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대수는 늘어도 보조금 해마다 줄어
효율적 배분 없으면 전기차 수요는 역행할 수도
보급 확대 위한 지원아니라 형식적 지원에 그쳐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중국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 참가한 현대 콘셉트 전기차 ‘프로페시’ ⓒ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기술과 대중 인식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차원 지원 제도는 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자동차 관련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카이즈유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기차 보급 현황은 2만7652대로, 점유율로는 2%대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친환경 자동차 전시회 ‘EV 트랜드 코리아’에서 ‘다음 차로 전기차를 사겠는가’라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508명의 조사 대상 중 94%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전기차 구매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난 2014년 한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열 명 중 네 명이 전기차 구매 의사를 밝혔고, 2018년에는 열 명 중 일곱 명이 구매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 보조금 예산 활용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올해 정부는 승용차 6만5000대, 화물차 1만3000대, 버스 650대, 이륜차 2만1000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300대 등 9만9950대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보조금 예산 활용에 지적이 있었다. 

2021년도 환경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기차 구매보조금으로 쓰인 예산은 총 4200억 원으로 당초 책정된 보조금 8300억 원 대비 50.8%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환경노동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수요가 충분함에도 지자체 예산 부족 등을 사유로 보조금 신청 접수를 조기 마감했고, 이에 따라 집행 실적이 부진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 사람은 많은데 예산안 편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전기차 관련 예산안 집행률은 2018년 97.1%, 2019년 98.7%로 비교적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 등 지자체 예산안 편성에 허점이 생겨 같은 기간 기준으로 80.2%에 그쳤다.

 

◇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비싸”… 구매 망설이는 이유

반면, 전기차에 대한 대중 인식은 급격하게 높아가고 있는데 실질적 구매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구매에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배터리에 있다”며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가 짧은데다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전기차 구매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높은 차량 가격”이라고 언급했다.

보급대수는 늘고 있지만 보조금은 효율적 배분이 안 되고 있으며, 충전 시설 인프라 구축이나 관련 제도도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 간 방안도 어긋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은 현재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순수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방식의 차량을 개발 중인데, 정부는 지속적으로 순수전기차에만 초점을 맞추고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 내년 전기차 보조금 200만 원 이상 줄어

내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계획은 1조200억 원 예산안으로 책정됐다. 

승용차 기준으로는 6만5000대에서 7만5000대로 1만 대가량이 늘어나며, 상용차 기준으로는 1만3650대에서 2만6000대로 1만2000대 이상 증가한다. 

이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보급 대수 감소뿐만 아니라 지원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대신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승용차 기준으로 200만 원가량 줄어든다. 지자체 보조금도 예산안에 따라 새롭게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보급 대수를 늘리며 업체로부터 새로운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시장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보급 대수만 확대해 나가는 일방적인 정책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부에서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형평성 문제에서도 지적이 된다. 얼마 전에는 고가 전기차에는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런 논란에는 급격하게 성장한 테슬라의 점유율이 중심에 있다. 테슬라는 단일 차종으로 현대차 전체의 전기차 판매량을 앞질렀다. 테슬라는 올해 1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며 보조금 독식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엑스포’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 3' 전기 자동차 ⓒ 뉴시스

◇ 보조금 통합 및 자국 업체 보호 정책 나와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진국 등 몇몇 국가의 경우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자국 내 자동차 업체 보호를 위해 수입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지원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최근 세간의 이슈인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가 내세우게 될 저공해차 지원 방안, 그 전망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언급됐다. 

자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 보호를 위해 자국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사용해야 하고, 자국에서 제조 생산해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자체 보조금과 국고 보조금을 통합하고 실질적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사용 빈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 올바르다.

현재 지자체 보조금은 500만 원에서 900만 원까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수요가 많은 곳에 보조금을 더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만들기 위해 금액을 지정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그 결과도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460만 원)는 없어서 못 살 정도로 보조금 신청이 밀렸지만,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경북의 경우 신청 수도 미달 된 상태다. 

이런 방안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원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 이대로라면 전기차 수요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가의 전기차·승용차 등에 보조금을 없애거나 축소하고 사용 빈도가 높은, 실질적 경제활동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상용 전기차의 보조금과 보급 차량 대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수출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미국으로 수출을 꾀한다면 현지 생산이 불가피한 전기차는 상용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승용 모델의 경우는 더욱 싼 원재료를 현지 자급해 보급형으로 개발, 완성해 판매하는 것이 수익 창출에 더 유리할 수 있을 거라는 일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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