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평가기준 5500억 vs 29조5000억
이용우 의원, 금융위에 보험업법감독규정 법령해석 의뢰
법제처 '무효' 판단 시, 25조 규모 삼성전자 지분 매도해야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에 보험업법 감독규정에 대한 법령해석을 의뢰하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 다시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 뉴시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결국 팔아야 할까?

재계가 삼성그룹 경영권과 관련해 정치권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보험업법 감독규정에 대해 법제처에 해석을 의뢰하면서 법제처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보험업 감독규정에 대한 법령해석을 금융위원회에 의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내용 검토 후 다시 법제처에 해석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보험사가 보유 중인 주식 계산법이다. 해당 주식 가치를 '취득원가'로 볼 것이냐, 아니면 '시가'로 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법제처가 어떤 해석을 내놓는지에 따라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5500억 원 vs 29조3000억 원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삼성물산 중심으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한 축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한 축으로 구성된다. 

이중 삼성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바로 삼성생명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5억815만7148주(8.51%)를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 2020년 상반기 반기 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가치다. 

현행 보험업법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는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주식을 자기자본의 60%, 총자산의 3% 이내에서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5447억 원 정도다. 삼성전자 지분을 주식을 최초 사들였던 1980년 이전 주가인 1072원 기준(취득원가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309조 원에 달하는 삼성생명 총자산의 0.18% 정도다. 

삼성생명이 취득원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계산한 것은 보험업법 하위규정인 감독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계산할 때 기준을 취득원가로 계산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를 취득원가로 계산할 시에는 55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시가로 계산할 경우 29조5239억 원(29일 종가 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의 9.55% 규모다. 

 

◇ 논란의 감독규정, 입법 공백 논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이처럼 평가기준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 엄청난 차이를 가능케 해주는 법적인 규정은 보험업법의 하위 규정인 보험업감독규정(별표11)에만 있다. 

이용우 의원이 금융위에 법령 해석을 의뢰한 것도 바로 이 부분때문이다. 보험업법에는 주식투자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과 관련해 '하위 규정에 위임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감독규정 ⓒ 법령정보센터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12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2003년 보험업법 전부개정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의 입법 공백인 셈이다. 

그러나 이 의원이 금융위에 법령 해석을 의뢰한 만큼 이제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가 이에 대한 해석을 내놓아야 하기 떄문이다. 

법제처가 문제의 감독규정을 합법이라고 해석할 경우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무효'라고 판단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보험업법 107조에서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하게 된 경우 해당 보험사는 비율을 초과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자기자본 60%, 총자산의 3% 이내에 적합하도록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29조 원 중 25조 원 정도를 매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험업법 제107조 ⓒ 법령정보센터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법제처의 해석이 무효로 나올 경우, 삼성생명은 25조 규모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단 1년만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물론, 국내 주식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금융당국 책임론도 

금융권에서는 이런 이유로 법제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법제처가 무효 판단을 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제처가 해당 감독규정(별표11)을 무효로 판단할 경우 오랜 기간 동안 해당 규정을 근거로 자산운용을 해왔던 삼성생명이 금융당국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근거(하위 조항 위임) 없는 규정을 근거로 삼성생명을 감독해왔던 금융당국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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