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손해보험사, 코로나19 효과 및 물가상승 우려에 車 보험료 동결
손해율 증가하는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 및 4세대 상품으로 돌파구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료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순 ⓒ 각 사 취합

손해보험 업계가 조용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신년이 되면 해마다 보험료 인상을 주장해왔던 각 손해보험사들이 올해에는 유독 조용하게 신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초부터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며 금융당국과 대립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료를 동결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보험사들이 해가 바뀌었음에도 보험료 인상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만큼이나 큰 손해가 나고 있는 실손보험료 인상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실손보험들의 손해율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보험사들의 새로운 근심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보험개발원, “차보험료율 검증 의뢰, 한 곳도 없어”

11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자동차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한 손해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통상적으로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한다. 

의무적인 절차는 아니지만, 금융당국에 보험료율 인상을 요청하기 전 보험료 인상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올해 상반기 차 보험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실제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와 같은 보험료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손해보험사들이 차보험료를 ‘동결’한 이유를 두 가지로 꼽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효과와 물가상승 우려다. 

먼저 지난해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교통량이 사실상 감소했다. 이로 인해 교통사고가 줄어들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료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즉, 지급보험료가 줄어들면서 보험사들을 괴롭히던 손해율이 낮아지는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실제 국내 4대 손보사의 지난해 1~11월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중)은 84.4~52.2%로 잠정 집계됐다. 90.2~91.2%를 기록했던 2019년 대비 5% 안팎 낮아진 상황이다. 

차보험료가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는 점도 보험사들에겐 부담이다. 

차보험은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인만큼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 

차보험료의 경우 보험사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어 금융당국은 그동안 보험료 인상 과정에 사실상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인 차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차보험료는 적자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손해가 발생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인상안이 다시 논의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손해율이 나아졌음에도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 있는 보험료율 상승을 보험사들이 요구할 경우 정부와 척을 져야하는데,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발등의 불 ‘실손보험’

일각에서는 차보험료보다 더 큰 화근으로 성장 중인 실손보험 때문에 차보험료 동결이 묵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손보험의 경우 최근 몇해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손해율이 늘어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된 실손보험은 현재 3종류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실손보험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실손보험 △2017년 4월 이후 판매 중인 착한실손보험 등이 있다. 

보험연구원이 작성한 실손보험 손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실손보험 142.9% △표준화실손보험 132.2% △착한실손보험 105.2%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올해 보험료를 최고 20% 이상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재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실손보험료율 인상안에 대해 차등인상 및 동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사들은 일단 금융당국의 요청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올 7월 출시될 에정인 ‘4세대 실손보험’으로 기존 가입자의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날 한 보험사의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보험사들에게 불안감을 높이는 뇌관이 되고 있다”면서 “7월 출시 예정인 4세대 실손보험은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지급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는 가입자 전환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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