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중 하나로 ‘만지작’… 경영권 분쟁 종식하고, 세계 10위 항공사 ‘우뚝’ 효과
KCGI ‘반발’ 속 대우조선해양 매각 전례 있어 실현성 커, 채권단-한진 말 아껴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아시아나항공 빅딜에 승부수를 던질까.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옵션 중 하나로 테이블에 올려놓은 만큼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고, 세계 10위 항공사로 ‘우뚝’ 설 수 있는 만큼 시도해볼만한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DB산은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대한항공과의 빅딜을 하나의 항공사 정상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된 후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달 초만 해도 내년에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통해 재매각을 시도할 것이라 밝혔고,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교체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최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확 바뀐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뉴시스

◇ 실현 가능한 옵션?

일단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가능할까?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한 방식이면 가능하다.

KDB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대고,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KDB산은이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일 때 이 회사 지분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한 전례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KDB산은 등 채권단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진 쪽이든 채권단 쪽이든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채권단은 옵션 중 하나라고만 되풀이 할 뿐이다. 인수하는 것으로 거론되는 한진 쪽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DB산은 관계자는 이날 <민주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다. 자세한 것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 역시 “공식 확인이 어렵다”고만 밝혔다.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 뉴시스

◇ ‘일석이조’ 절호의 기회

조 회장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일석이조의 절호의 기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빅딜이 성사되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세계 10위 항공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약 19조6500억 원에 이르고, 보유 항공기 대수도 240대로 늘어 에어프랑스가 보유한 220여 대의 항공기도 뛰어넘게 된다.

여기에 조 회장 입장에선 KDB산은이 유상증자로 한진칼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경영권 분쟁 종식도 가능하다. KDB산은 역시 조 회장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은 사모펀드인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꾸린 3자 연합이 47.71%, 조 회장 측이 41.3%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 인수까지 ‘첩첩산중’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두 고개가 남아있다.

우선 한진칼 최대주주인 KCGI 등 3자 연합의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KCGI 등 3자 연합은 이날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을 내고 “고객 피해와 주주, 채권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반대 근거로 내세운 주장은 한진칼이 기 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운영자금 확보다. 인수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할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 위기와 2200% 이상에 달한 부채는 거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한진칼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800억 원에 불과하다. 결국 KDB산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한진그룹도 자금 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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