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씨티銀·BoA 등 글로벌금융사 '인플레이션' 우려
물가상승률 2%대 유지 밝힌 Fed, 고용확대에 무게
이주열 총재 "불확실성 여전, 통화확대 기조 유지"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5일 미국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씨티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금융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후폭풍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 뉴시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금융계가 미국 경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금융을 대표하는 월가 금융사들이 앞다퉈 올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월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후폭풍으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만큼 올해 인플레이션이란 후폭풍이 닥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 인플레이션 경고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맡고 있는 연방준비위원회(Fed)는 지난해 9월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2023년까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2%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현재의 제로금리가 유지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월가 금융사들은 올해 Fed 예상치를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해소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푼 만큼 예상보다 더 큰 규모의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이 투자자문사인 비얀코리서치다. 

비얀코리서치의 설립자인 짐 비얀코는 지난해 12월 30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30여년만에 처음으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장담했다.

그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Fed의 예상치였던 2%를 넘어선 2.5% 정도로 예상하면서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5%의 인플레이션은 거의 30여 년만의 최고치"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2%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경고했고, 씨티은행도 상반기 2%대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후 연말이 돼야 다시 2%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일하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만이 Fed와 비슷한 1.8% 대의 물가상승률을 예상했다. 

BoA 측은 "기저효과로 인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 고용부진과 평균물가목표제 때문에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아스트라제넥신이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모습. 글로벌 금융사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급격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 뉴시스

 백신 조기접종이 인플레 우려 키워

미국 월가가 이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은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번지자 미국 정부는 역대급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에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해 9000억 달러의 추가 부양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조기 개발됐다. 화이자·모데나·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접종에 나선 상황이다.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상황에서 백신이 개발되자 경기침체 해소에 대한 기대감은 당연히 높아졌다. 이 때문에 글로벌 주식시장은 최근 역대급의 상승장을 연출하고 있다. 

결국 백신의 조기개발과 접종이 인플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는 가계와 기업들이 저축과 현금보유에 나섰지만, 백신 개발과 접종으로 인해 경기침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백신 보급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소비와 여행이 늘어날 경우 공급부족 현상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신년사를 통해 "국내 경기가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며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국은행

◇ Fed, 경기회복→고용확대로 

Fed는 이에 고용확대를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될 때만 해도 경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이제는 백신이 개발된 만큼 고용확대를 통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미국은 고용 경직성이 낮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경우 실업률이 대폭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업들이 자동화 및 기계화로 전환하고 있어 채용 규모가 정부의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는 점 정도가 근심거리다. 

반면, 우리나라는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로 인해 소비성향이 높지 않고, 저축률도 높아 소비회복의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경제성장률의 전망치는 상향했지만, 고용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경기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용부문이 늦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의 하락하고 있어 물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의 상승은 수입물가를 하락시키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신년사를 통해 "국내경제가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는 만큼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산시장으 자금유입과 민간 신용 증가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우려가 높아진 만큼 현 상황을 유의깊게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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