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위원장, 국감장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 중"
건전성·영업행위 감독 기능 분리한 '쌍봉형 모델' 유력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 조직개편과 연관해서 살펴보겠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금융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해 "조치를 이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 관련 감독 체계는 세 곳으로 분리돼 있다. 금융위가 국내 금융에 대한 정책과 감독을 수행하고, 기획재정부는 국제금융에 대한 부분을 맡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은 감독 및 집행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은 위원장이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 시사하면서 '금융감독원 분리설(說)'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부분을 따로 분리하는 '쌍봉형 체제'가 유력한 체제 개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 감독원→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금감원

현재 금융감독 체계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가 주축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산하기관으로 감독과 집행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같은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이전까지는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책국이 금융정책을 맡고,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구조였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핵심으로 '금융감독원 분리'를 지목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을 금융위와 유사한 독립기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외환위기 이전까지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체계는 업종별 감독기관들과 정부기관들로 구성된 이원감독 구조였다.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은행감독원과 한국은행 은행감독국이 같이 관리감독을 맡았고, 증권업도 증권감독원과 재경부 증권감독부서가 함께 감독 권한을 보유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거래가 확대됐고, 이로 인해 통합감독의 필요성이 필요해졌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금융산업에 대한 통합감독을 위한 금융개혁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금융감독위원회다. 

이후 금감위는 2008년 재정경제부로부터 금융 및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사무를 이관 받아 금융위를 출범시켰고, 원래 갖고 있던 감독기능은 그대로 금감원으로 존속시켰다. 

국내 금융감독 체계 연혁 ⓒ 민주신문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모해왔던 금융감독 체계는 다시 한 번 변신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12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은 위원장이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 시사했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대한 질의에 "후속 조치를 이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 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 대형 금융사고에 금융위·금감원 엇박자

금융산업 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질의는 최근 발생했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등장했다.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무위 국정감사 질의 과정에서 "금융감독 체계는 정책기능과 감독·집행 기능이 분리돼 있어 신속 대응이 떨어진다고 본다"면서 "판매 중단 사모펀드 현황과 금융당국의 대처를 확인해 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엇박자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부 조직 개편과 같이해서 큰 틀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감독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금융산업 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감사원의 개편 요청이 있었고, 사모펀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당위성은 무르익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감독권을 가진 금감원과 상위기관인 금융위가 대형 금융사고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확실한 기준을 가진 감독기관이 있는 것이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쌍봉형 vs 단일형 

업계에서는 결국 금융산업 감독 체계 개편의 핵심은 '금융감독원 분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을 건전성 부문과 영업행위 감독 부문으로 분리하는 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쌍봉형 모델'이다. 

쌍봉형 모델은 금감원의 감독기능 중 건전성 부문과 영업행위 감독 부문을 따로 분리하는 안을 의미한다. 영업행위 감독 부문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처로 따로 설립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 발생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신속한 대응이 아닌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 각 기관

그러나 쌍봉형 모델은 전 세계에서 호주와 네덜란드만이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감독기구가 늘어나는 만큼 비용도 증가한다. 금감원은 이런 이유로 쌍봉형 모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반면, 단일형 모델인 독립기관 안도 있다. 금융위로 분산된 감독기능을 금감원이 흡수해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체계를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권한이 과도하게 강해질 수 있어 이에 따른 새로운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논의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은 위원장의 말처럼 내부 논의가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장 조직개편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다음 정부 출범과정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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