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던 은행연합회, ‘민·관 경험’ 두루 갖춘 김광수 회장 단독 추대
문재인 정부와의 인연 각별… 옵티머스 사태 해결책이 첫 미션 될 듯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23일 은행연합회는 이사회를 열고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을 제14대 은행연합회 회장 후보로 단독 선정했다고 밝혔다. ⓒ NH농협금융

민간 출신이냐, 관료 출신이냐?

미궁에 빠져들었던 차기 은행연합회 수장으로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이 추대됐다. 

주요 은행장들로 구성된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23일 격렬한 논의 끝에 김광수 회장을 제14대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김 회장의 단독 추대에 대해 ‘절묘한 한 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독 후보로 선출된 김 회장이 민간 출신이면서도 관료 경험도 두루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남은 공식 선임 절차를 마친 뒤 12월 1일부터 공식 임기에 나설 예정이다. 

임기는 3년으로 2023년까지다. 

 

◇ 민·관 경험으로 ‘반전 드라마’ 쓴 김광수 회장

금융권에서는 이번 은행연합회 회장 선출 과정이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고 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여러 규제책과 악재들이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관료 출신 차기 회장이 추대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 회장은 이달 초만 해도 차기 은행연합회장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퇴임 1년 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후보로 등장하면서 거물급 퇴직관료들이 거론됐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장 선임에 앞서 진행됐던 다른 금융관련 협회장에 관료 출신들이 대거 선임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관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손보협회장으로 내정되고,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SG서울보증 차기 사장에 내정되면서 ‘관피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최종구 전 위원장이 단독 후보를 고사하기도 했다. 

상황이 급반전되자 이번에는 민간 출신 후보들이 대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숏리스트를 살펴보면 김광수 회장을 포함해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그룹 사장,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시중은행장 10명과 김태영 현 은행연합회장은 후보로 나선 이들의 검증에 들어갔고, 치열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23일 관료 출신이면서 현직 민간금융사 수장으로 민·관 경험을 두루 갖춘 김광수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 

김태영 현 회장은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만장일치로 추대해야 한다고 합의했다”면서 “현직이 회장을 맡는게 바람직하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 본사 화상회의실에서 열린 ‘제5기 NH미래혁신리더 발대식’에서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왼쪽)이 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한 혁신리더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 NH농협금융지주

◇ 호남 출신에 문재인 정부와 인연도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단독 추대된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은 이른바 호남 출신 금융인이다.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젱학과를 졸업한 후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나섰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장과 금융정책과장을 거쳤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과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을 역임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으로 있다가 2018년 4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 약력을 살펴보면 금융사들이 가장 원했던 관료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 30여 년에 걸쳐 재정경제원과 금감위 등에서 공직생활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현 정부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5년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 파견돼 근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주요 금융기관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야당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9년 한나라당 전문수석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1년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함께 일하며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하려면 일단 현재 맡고 있는 NH농협금융 회장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김 회장의 NH농협금융 회장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금융권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최대주주(100%)가 농협중앙회이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측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바로 김 회장의 후임자를 구하기 위한 임원후보추천회를 꾸려 절차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은 내달 1일부터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일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장으로 김 회장이 맡게 될 첫 번째 미션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 뉴시스

◇ 옵티머스 사태가 첫 ‘미션’ 되나

김 회장이 내달 1일부터 은행연합회장으로 일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펀드 사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부분은 현재 펀드 이관 작업을 진행하며 일정 부분 수습된 상황이지만,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연루된 펀드 사태는 아직 현쟁진행형이다. 

특히, 김 회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있던 NH농협금융의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라는 점에서 책임론이 발생할 수 있다. 

24일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옵티머스 사태는 사실상 은행권 전체가 연루된 최대 현안”이라며 “내달 취임하는 김 회장이 이번 사태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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