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 삼성그룹 상장주식 자산규모 18조2000억 원 달해
유일한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 상속세 규모도 10조6000억 원 육박
삼성생명 지분 상속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 새로 짜여질듯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향년 78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 삼성전자

‘향년 78세’

거목(巨木)은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향년 78세의 일기로 결국 세상을 떠났다. 

고인이 된 이 회장의 사망 소식에 재계는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 회장의 부재가 그만큼 아쉽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10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생활하다 결국 사망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망 이후 삼성그룹의 차기 경영권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삼성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사망하면서 확고한 경영권 기반을 위한 상속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약 20%가 삼성그룹 경영권 향방을 결정할 변수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 상속세만 최소 10조 원 이상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총 18조2251억 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 반기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지분 2억4927만3200주(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지분 9701주(0.01%) △삼성물산 524만5733주(2.88%) △삼성생명 지분 4151만9180주(20.87%) 등이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을 경우 최소 10조 원대 이상의 상속세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주식 증여액이 30억 원이 넘을 경우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여기에 고인이 법인의 최대주주였거나 특수관계인일 경우 20% 할증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최소 10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특수관계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주식평가액 18조2000억 원에 20%가 할증되고, 이 금액에 50%의 상속세율이 곱한 뒤, 자진신고에 따른 3% 공제를 추가하면 10조6000억 원의 금액이 나오게 된다. 이 상속세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 상속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상속세가 아직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식의 경우 상속 시점, 즉 고인이 사망한 시점 기준으로 전후 2개월의 평균 주가를 주식상속의 기준금액으로 정한다. 

결국 이 회장이 보유했던 주식의 주가들이 오를 경우 상속세는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규모로 인해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연부연납 신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부연납은 상속세가 부담돼 이를 6등분으로 나눠 첫해에 1/6을 내고, 향후 5년간 1.8%의 이자를 적용해 납부하는 방식이다.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 일가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연부연납으로 상속세를 낸 대표적인 사례다. 

 

◇ 삼성그룹 지배구조 대격변

천문학적인 상속세에 앞서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사망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격변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 이 회장도 삼성생명 지분 20%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바로 삼성생명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 민주신문DB

이 회장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따를려면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아야 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걸림돌이다. 또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해도 의결권 행사에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 회장 지분을 모두 상속받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상속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 떄문이다. 이 경우 안정적인 규모의 지분만 상속받는다면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은 삼성전자다. 

삼성그룹에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 지분을 포함해 삼성전자 지분도 이 부회장이나 삼성물산이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상속을 받고 삼성생명 지분은 여러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다시 등장한 지주사 시나리오 

재계에서는 이 때문에 삼성그룹에 대한 ‘지주사 시나리오’가 다시 퍼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키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는 과거부터 후계구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계속 이어져왔다”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 역시 과거 등장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회상했다. 

여러 시나리오 중 설득력이 높은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삼성생명 각자 지주 체제’와 ‘삼성물산 종합지주’ 시나리오다. 

삼성전자-삼성생명 각자 지주 체제는 말 그대로 삼성전자 부문 총괄 지주회사와 삼성생명 총괄 금융지주사를 설립해 각자 경영하는 시나리오를 의미한다. 또한 ‘삼성물산 종합지주설’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을 의미한다.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 시나리오 모두 타당성이 높지만, 현재 시간과 자금이 막대하게 소요된다는 점에서 당장 실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사망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하고라도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아 현재의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은 모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하게 되는 삼성그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배구조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4세 경영은 없다고 공언했던 만큼 다른 방식의 지배구조 시나리오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