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주주 한화솔루션, 공정위 부당 지원 제재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빨간불’
2022년까지 기업공개 미뤄지면 최악의 경우 삼성 풋옵션 행사도 ‘각오’ 해야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한화종합화학 대산공장 입구 야간 전경 ⓒ 민주신문 허홍국 기자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공개(IPO)가 대주주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로 불투명해졌다. 

기업공개 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과 한화의 빅딜 약속도 깨질 수 있어 풋옵션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화종합화학 입장에선 변수가 발생한 만큼 늦어도 오는 2022년까지 IPO를 성사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이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한화종합화학 IPO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화솔루션이 한화종합화학의 2대 주주인 탓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공정위로부터 그룹 총수 일가가 소유한 물류회사인 한익스프레스에 부당 지원 혐의로 22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당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한화솔루션은 기존에 거래하던 다른 운송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컨테이너 운송사를 한익스프레스로 일원화해 200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830억 원 가량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염산 및 가성소다를 대리점에 판매할 때 기존 운송 방식을 바꾼 뒤 한익스프레스를 ‘통합 운송사’라는 명목으로 끼워 2010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총 91억 원을 부당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종합화학 주요 주주는 한화에너지, 한화솔루션, 삼성물산, 삼성SDI 등으로 구성됐으며 대주주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 삼성물산 등 3곳이다.

한화에너지의 한화종합화학 주식은 전체의 39.16%이며, 한화솔루션은 36.05%다. 삼성물산은 20.05%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발등의 불’

한화종합화학은 이번 대주주의 공정위 제재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부정적 영향을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본부 산하 상장 심사부에서 기업 공개 시 상장심사를 진행하고, 상장심사 항목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항목이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선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위반 여부를 들여다본다. 대상은 최대주주나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주주다. 

이는 재무상태 외에 기업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날 <민주신문>과의 통화에서 “IPO 상장 심사 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 위반 여부를 본다”며 “제재 사실이 있으면 IPO에 부정적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IPO는 통상 매년 3월 기업 회계 결산이 마무리되면, 이 실적을 바탕으로 상장 예심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은 추세다.

한화종합화학도 내년 4월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었지만, 이번 대주주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로 발목잡힐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추진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달 JP모건과 모건스탠리를 IPO 주관사로 선정했고, 이달 들어서는 투자자 발굴과 기업 설명(IR)을 담당할 전문가 리쿠르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올 9월 사업과 전략의 양대 축으로 전체 조직을 재편하고, 박흥권 한화 전략실장을 신임 최고 경영자로 영입한 것도 상장을 감안한 조치라는 게 업계 안팎 시선이다.

박흥권 대표이사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출신이다. 두산 유럽법인 CEO 등을 거쳐 지난해 한화에 합류한 인물로,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한익스프레스 대산지사 전경 ⓒ 민주신문 허홍국 기자

◇ IPO 지연 시 리스크는?

한화솔루션은 공정위 제재에 대해 “한익스프레스 거래는 적법하고, 업계 관행에도 부합하는 ‘효율성’과 ‘안전’ 등을 고려한 거래였다”는 입장을 밝히고,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법적 절차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준사법적 판단이 뒤집혀질지는 미지수다.

여기서 문제는 한화종합화학의 IPO가 지연될 때 발생할 리스크다. 최악의 경우 풋옵션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와 삼성은 지난 2014년 11월 ‘방산·화학’ 계열사를 사고 파는 2조 원의 빅딜을 단행하면서 주주 간 계약으로 한화종합화학을 오는 2021년 4월까지 상장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당시 삼성 측은 화학 계열사를 한화 측에 넘기는 과정에서 한화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열사를 통해 한화종합화학 지분 24%를 보유했다.

이는 한화 측이 IPO를 통해 삼성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라는 배려의 일환이었다.

물론 빅딜 계약 상에는 상장 시점을 오는 2022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겨 있지만, 이때까지 IPO가 진행되지 않으면 삼성이 지분 매입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도 있다.

이 때문에 한화종합화학은 늦어도 2022년까지 IPO를 반드시 성사해야만 한다. 이는 일종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한화 입장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오는 2022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 만큼 풋옵션 행사에 따른 현금 유출은 막아야 하는 처지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IPO 기업가치를 4~5조 원 가량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조5688억 원으로 평가되지만, 지난 2018년 600억 원 가량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회사 니콜라의 6.13% 지분이 현재 1조 원대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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