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필두 잇따라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 예상
미래차, 반도체 수요 느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본사 입구 ⓒ 뉴시스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외신은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 자회사로 자동차용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는 뱅가드 인터내셔널 세미컨덕터(VIS)가 이르면 오는 2월부터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 최대 15% 가격 인상상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업계는 이번 자동차용 반도체 가격 인상으로 인해 B2C 완성차 시장은 물론 B2B 산업 전반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품귀현상이 있었던 터에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요구되는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어 당연한 수순이라는 시각이다.

 

◇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 불가피

외신에 따르면 TSMC와 더불어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 등 다른 대만 업체들도 인상을 고려하고, 이들은 직접 거래처인 네덜란드 NXP와 일본 르네사스 테크놀로지 등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 전문 기업에 가격 인상을 이미 타진했다.

이런 가격 인상 영향은 최종 소비자가격 인상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10% 오르면 최종 사용자인 자동차 업체는 1%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전자기기 반도체와는 달리 제품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 때문에 위탁생산을 하는 파운드리 업체의 경우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하는 차량용 반도체는 비교적 까다롭고 작업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 

다른 분야보다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이 먼저 검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약 53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TSMC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물량 10%를 차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이외 애플의 M1칩 등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가장 신뢰받는 거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출 규모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TSMC는 삼성전자(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을 앞지른 상태다. 

시가총액으로도 반도체 최고봉에 있던 인텔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미 많은 반도체 개발사들이 TSMC에 제품 위탁 생산을 맡기고 있다.

가격 인상은 아무래도 불가항력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이 우려되는 부분은 TSMC와 같은 영향력 있는 기업이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 차량용 반도체, 수요 느는데 공급은 부족

현재 상황은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도 골칫거리지만 생산물량 부족은 더 큰 문제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겪는 중이다.

자동차 반도체는 대략 300개 이상이 사용되는 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부터 램프부, 스티어링휠, 각종 감지 센서부, 카메라부, 동력계(파워트레인),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심지어 차량용 스마트키에서도 탑재된다.

게다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최첨단 전기차와 더불어 효율적 계산능력을 갖추는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대두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레벨3 자율주행 차에는 대략 2000개 이상 반도체가 들어갈 것이라고도 예측한다.

이미 미국 포드, 독일 다임러와 폭스바겐, 일본 닛산, 혼다,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이미 중국과 북미·유럽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독일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골프’ 모델의 생산을 중단했다. 

도요타는 미국 텍사스주 공장에서 툰드라 픽업 생산을 줄이기로 했으며, 닛산은 이달 주력 차종인 노트의 생산량을 5000대 줄이기로 했다.

아직 직접적 영향권에 든 것은 아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이 부분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고, 인상 시기 역시 초읽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흡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순위 상위 30개 기업 가운데 국내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며, 그나마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 각국 정부, “차량용 반도체 더 만들어 달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을 늘리도록 대만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동차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독일, 일본 정부가 대만 정부와 반도체 기업에 적극적인 협조를 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히 세계 파운드리 업체 1, 4위인 TSMC와 UMC에 상황이 시급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비대면 산업 수요로 모바일, PC, 가전, 서버 등 IT용 반도체 수요가 늘 것을 예상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후순위로 미뤘다.

TSMC는 각국 정부의 요청에 대응해 정부 주도로 이미 대만 현지 내 반도체 기업이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맞춰 나갈 것이며, 자동차 업체들과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품귀현상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호전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생산원가 상승 및 영업이익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차량 가격 인상에 판매량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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