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저주(?)’인가, 7월달에만 세 번째 사고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의 처참한 사고 현장

사고발생원인은? 아시아나 “조종사 경험 미숙때문 아니다”
미국교통안전위, “조종사 운항 미숙일수도…” 의견 상반

[민주신문 =허홍국 기자] 아시아나 항공에게 7월은 잔인한 달인가. 아시아나 항공 사고가 지난 1993년 7월과 지난 2011년 7월에 이어 올 7월에 또 다시 사고가 발생, 오명을 남기게 됐다.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214편(기종 B777-200)은 이날 오전 3시28분께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28번 활주로에서 착륙 중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기에는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이 탑승했다. 한국인은 77명, 중국인 141명, 미국인 61명, 일본인 1명 등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는 1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7월 화물기 제주해상 추락 승무원 실종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2011년 7월에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제주 해상에 추락해 승무원 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사고도 7월이었다. 당시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화물칸에 불이 붙어 급히 회항하던 중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내 항공기가 화재로 추락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93년 7월엔 해남 비산부락 뒷산 추락 66명 사망

이보다 앞선 1993년 7월에도 승객 10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운 아시아나 B737-­500기가 목포상공의 악천후로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비산부락 뒷산에 추락했다. 당시 사고로 66명이 숨지고 44명이 부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고까지 포함해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관련 사고 3건은 모두 7월에 발생했다.

7월7일, 보잉 777기 한국인 탑승객 77명
아시아나 항공 사고 관련 ‘7의 저주’ 괴담

올 7월과 2011년 7월, 93년 7월에 잇달아 사고가 발생하면서 ‘7의 저주’라는 괴담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가 숫자 ‘7’과 관련이 있다는 괴담이 인터넷 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7월 7일 보잉 777항공기에 타고 있던 한국인 77명, 중국·일본 국적 142명(1+4+2=7), 미국 국적 61명(6+1=7), 승무원 16명(1+6=7)”이라는 글을 남겼다.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가 한국시간으로 7월 7일 새벽에 발생했고, 사고 여객기 기종이 보잉777이라는 것이다. 또 사고 항공기에는 한국인 77명이 탑승했고 다른 숫자의 조합도 ‘7’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보잉 777, 7월7일, 한국인(탑승객) 77명, 7이란 숫자가 7개 모였다”고 밝혔다.
현재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와 비슷한 종류의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고 여객기 편명 OZ 214의 각 숫자를 더하면 7이 나온다”, “사고 여객기는 지난 2006년 3월 등록돼 올해로 운항 7년째”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섬뜩하다”, “우연치고는 참 세다”, “더이상 행운의 숫자가 아니네”, “현지에서는 6일인데 끼워 맞추지 말자”등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고 발생원인은 무엇 때문인가

이날 아시아나 항공의 사고원인은 조종사 경험 미숙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원인에 따른 것일까.

아시아나항공이 OZ214편 착륙 사고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조종사의 경험 미숙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사고원인을 둘러싼 의혹들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 8일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당시 여객기를 운항했던 조종사들은 모두 1만 시간 전후의 비행기록을 갖고 있는 노련한 분들”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전날 사고 여객기 착륙시 조종은 B777기 운항 경험이 9차례(43시간)에 불과한 이강국 조종사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기장은 해당 항공기 3000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는 이정민 조종사가 맡았다. 이강국 조종사는 지난 1994년 3월에 입사해 1~2년 뒤부터 B747 등 대형 비행기 부조종사를 맡았다. 이후 2005년 기장으로 승격했다. 그가 B777기로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이번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운항 미숙에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가 특정 여객기의 비행시간이 짧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베테랑경인 이정민 조종사가 뒤에서 부기장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NTSB가 아시아나 측에 과실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조종사 과실로 드러나면 정도에 따라 최대 파면처분

이번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과실 등으로 밝혀질 경우 해당 조종사는 그 정도에 따라 징계를 받게 된다.
징계 수위는 최대 파면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대한항공도 일본 아키타 공항 유도로에 잘못 착륙한 769편의 기장과 부기장을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물어 각각 권고사직과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편 한 달전 사고 여객기가 엔진 이상으로 점검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지난달 28일 12시간 동안 진행된 계획 정비에서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영두 아시아나 사장

아시아나 윤영두 사장 “사고원인 섣부른 판단 삼가야”

