 구동력 제어 장치가 작용해 바퀴의 공회전을 철저하게 잡아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운전자의 갑작스런 스티어링휠 조작에 대응하며 엔진출력, 브레이킹 제어 등을 지원해 자세를 잡아준다는 차체 자세 제어 장치,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브레이크 보조 장치가 더해지면 어떤 도로를 달려도 무서울 게 없다.

이런 모든 세팅은 운전에 미숙하거나 복잡한 장비 등을 꺼리는 여성 운전자들을 위해 구성한 것 같다. 친절하고 세심한 디테일이 엿보인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안전 디테일에 너무 치중한 탓인지 주행 감성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면 충격을 받아들일 때면 민감한 이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요철 넘는 태도는 그다지 신사적이지 않다. 이 부분은 6000만 원이 넘는 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적용됐다고 하는데 일반 가솔린 모델과도 같다.

하지만 아마도 차이는 160km이 더 나가는 차체 무게 탓이 더 심각해진 게 아닌가 싶다.

 

◇ 라인업 내에서 합리적인 가격은?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NX는 세 가지 모델이 있다.

이번에 시승한 NX 300h, 2.0리터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NX 300, 다이내믹 스포츠 모델인 NX 300 F SPORT이다.

NX 300h는 또한 두 가지 트림으로 나오는데, 이그제큐티브와 슈프림 두 버전으로 구성돼 있다.

사이드 미러 메모리 기능, 천연가죽시트, 장인의 손이 거쳤다는 시마모쿠 우드 인테리어 트림,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사운드 오디오 시스템, 스피커 개수, HUD,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6:4 파워폴딩 시트, 파노라믹 뷰 모니텅, 메모리 시트, 뒷좌석 열선, 킥 오픈 파워 백도어 등의 유무 또는 적용 범위 차이다.

나머지는 똑같다. 특히, 안전사양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격은 각각 6770만 원과 5960만 원이다.

이정도 가격이면 프리미엄급에서는 꽤나 합리적인 가격이다. 주행감성보다는 실용성에 비중을 더 둔다면 가성비도 제법 나온다.

운전의 즐거움보다는 실용적이고 안전하며 어느 정도 품격까지 갖추길 원한다는 고객이 추구할 수 있는 편한 카 라이프에 가장 부합하는 차가 아닌가 싶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