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책임총리 역할… 추-윤 갈등으로 국정 운영 차질 판단한 듯
추, ‘추다르크’ 추진력… ‘검찰개혁 시대적 요구 해결’ 최전선 활약
윤, 여권도 등 돌린 상황서 인물난 겪는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왼쪽부터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국무위원 인사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가진 국정 2인자인 정 총리가 ‘추-윤 갈등’을 정리해보고자 칼을 뽑아든 것이란 분석이다.

정 총리의 ‘추미애-윤석열 동반퇴임’ 건의를 계기로 이들의 정치력과 앞으로 예상되는 행보에 대해 알아봤다. 

 

◇ ‘버럭’한 정세균… 내각 책임총리 역할

복수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크게 부담이 된다”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의 발언에서 사퇴를 종용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 총리의 발언을 통해 일단 내각을 통솔하는 책임자로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총장 임기는 내년 7월까지로 문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이 임명한 자리를 면직처리하기가 부담스럽다. 

이에 정 총리가 ‘정치적 인사제청권’을 행사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직접 윤 총장을 해임할 경우 지게 되는 정치적 부담을 대신 나서 덜어줬단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오는 2일 열리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 해임 처분이 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 총리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달 10일에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을 겨냥해 “윤 총장은 자숙하고, 추 장관은 좀 더 점잖고 냉정하라”고 경고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직무수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정 총리가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선명한 메시지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최근 정 총리 행보 가운데 가장 특별했던 일은 총리실 내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을 위촉한 것이다. 

지난달 6일 정 총리는 총리실 산하에 보건의료·그린뉴딜·국민소통 등 세 분야에 대한 특보·자문단을 구성하고 총 9명을 임명했다. 이는 정 총리가 향후 대선 주자로서 지금의 방역 위기와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한국판 뉴딜 등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친문 쪽에서 정 총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결국 친문의 지지율이 어떤 곳을 향하는지가 관건인 만큼 그런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직 총리이니만큼 대권 도전 언급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 총리 측은 코로나19 방역만 어느 정도 성공시킨 후 총리직에서 물러나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 ‘추다르크’ 강단 확인한 추미애… 공수처 출범 완수해야

여권에선 “추 장관의 시간도 많이 남은 것은 아니다”는 얘기가 오르내린다. 

윤 총장 거취가 정리되고 난 뒤 순차적으로 추 장관 자리 문제를 정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정 총리의 말은 추 장관의 퇴진 역시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에 따라 정 총리가 언급한 연말 혹은 내년 초에 단행될 개각에서 추 장관 거취도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다만, 정부와 여권 입장에선 검찰개혁 완수라는 소명 달성을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나온 뒤에라야 보기가 좋다. 공수처를 시작으로 한 검찰개혁 완수 후 명예로운 퇴진이 가장 좋지만 시기상 어떤 결론이 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추 장관은 내년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차기 대선 후보군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같은 당 의원으로부터 ‘정도껏 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여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시대 요구인 검찰개혁을 강단있게 해나가는 모습에 이를 지켜 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은 정치적으로 큰 수확으로 꼽힌다. 

또한, 2016년 8월부터 2년간 당대표를 역임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를 큰 국정 혼란 없이 탄핵소추안 처리를 주도했다.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당 대표라는 점도 상당한 성과다.  

다만, 원조 친문이 아니라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라는 국민 요구에 추 장관이라는 명검을 선택했다”며 ”다만 그 자리 이후 문제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조직에 충성한 댓가… 윤석열, 야권 대망론 1인자 등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윤 총장 직무배제와 관련해 일선 검사들의 반발 조짐이 잇따르자 “검찰개혁이 왜 어려운지 검찰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며 “더 이상 검찰개혁에 좌절이 없어야 한다”고 검찰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검찰의 반성이나 쇄신보단 권력 유지를 통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본 것이다. 그러면서 공수처 연내 출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이고 개혁에 앞장선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진다”며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쯤에서 윤 총장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다만 조직에 충성할 뿐이다”라는 발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검찰총장 자리에 오르겠다는 사람이 국민에 충성하겠다가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 

이 때만 해도 국민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검찰문화임에도 청와대는 사법연수원 기수가 한참 낮은 윤석열을 총장으로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친여 성향 법조계에선 기수 파괴 인사를 통한 인적 쇄신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조직의 명운에 맞서는 윤 총장의 모습은 “국민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는 발언의 뜻을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 인물이 된 것이다. 윤 총장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선배 기수를 다 물리치고 검찰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조직을 사랑한 인물로 남게 될 것이다.

동시에 강단있는 저항의 몸부림을 통해 눈에 띄는 ‘잠룡’이 없는 야권의 대권 유력 후보로 단번에 등극하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지난달 30일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윤 총장 지지율(19.8%)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낙연 대표(20.6%), 이재명 경기지사(19.4%)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은 1일 오후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을 임시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제기한 직무배제 명령에 법원이 윤 총장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최고 임명권자’ 문 대통령의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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