NTSB가 이번 사고원인을 조종사의 운항 미숙이라고 운운하는데에 대해 아사아나 항공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지난 8일 OZ214편 착륙 사고와 관련,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 등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며 섣부른 판단은 삼갈 것을 촉구했다. 윤 사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여객기를 운항한 이강국 기장의 B777기 비행 시간이 43시간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윤 사장은 “해당 항공편에는 이강국 기장 외에도 비행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 되는 기장이 2명 더 탑승했다. 이같은 관숙비행은 전세계 모든 항공사에서 실시하는 당연한 교육 과정 중 하나”라면서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경험 미숙으로 예단하긴 이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아시아나항공 특별기를 타고 귀국하는 탑승객 11명에 대해서는 “치료를 원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체 뒤에서 ‘쿵’하는 충격에 ‘쾅’하는 폭발음 들려
방파제와 충돌후 멈추는데 걸린 시간은 18초

1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아시아나 항공이 방파제와 충돌 후 완전히 멈추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8초다. 성인 여성의 100m 달리기 평균기록과 같다.

평소라면 순식간에 지나갔을 이 짧은 순간이 사고 여객기 탑승객들에겐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사고 탑승자들의 증언,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 등 조사기관의 발언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4시35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7일 오전 3시20분께 샌프란시스코 공항 인근에서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기장의 안내를 받은 291명의 탑승객들은 착륙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창문 밖으로는 샌프란시스코공항과 시내 전경도 눈에 들어왔다. 그로부터 8분 뒤 착륙 시도를 위해 여객기가 활주로에 내딛던 순간, 동체 뒷부분에서 ‘쿵’하는 충격이 일면서 기체 앞부분이 크게 들렸다.

목격자들은 “사고기의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동체 전체가 흰 연기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랜딩기어는 활주로에서 불꽃을 일으키면서 부러졌고, 이와 동시에 엄청난 흙먼지가 동체를 뒤덮었다. 곧이어 ‘쾅’하는 폭발음이 들렸고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기내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짐 칸에서 캐리어를 챙기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안전벨트가 풀려 나뒹구는 사람, 정신을 잃고 쓰러진 승객도 많았다. 그야말로 ‘살려달라’는 외침과 울음 속에서 혼돈이 가득했다.

 

사고기에 탑승했던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부사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9·11 테러 사건 이후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며 “초현실적인 상황”이라고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결혼 1년을 기념해 남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여행을 간 최모(28·여)씨는 “기내방송 후 착륙 4~5초 전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었다”며 “총 2차례의 충격이 있었는데, 마지막 충격은 몸이 튕길 정도로 컸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2차 충격 전에 기체에 불이 붙었다. 앞쪽 엔진 쪽 창문에서 불이 났다”며 “여권도 없어졌다.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곧 사고기 탑승구마다 비상 슬라이드가 설치됐다. 탈출한 일부 탑승객들의 짐 때문에 동체 앞 부분 슬라이드가 형체를 잃기도 했지만 291명의 승객들은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무사히 빠져나왔다. 불행히도 이 중 중국인 10대 여학생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부상한 승객들은 대기하고 있던 응급차에 실려 이송됐다. 마지막까지 기내에 남았던 이윤혜 승무원 등 5명이 빠져나오자마자 동체는 시뻘겋게 불타올랐다.

CNN 등 현지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된 사고기의 모습은 실로 끔찍했다. 동체에서 떨어져 나간 뒷부분은 활주로에서 한참 벗어나 흙바닥 위에 나뒹굴었고, 꼬리 날개는 활주로 앞 부분에 널브러져 있었다. 검게 그을린 객실 내부와 한쪽으로 기운 동체 주변에는 사고기 파편도 널려 있었다.

항공기 사고 승객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방치하면 ‘위험’

현재로선 탑승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호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탑승객들이 귀국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뜻한다. 지난 7일 인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 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부상을 입은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현지 주민의 70%가 고위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해리 현상과 공황발작, 환청 등의 지각 이상으로 나타난다. 연관 증상으로는 공격적 성향, 충돌 조절 장애, 우울증, 알코올 의존,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 기능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고 직후 단기간 나타나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 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은 사건 발생 후 1개월 이상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때 확진할 수 있다. 10명 중 3명은 적절한 치료 없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만 4명은 불안, 공포, 악몽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 이 가운데 2명은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증상을 호소하며 1명은 후유증으로 약물 남용이나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어리거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경우 증세가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라 과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대개 사건 발생 후 곧바로 여러 증상을 통해 나타난다”며 “하지만 사건 발생 수십 년 후에도 겪을 수 있어 가급적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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