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세대교체 상징의 몰락… 과감한 정책들 아쉬워
부패에 떳떳하고 젠더 이슈에 강한 정의당 기대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민주신문 김현철 기자

“과감한 정책을 던지는 정당. 이슈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정의당다운 과감한 어젠다를 제시해 양정당이 우리 정책을 보고 따라올 수밖에 없게 하는 정당. 그런 정당을 만들 것이다”

지난해 정의당 김종철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된지 7일째인 10월 16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던진 그의 포부였다. 

NL(민족해방)·PD(민중민주) 운동권, 과격, 혁명으로 상징되는 한국 진보정당에 세대교체를 알리는 ‘40대 기수’ 김종철으로의 선수 교체는 흥미로웠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결선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 속에서 당원들은 ‘당의 미래’를 얘기하는 자신에게 표를 던졌다. 

1970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당 대표에 선출된 것이다. 1세대인 노회찬-심상정 뒤를 이어 진보 2세대 주자인 김 전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그는 “진보진영 1세대와 3세대를 잇는 나를 비롯한 2세대 대표주자가 성공해야 하는 임무가 막중하다”고 인터뷰에서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되자마자 각 당 대표들과의 상견례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낙태죄 폐지 등을 제안하고 나섰다. 

첫 만남 자리부터 진보정당의 전통적 의제인 노동과 젠더 이슈에 대해 각 공당들이 공감해주길 바라는 그의 모습은 젊은 당 대표의 패기와 함께 본격적인 ‘정의당 2.0’ 세대교체를 알리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는 “금기를 깨는 정당. 이제는 이런 금기가 통하는 시대가 왔다“며 ”강력한 증세와 강력한 재분배 개념으로 부자만 더 내는 것이 아니라 중산·저소득층도 세금 더 내고, 그 재원으로 진정한 재분배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얘기를 꺼낼 때 국민들은 우리를 지켜볼 것이고 지지할 것“이라며 △전국민기본소득 △전국민고용보험 △청년기초자산제 등 앞으로 내놓을 정책들을 거론할 때엔 확신에 찬 눈빛에서 ‘실현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주도로 이런 정책들이 이뤄지기는 어려워졌다. 

지난 1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김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백배사죄와 함께 즉각 사퇴했다. 

정의당은 25일 사건을 보고받고 당 징계 절차를 열어 당 대표 직위에서 해제했다. 

무엇보다 성폭력과 인권 문제에 뚜렷한 목소리를 냈던 정당에서 발생한 당 대표 성추행 사건인만큼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신인 민주노동당 창당 4년 만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하며 진보정당의 새 장을 열었던 정의당. 

이후 2008, 2012년 두 차례 분열과 분당을 통해 진보정당에 큰 상처를 내기도 했다. 

한때 정의당이 찍으면 낙마한다며 ‘정의당 데스노트’는 유명세를 탔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하며 존재감이 있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희생양이 되더니 성폭력 사건이 또 다시 불거지며 정의당은 창당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그간 정의당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귀책 사유가 있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번 선거를 ‘성평등·반성폭력 선거’로 규정하고 거대 정당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를 기필코 낸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간절히 ‘민주당 2중대’란 소리는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장 4월 선거는 물론이고 정의당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판이다.  

정의당은 26일 대표단회의를 열어 수습책을 논의한다. 

절치부심해 그들의 상징인 부패에 떳떳하고 젠더 이슈에 민감한 건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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