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단일화 안되더라도 승리 자신… 제1야당이 후보 못내는 것 안돼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의 입씨름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력갱생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비공개 회의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언급은 더 이상 하지도 말라”고 언성을 높인데 이어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선 “야권 단일화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차기 대권 지지도 1위에 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의 차기 대권 출마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가 결심을 할 거니까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지만, 내가 보기엔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다. 본인이 그것을 잘 파악하면 현자가 될 수 있는 거고, 파악을 못 하면 그냥 그걸로 말아버리는 것”이라며 대권 반열에 오른 면이 있다고 치켜세우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이 아직도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여권에 있는 사람이다. 여권 내부의 갈등 속에 있는 거지 그 사람이 야권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며 “여권에서 찾다 찾다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그 사람이 할 수도 있는 거지 못 할 게 뭐가 있느냐. 정치라는 것은 갑자기 확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치를 그렇게 단순 논리만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권과 갈등을 겪고 있는 윤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여권 후보로 뛸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윤 총장은 새해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의힘 후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 주도권이 안 대표쪽으로 쏠리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다 분석을 하고 있다”며 “별로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당 내 몇몇 중진 의원들이 SNS 등을 통해 안 대표와의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제하라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단일화 과정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주도권을 뺐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어진 시간만큼 서로 밀고 당길 것”이라며 “지금은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시기다. 힘겨루기를 하다가 막판 여론에 누가 성공하느냐에 달려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신경전은 더욱더 치열할 전망이다. 안 대표 입장에선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경우 ‘대표’라는 타이틀에서 일개 당의 후보로 전락한다. 

김 위원장 역시 자강론을 버릴 수 없다. 

대의에 따르자니 야권 단일화를 통한 선거 승리지만, 명분을 놓고 보면 제1야당이 후보를 못내는 것은 허락할 수 없기 때문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